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현지에 설립하겠다고 밝힌 비철금속 제련소가 국가핵심기술 국외 이전 사안인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전 사안에 해당될 경우 사전에 정부의 수출 신고·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약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 등 핵심 공정이 해외로 이전될 경우 고려아연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투자 차원을 넘어 산업기술 보호와 국가안보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아연은 15일 미국 전쟁부 및 상무부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제련소 건설은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에 착수하며, 2029년부터 단계적 가동과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약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 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총 13개 제품으로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을 비롯해 금·은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반도체 황산도 생산된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비철금속 생산공장인 울산 온산제련소 모델을 기반으로 미국 제련소를 짓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크루시블(Project Crucible)’로 명명된 이번 소유 구조와 투자 방식은 미국 정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모기업 고려아연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독특한 구조다. 미국 정부와 기업, 고려아연이 출자 및 대출을 통해 합작법인(크루시블 JV)을 설립하는데, 미국 전쟁부가 최대주주(40.1%)로 참여한다. 이 합작법인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해 약 10.59%의 고려아연 지분을 갖게 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고려아연은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운영법인(크루시블 메탈스)을 지분 100% 자회사 형태로 소유한다. 미국 전쟁부는 크루시블 메탈스의 지분을 주당 1센트에 최대 14.5%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갖는다.
이 같은 합작 방식으로 인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립이 국가핵심기술의 수출 신고 대상이 된다는 것. 고순도 아연 제련을 위한 ‘헤마타이트 공법 기술’과 리튬이차전지용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므로, 해외 공장 설립은 국가핵심기술의 국외 이전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요지다.
국가핵심기술의 수출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관이 산업통상부에 수출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의 수출에 해당하는 범위를 넓게 본다”며 “한국만 보유한 기술이 넘어가는 경우라면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중국으로 진출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립이 수출 신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개별 사안이 수출 신고 및 승인 대상인지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수출 승인은 국가안보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기술 유출 위험 방지 조치를 요구하는 ‘조건부 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2015년 포스코가 첨단 제철 기술인 ‘파이넥스’ 제철소를 중국에 설립하면서 기술 유출 방지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승인을 받은 사례가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당시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포스코가 중국 제철소에 CTO(최고기술책임자)를 파견하도록 했다”며 “고려아연의 경우도 기술 접근성 제한을 위해 물리·사이버 보안에 대한 조건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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