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호텔신라가 인천국제공항 DF1 권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비싼 면세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호텔신라는 사업권 반납에 따른 위약금으로 190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호텔신라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개선이 숙제로 꼽히고 있는데, 위약금 1900억 원을 납부하면 올해 수익성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지난해 수익성 개선을 약속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대한 평가도 하락할 수 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3월 호텔신라 주주총회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해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인력과 프로세스에 대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상품력과 품질을 강화하고 ‘더 신라’ 브랜드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의 의지와는 다르게 호텔신라의 수익성은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2023년 3조 5685억 원에서 2024년 3조 9476억 원으로 10.6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912억 원에서 2024년 영업손실 5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도 딱히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엔 3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2억 원에 불과했다.
호텔신라의 사업부문은 크게 TR(면세점) 부문과 호텔&레저 부문으로 나뉜다. 호텔신라의 수익성 부진은 TR 부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호텔신라 TR 부문은 지난해 7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고, 올해 상반기에도 19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호텔&레저 부문이 흑자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된다.
국내 면세업계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7월 1조 65억 원에서 올해 7월 9199억 원으로 8.6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면세점 구매 고객은 236만 명에서 258만 명으로 늘었다. 면세점 이용 고객은 늘었지만 구매량은 줄어든 것이다. 단체관광객이 줄고 배낭여행객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호텔신라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대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4~5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면세점 임대료를 낮춰달라며 법원에 조정 신청을 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3년부터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면세점 임대료를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객 증가가 면세점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의 부담이 가중됐다.
법원은 호텔신라의 임대료를 25% 인하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타 면세 업체와의 형평성과 배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조정을 거부했다. 법원의 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를 거부하면 호텔신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결국 호텔신라는 18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 권역 사업권 반납이라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호텔신라는 당초 2033년 6월까지 DF1 권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기로 했다.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 1900억 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호텔신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4832억 원이다. 보유 현금의 약 4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소송을 제기하면 위약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호텔신라는 TR 부문 부진이 눈에 띄지만 호텔&레저 부문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호텔&레저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461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410억 원으로 1.4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8억 원에서 226억 원으로 15.73% 감소했다. 그나마 오는 9월 말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돼 하반기엔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이부진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위기 극복과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텔신라가 올해도 실적 개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이 사장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의 면세점 사업권 반납 승부수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재계 관심이 집중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2023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권 계약 이후 면세 시장은 주 고객군의 소비 패턴 변화 및 구매력 감소 등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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