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인천 연수구를 상대로 토지정밀조사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수구는 옛 송도유원지 인근 부지에서 오염 물질이 발견되자, 토지를 관리하는 캠코를 상대로 토양정밀조사를 명령했는데, 캠코는 토지 점유를 보조하는 자로서 땅을 임대한 것일 뿐, 토양오염과 정화에 책임이 없다며 반발했다.

인천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송종선)는 지난 5일 캠코가 토지정밀조사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인천 연수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어느 모로 보나 원고가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해당 토지에 관해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땅은 인천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인접 부지다. 정부는 1983년 12월 총 1957㎡ 규모인 이 부지를 취득했다. 캠코는 2005년 12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이 부지 관리와 처분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아 2005년 12월부터 땅을 관리했다. 토지 중 일부(350㎡)는 2018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민간에 임대(대부)했다. 임차인 측은 이곳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며 폐기물을 쌓아뒀다.
하지만 대부 계약 종료 이후 이 땅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 물질이 발견됐다. 연수구는 2023년 10월 차량 분해 작업과 장기간 폐기물 적치 등으로 옛 송도유원지 인접 부지가 오염됐을 우려가 있다며 토양오염도 조사를 실시했다. 같은 해 11월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이 땅에서는 기준치를 최대 28배(석유계총탄화수소, TPH) 초과하는 오염물질들이 확인됐다.
연수구는 지난해 8월 캠코에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앞선 토양오염도 조사 결과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였다. 연수구는 옛 송도유원지 인접 부지 임차인 측이 쌓은 폐기물로 땅이 오염됐다고 판단했는데, 선순위 정화 책임자인 임차인 측 주소가 명확하지 않아 토지를 관리하는 캠코가 정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코는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없다며 지난해 11월 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캠코가 토양오염과 정화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오염에 대한 정화 책임은 원칙적으로 오염을 발생시킨 자에게 있다. 캠코는 부지 점유를 보조하는 자로서 정화 책임자에 해당하지 않고, 캠코 관리 이후 토양오염이 발생했더라도 후순위 책임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연수구 토양정밀조사 명령이 위법하다며 캠코 손을 들어줬다. 설령 옛 송도유원지 인접부지가 임차인 측 폐기물로 오염됐다고 하더라도 선순위 정화 책임자가 임차인 측인데, 후순위 정화 책임자인 캠코에 정화 책임을 미룰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 서류가 옛 송도유원지 임차인 측에 정상적으로 전달되는 사실 등으로 미뤄, 선순위 책임자를 주소 불명 등 확인할 수 없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토양오염 원인도 불분명한 것으로 판단됐다. 문제가 된 부지 일대는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땅으로 현재 조성 과정에서 폐기물이 동원됐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됐다. 더욱이 소송 부지 임차인이 사용하지 않았던 인접 부지에서도 같은 오염물질이 검출됐고, 이번에 기준치를 가장 크게 초과한 TPH는 임차인 측 폐기물 주된 구성 품목인 폐합성수지류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옛 송도유원지 부지 오염이 임차인 측 폐기물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재판부는 “연수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해당 토지가 임차인 측이 적치한 폐기물에 의해 오염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대한민국이 토지를 양수하기 전 내지 캠코가 해당 토지의 관리·처분 사무를 위탁받기 전에 토지에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캠코가 토지 오염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바, 캠코가 토양환경법에서 정하는 정화 책임자로 보지 않는 자에 해당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연수구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23일 확정됐다. 캠코 관계자는 “토지 오염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공사에 있지 않기 때문에 토지정밀조사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1심에서 승소한 이후 연수구가 항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송 부지는 현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매수 의사를 보이는 연수구에 처분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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