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만 챙기고 먹튀' 산업폐기물 민간 처리 이대로 둘 것인가

[비즈한국] 산업폐기물 매립·소각·유해 재활용 시설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매립 중 사고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매립 종료 후 사후관리가 안 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 시민사회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원인을 민간 중심 처리 구조, 발생지 처리원칙 미적용, 주민 감시권 부재에서 찾고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산업폐기물 처분업을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오염자 책임 원칙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폐기물 처리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인 제도 논쟁으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돈은 민간 업체에게, 피해는 주민에게

12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폐기물 피해증언과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지역 주민이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호 기자

12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익법률센터 농본, 환경운동엽합이 공동 주관한 ‘산업폐기물 피해 증언과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는 산업폐기물 피해 지역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해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피해 사례를 직접 증언했다. 토론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것은 민간 업체가 수익을 얻고 사후관리 책임을 회피하면서, 피해는 주민과 지자체가 떠안는 구조다.

충남 당진 고대·부곡지구 폐기물 매립장은 대표적인 먹튀 사례다. 2012년 민간업체가 흑자 파산하며 매립장을 방치했고, 당진시가 기부채납 형태로 떠안으며 사후관리 책임이 모두 공공으로 넘어갔다. 지금까지도 침출수가 법정 기준 수위인 2m를 훌쩍 넘는 21.8m(고대), 13.9m(부곡)를 기록하며 침출수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매해 수천 톤의 침출수를 처리하느라 2023년 9억 6600만 원, 2024년 2억 7000만 원 등 수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소각장으로는 경기 화성시 향남읍 발안산업단지 쓰레기 소각장 사례가 소개됐다. 발안산단은 공장과 주거, 어린이집, 상가가 밀집한 지역인데, 어린이집과 겨우 수백 m 떨어진 곳에서 소각장이 운영되고 있다. 주민 이창재 씨는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린이집과 소각장이 자리 잡고 있다”며 “대기오염에 취약한 영유아가 야외 활동을 하며 소각장의 오염물질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해 재활용의 문제도 다뤄졌다. 고형폐기물연료(SRF)와 시멘트 소성로는 산업폐기물 처리 분류상 ‘재활용’으로 구분하지만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특성상 소각과 유사한 환경 피해가 발생한다. 납 2차 제련과 2차 전지 재활용도 제련과 전지를 녹이는 공정에서 납 등의 유해물질과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경북 영주시에서는 올해 재판 과정에서 납 공장이 대기오염 배출물질을 200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해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산업폐기물 처리는 지자체가 담당하는 생활폐기물과 달리 공공이 책임지지 않는다. 2023년 기준 산업폐기물의 약 99.1%를 민간이 처리했다. 또 발생지 처리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폐기물은 대도시에서 발생하지만, 그걸 처리하는 지역은 대부분 인허가가 쉽게 나는 비수도권과 시골 지역에 집중된다.

지역 주민들은 산업폐기물 발생이 적은 지역에서 오히려 처리를 떠맡는 불평등을 지적한다. 이동교 벌교읍 지정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깨끗한 공기와 물이 있는 곳에서 좋은 농산물 생산해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며 “전체 산업폐기물 배출량의 0.02%도 배출하지 않는 보성에 매립지를 짓는 것은 논리와 타당성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체 폐기물 중 산업폐기물 87%, 대부분 민간이 처리

토론회에서 경기 연천군 청산면 주민이 SRF 소각장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호 기자

시민사회에서는 현재의 산업폐기물 산업 구조가 이익은 업체로, 피해는 주민이, 사후관리는 세금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순이익률이 50~60%에 달하지만, 매립 후 침출수 등 수십 년간 사후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지지 않고 중도에 폐업하는 업체가 많아, 사후관리 부담이 국가와 지자체에 돌아간다고 짚었다.

2023년 기준 전체 폐기물 중 산업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87.3%다. 12.7%를 차지하는 생활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지자체가 책임지지만, 비중과 유해도가 훨씬 큰 산업폐기물 처리는 민간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산업폐기물 처리도 공공이 책임지고 발생지 처리원칙을 적용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송재봉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월 30일 폐기물관리법과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의했다. 주요 내용은 △신규 산업폐기물 사업 주체를 공공으로 제한 △산업폐기물 발생지 책임의 원칙 적용 △주민지원기금 조성 △주민감시요원 운영 등이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규 설치하는 사업장폐기물 매립·소각시설은 사업 주체를 최소한의 공공성이 확보되는 주체(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로 제한했다. 또 발생지 처리원칙을 적용해 관할 지자체 내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관할 구역 밖으로 반출할 경우 반입협력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했다.

폐기물시설촉진법 개정안에는 민간 폐기물처리시설에 주민감시요원을 두어 폐기물의 반입·처리 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폐기물처리시설에 ‘주변지역지원부담금’을 신설하고 이 재원으로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해 주변 영향지역 주민의 소득 향상, 복리 증진, 환경보전 및 피해대책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기후에너지부와 관련 업계, 공공 책임에 부정적

송재봉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계류 중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산업폐기물 공공 책임과 발생지 책임원칙이 현실성이 떨어지고 위헌 소지가 있으며 오염자 책임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공공 책임 강화와 발생지 처리원칙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와 업계는 위헌 소지, 재정부담, 오염자 책임 약화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제도개선 논의가 국회에서 충돌하고 있다. 밀양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내 공터에 산업 폐기물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우선 산업폐기물 처분업의 주체를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공공성 있는 기관으로만 제한하는 안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처분업 주체를 공공에 한정하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며 폐기물 처리 능력의 한계로 처리 단가 상승과 불법 폐기물 적치 증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발생지 처리원칙과 관련해서도 지역마다 특화된 처리시설이 이미 자리 잡은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양동 기후부 폐자원관리과 과장은 “공공폐자원관리시설 전국 공모 때도 지자체가 지원한 일이 없었는데 공공이 산업폐기물 처리에 나서는 게 실효적인 대안인지 의문이 든다”며 “공공기관이 처리 의무를 부담하면 사업자가 책임을 방기해 오염자 책임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등 19개 폐기물 관련 협회는 반입협력금이 현재 운영되는 폐기물처분부담금과 중복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폐업해 사후관리를 공공에 떠넘기는 ‘먹튀’ 문제에는 ‘방치폐기물 처리이행보증 제도’를 개선해서 보증보험이 아닌 현금의 비중을 높여 방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은 산업폐기물의 공공 책임에 대하여 “공공이 직접 개입해서 오히려 오염자의 책임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위탁의 형태로 참여 가능하기에 민간을 배제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송재봉 의원은 행정부 등과 협의해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폐기물은 공공의 책임하에 관리가 되어야 환경오염이나 주민의 민주적 참여를 잘 보장할 수 있다”며 “폐기물 처분업의 막대한 이익도 공유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주민 설득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작업 못한다고 했는데…" OCI 포항공장 3개월 만에 또 사고
· 올해까지 30곳 만든다더니…오세훈표 '수변감성도시' 11곳 아직 공사 중
· [현장] 국회 온 환경기초시설 노동자 "쓰레기 처리는 공공, 노동은 외주"
· "정부 땅 관리했을 뿐, 오염 정화책임 없다" 캠코, 인천 연수구 상대 소송 승소
· 삼천리, 자회사 그린텍남양 설립…자원순환 실적 반등 이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