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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서 존재감', 달라진 태광그룹 사업구조 재편 성공할까

애경산업,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추진…태광 "그룹 차원의 사업 다각화"

2025.09.09(Tue) 09:31:36

[비즈한국] 태광그룹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 악화로 다수의 기업이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지만 태광그룹은 오히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0년대에 대기업치고는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서울시 중구 태광산업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애경산업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태광산업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태광산업은 관계사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사채란 기업이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태광산업이 발행하려던 교환사채는 태광산업 자사주 24.41%가 교환 대상이다. 태광산업은 교환사채를 발행해 확보한 현금을 애경산업 인수에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교환사채 발행에 반대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보유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한 결정은 주주가치 훼손은 물론 소수주주권을 보호하겠다는 신정부의 정책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법원 판단에 따라 교환사채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물론 교환사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애경산업 인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IB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의 인수 가격을 6000억~7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는데, 태광산업의 자본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4조 원에 달한다. 다만 최근 석유화학업계 불황을 감안하면 수천억 원의 지출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교환사채 발행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원의 결정이 애경산업 인수에 중요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애경산업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마포구 AK프라자. 사진=이종현 기자


태광그룹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은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을 쇼트리스트(최종후보)로 선정했다. 금융권에서는 한화생명이 흥국생명보다 가격을 ​더 높게 ​제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센터필드, 팩토리얼성수 등 유명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IB업계에서 평가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업가치는 8000억~1조 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매각가는 5000억 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태광그룹은 최근 언론사 스마트투데이도 인수했다.

 

서울시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사진=비즈한국DB

 

태광그룹은 2010년대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M&A는커녕 설비 투자도 드물었다. 태광그룹이 투자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건 2020년대 들어서다. 대표 투자 사례가 태광산업과 LG화학이 2021년 합작해 설립한 티엘케미칼이다. 티엘케미칼은 아크릴로니트릴(AN)을 생산하는 회사로 태광산업이 지분 60%, LG화학이 40%를 갖고 있다. AN은 프로필렌과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단위체로 아크릴섬유, 에이비에스(ABS) 합성수지, 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NBL)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티엘케미칼은 2025년까지 울산광역시 미포산업단지 부지에 연 26만 톤(t) 규모의 AN 생산 시설을 갖추기로 했으나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다. 석유화학업계 불황 탓이다. 불황 영향으로 태광산업도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조 109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9721억 원으로 12.34% 감소했고, 지난해 상반기 약 6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162억 원을 기록했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티엘케미칼의 공장 투자계획은 전면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다. 

 

태광산업이 인수를 추진하는 애경산업과 이지스자산운용도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애경산업은 실적이 하락세이고,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태광그룹이 두 회사를 인수하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애경산업의 주요 제품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태광그룹이 그간 집중하지 않았던 분야다. 태광그룹은 올해 3월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해 부동산 투자 사업에도 진출했다. 사업 초창기여서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의 행보를 놓고 석유화학과 보험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한다.

 

재계에서 또 하나 주목하는 부분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복귀 가능성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2년 횡령·배임 수사를 받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아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다만 현재 태광그룹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 이 전 회장이 복귀하면 ​당장 ​태광산업의 실적 회복이라는 숙제를 마주해야 한다. 석유화학업계 불황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실적 회복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복귀 시점을 M&A를 통한 태광그룹의 체질 개선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현재 태광산업 고문을 맡고 있다. ​

 

앞서의 태광그룹 관계자는 “애경산업과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추진은 신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태광그룹 차원의 사업 다각화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스마트투데이 인수는 미디어 계열사인 티캐스트의 콘텐츠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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