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스페이스X는 지구 대기권을 수많은 스타링크 위성으로 덮어가고 있다. 취지는 매우 좋다. 지구 어디에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늘에 인공위성 별자리를 가득 채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링크는 천문학의 새로운 적이 되고 있다. 지상의 거대 망원경들은 이제 매일 하늘을 가로지르는 스타링크 위성으로 고통받는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위성들이 길게 가르고 지나간 흔적이 남아 거의 모든 관측 데이터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지우는 작업이 필수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더 충격적인 분석이 발표되었다. 스타링크 위성은 단순히 광학 관측에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전파 관측에도 피해를 끼치기 시작했다. 특히 우주의 기원, 빅뱅의 증거를 찾고 있는 저주파 전파 관측에서 막대한 피해가 나타나는 중이다. 광학 천문학자뿐 아니라 전파 천문학자들도 스타링크의 피해에 대해 호소하기 시작했다.
2019년 로켓 재사용이 현실화됐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는 수많은 스타링크를 쏘아올리기 시작했다. 2025년 현재 8000대가 넘는 위성이 궤도에 올라가있다. 현재 평균 3일에 한 번씩 위성이 발사되고 있다. 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 인공위성 군집은 당연히 지상의 관측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전파 천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의 ‘전자기파’를 관리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일상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을 철저하게 구분한다. 전파 천문학은 그러한 보호 아래 3kHz에서 900GHz 사이의 일부 주파수 스펙트럼 영역에서 우주의 전파를 탐지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인터넷 주파수와는 겹치지 않는다. 이미 도시에서 새어나오는 너무나 강렬한 인공 전파로 인해, 그에 해당하는 주파수 영역에서는 더 이상 우주의 희미한 전파를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전파 천문대는 모두 도시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하지만 머리 위를 지나가는 인공위성의 전파는 지구상 그 어디로 도망가도 피할 수 없다.
이번 분석에서는 저주파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Engineering Development Array 2 (EDA2) 전파 망원경을 사용했다. 이 전파 망원경은 앞으로 호주 서부 지역에 건설 예정인 초대형 저주파 전파 망원경 어레이 SKA-Low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프로토타입이다. 이를 활용해, 미래에 SKA-Low가 관측할 예정인 50-350MHz 주파수 영역에서 하늘을 관측했다. 총 29일 동안 7600만 장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뜻밖의 너무나 많은 인공 전파 잡음이 포착되었다.
전파 노이즈만 총 11만 2534건이 탐지되었는데, 분석 결과 이 노이즈들은 스타링크 위성 1806개에서 만들어진 전파 노이즈였다. 스타링크 위성의 신호가 다른 위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수가 많은 만큼 당연한 결과다. 또 다른 저주파 전파 망원경 LOFAR 관측에서도 상당히 많은 스타링크 위성의 신호가 탐지되었다. 겨우 한 시간 관측에서 110~188MHz 주파수에서는 68건, 88MHz에서는 10건, 100~188MHz에서는 97건이나 탐지했다.
5GHz 미만의 저주파 영역에서 탐지되는 스타링크 위성들의 신호는 단순한 인터넷 다운링크 신호가 아니다. 그것과는 주파수가 엄연히 다르다. 이 신호들은 인공위성 안에 내장된 전자 장치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의도하지 않은 전자기파, 일명 UMER(unintentional electromagnetic radiation)라고 부른다. 이런 UMER는 ITU의 제약에 구속받지 않는다. ITU는 인공위성이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는 직접적인 전자기파만 제한한다. 장치가 작동하면서 의도치 않게 새어나오는 전자기파까지는 제한하지 않는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스타링크 위성들은 저주파 영역에서 너무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전파 망원경의 시야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다. 일종의 전파 무법지대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런 5GHz 미만의 저주파 전파 영역에서 전파 천문학에게 할당된 주파수 영역은 겨우 5%뿐이다. 다른 주파수 영역으로 딱히 도망갈 곳도 없다. 그만큼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이번 분석에서 가장 많이 탐지된 위성은 스타링크의 v2-미니 다이렉트-투-셀(DTC) 모델이다. 총 175개가 탐지되었다. DTC 모델은 현재 운용 중인 전체 스타링크 위성의 70%에 달한다. DTC 위성은 따로 지상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인터넷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만큼 위성의 신호도 더 강력하다. 이번에 겨우 한 달 사이에 포착한 1806개의 위성은 현재 운용 중인 전체 스타링크 위성의 약 30%에 달한다.
천문학자들은 오인식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위성 탐지 판단을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했고 낮은 확률의 데이터는 최대한 걸렀다. 따라서 실제 전파 노이즈를 일으킨 위성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파 망원경에 탐지되는 전파 노이즈가 스타링크가 만든 UMER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상의 다른 안테나에서 송출된 FM 라디오 전파 등 다양한 전파가 인공위성에 다시 반사된 것들도 있다.
천문학자에게는 스타링크가 저주파 전파 관측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게 매우 두렵게 느껴진다. 이 영역은 전파 천문학에서 우주 역사의 아주 귀중한 순간을 보는 데 특화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 탄생한 눈부신 별과 격렬한 은하들의 활동으로 인해 우주가 통째로 다시 이온화되었던 재이온화 시기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주파수가 바로 이 영역이다. 그런데 빅뱅의 추억 위에 수많은 스타링크 위성이 덧씌워지면서, 우주의 귀중한 역사를 온전히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뒤늦게 가시화되면서, 천문학자들은 이제 UMER에 대해서도 ITU가 체계적으로 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우주에 올라간 인공위성들이 의도치 않게 내보내는 UMER가 어떻게 새어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방치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스타링크 위성들이 올라가고 더 많은 UMER로 가득 찬, 전파 영역에서 시끄럽게 뒤덮인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파 망원경은 더 이상 우주를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이런 불만이 쌓이자 스페이스X도 나름대로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와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주요한 전파 망원경이 위치한 지역의 상공을 지나갈 때는 잠시 스타링크의 작동을 멈추는 식으로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스타링크 계획은 일찍이 다양한 측면에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오늘 소개한 관측 천문학의 피해뿐 아니라, 환경 측면에서도 신중한 고민을 요구한다. 인공위성에는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운석에는 거의 없는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간다. 대기권을 뚫고 인공위성이 추락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공기 중 산소를 만나 산화알루미늄이 된다. 분석에 따르면, 스타링크 위성 하나가 떨어질 때 나노 입자 수준의 산화알루미늄이 평균적으로 30kg가량 만들어진다. 매일 스타링크 위성이 4~5대 추락한다. 연료가 다하거나 태양 활동의 영향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대략 해마다 300톤이 넘는 산화알루미늄이 대기권에 누적된다는 뜻이다.
산화알루미늄은 대기 중에서 염소를 만드는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염소는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그 영향이 무시할 수 없을 거라 염려한다. 심지어 공기 중에 흩어진 인공위성의 금속 파편으로 인해, 지구 자기장에도 미세한 변화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우리는 지상을 넘어 자신의 머리 위에까지 흔적을 남기는 데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새로운 형태로 위협받고 있다.
1995년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가 이제 땅 속에 지질학적인 규모로 흔적을 남기는 존재가 되었다며, 오늘날을 ‘인류세’라는 지질학적 시대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이제 인류세는 단순히 땅속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을 넘어섰다. 우리는 흔적을 땅속뿐 아니라 하늘에도 남기고 있으니까. 머리 위 하늘과 우주를 어떻게 영리하게, 그리고 공평하게 나눠써야 할지, 지금껏 인류가 해본 적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3A%26A...678L...6G/abstract
https://spaceaustralia.com/news/emerging-risk-radio-astronom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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