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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효과' 조목조목 반박…영월~삼척고속도로 예타 보고서 살펴보니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모두 물음표인데 결론은 '시행'…전문가 "예타 의미 사라져"

2025.09.08(Mon) 18:20:59

[비즈한국] 영월~삼척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지난 1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 이후 7개월 만에 보고서가 공개됐는데, 보고서를 두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된다. 총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4000억 원이나 늘어난 데다 나들목(IC) 위치를 두고 보고서 자체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된 것. 이 사업은 경제성 분석 결과인 B/C(비용 대비 편익) 값이 0.27로 역대 최저 수치였지만,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통상 고속도로 사업은 B/C 값이 0.5 이하일 경우 예타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본다.

 

지난 1월 예타 통과된 영월~삼척고속도로 예타 보고서가 약 7개월 만에 공개됐다. 자료=2025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영월~삼척 고속도로 신설사업


#공사비 4000억 원 증액, 나들목 위치도 ‘검토 필요’

 

영월~삼척고속도로 예타 보고서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5조 6167억 원으로, 2022년 사업계획 당시 5조 2031억 원에서 4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터널·교량 단가 상향, 사갱·수직갱 추가 반영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이 주요 요인이다.

 

관심이 집중됐던 나들목(IC) 위치도 나왔다. 총 4개로 서정선IC, 사북IC, 서삼척IC, 삼척미로IC로 예정됐다. 유력하게 꼽혔던 태백은 제외됐다. 당초 고속도로 건설계획안에는 남영월, 사북, 태백, 미로에 IC를 설치하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타 보고서는 4개소의 IC 위치를 제안하면서도 교통사고 발생 우려, 위치 검토 필요, 민원발생 등의 문제점을 명시했다. 먼저 서정선IC에 대해서는 건설계획안에는 미포함됐지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짧은 이격거리와 높은 종단경사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정선IC위치와 형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사북 IC에 대해서도 IC와 터널의 짧은 이격거리 등을 고려해 위치 및 형식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삼척 IC에 대해서는 IC 설치 구비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삼척미로IC에 대해서는 두 개의 IC 연결로가 마을진입로, 내미로천, 주거지와 근접하고 있어 통행불편과 민원발생이 예상된다며 ‘IC 위치 이동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타 보고서는 IC 위치를 서정선IC, 사북IC, 서삼척IC, 삼척미로IC​으로 제시하면서도 위치 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자료=2025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영월~삼척고속도로 신설사업​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3개 지표 모두 물음표

 

영월~삼척고속도로는 역대 고속도로 사업 가운데 경제성이 가장 낮다. 대표적으로 경제성 지표를 나타내는 B/C 값이 0.27로 평가됐고, 투자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내부수익률(IRR)은 –5.28%로 나타났다.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순현재가치(NPV)는 –2조 8683억 원으로 나타났다. 

 

사업 추진 여건에는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지자체, 주민들의 의견이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국토교통부와 관계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본 사업 조속한 추진을 희망하고 있으며, 지자체가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보인다고 명시됐다. 지역주민의 청원 등도 담겼다. 

 

​경제성 ​역대 최저라는 사실 외에도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평가 지표에도 의문이 나온다. 보고서는 각 주무부처가 제시한 내용과 예타 연구진의 검토 의견을 함께 담았는데, 주무부처 제시 내용과 연구진 검토 의견이 상충하는 부분이 상당수 보인다.

 

주무부처에서는 정책 효과로 △네트워크 완결성 완성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풍부한 관광자원 활용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타 연구진은 주무부처가 네트워크 완성으로 인한 효과의 크기를 제시하지 않아 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도 지역 낙후도 개선효과와 사업, 일자리 지표 개선 내용이 일부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진은 국가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지역 방문객 증가는 다른 지역 방문객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고, 고속도로 건설사업 시행만으로 지역 관광 방문객이 크게 증가할 거란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가 제시한 효과를 나타낸 데이터들이 중복되거나 과장돼 있다고도 짚었다. 

 

일자리 효과 역시 주무부처에서 제시한 내용과 연구진 검토 의견이 상이했다. 주무부처에서는 건설기간 6만 명 이상의 직접고용효과와 취약계층의 고용효과 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연구진에서는 직접고용효과가 3만 9000명 수준이라며 주무부처가 제시한 수치보다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접근성의 경우 지역 주민의 병원, 교육, 문화 등의 서비스 이용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주무부처가 제시한 인천공항 접근 수요의 시간 절감 편익은 경제성 분석의 절감 편익과 일부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국토 공간의 심리적 접근성 제고 항목 역시 주무부처의 제출 자료로는 효과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명시했다. 

 

균형발전 항목에서도 고속도로 IC 접근성과 고속도로 도로율이 중복된다며 고속도로 형평성 제고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회 균등 인프라 구축 항목에서도 지역낙후도 개선효과의 산업 일자리 개선지표와 일부 중복된다고 명시했다. 장거리 주행 편리성/쾌적성 등 이용자 편의 증진 항목에서도 영월~삼척고속도로가 타 도로에 비해 자율주행 도입 편리성을 높인다고 제시했지만, 고속도로가 국도보다 먼저 자율주행 가능하다는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환경성 평가에 대해 주무부처에서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주무부처는 지형단절 저감지수가 전국 고속도로 대비 161% 수준이고, 백두대간 보호구역 통과 구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선을 계획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지형단절 저감지수의 활용과 효과 연구가 확인되지 않고, 백두대간 환경훼손의 최소화를 통해 얻게 되는 효과가 무엇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시행했을 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아닌 사업을 시행했을 때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전성 평가에 대해서도 주무부처는 강원남부 지역에 재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국도 38호 노선의 통행이 불가했을 때 일부 대체 도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효과의 크기를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지역균형발전 부분에서도 주무부처가 제시한 내용과 연구진 검토 의견이 상이했다. 주무부처는 응급의료시설로부터 한 시간 이내 접근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연구진은 한 시간 내 원주세브란스 병원 접근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업, 일자리 지표 개선 효과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에서는 고속도로 건설에 따라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증가할 거라고 제시했지만, 연구진은 고속도로 개통 효과만으로 증가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제성 ‘역대 최저’에​도 종합평가는 ‘선방’

 

영월~삼척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예타에서 경제성뿐 아니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종합평가는 0.5를 넘기면서 사업 시행이 확정됐다.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산하 12인의 예비타당성조사 분과위원들 중 최대, 최소 4인의 결과를 제외한 종합점수는 0.578로 나왔고, 8명의 평가자가 모두 사업 시행에 손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영월~삼척고속도로 사업의 예타 통과를 두고 예타 제도의 신뢰성이 하락했다고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해서인데,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통과시킨 게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사실상 예타를 하는 의미가 없어졌다. 지자체와 관할청의 의도 등 표심에 따라 사업이 추진된다. 게다가 예타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지고, 구체적인 공사비와 보상비 등도 실시설계 단계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사업의 타당성을 논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영월~삼척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2034년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70.3km 길이의 4차로 고속도로를 건설하며, 총 사업비 5조 6167억 원 중 2조 1225억 원은 국비, 3조 806억 원은 한국도로공사가 부담한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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