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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는 통과했지만…국민 세금은 멈춘 사업에 묶였다

예타 통과·면제 사업 중 13건 집행 지연…20개 사업은 흑자 전망에서 적자로 전환

2025.09.26(Fri) 14:58:06

[비즈한국] 정부는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각종 국책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국고 3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의 경우 이 예타에서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거나, 지역균형발전이나 해외 입찰 등 시급하다고 판단돼 예타 면제를 받아야 국고 투입이 진행되게 된다.

 

예타는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하지만 예타를 통과했거나 면제 판정을 받은 사업들 중 일부가 계획과 달리 사업 진척이 더디거나,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올리면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엄격해야 할 예타가 지역 간 예산 나눠먹기나 정권 입맛에 막는 해외 사업 참여 등으로 허술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타를 통과했거나 면제 판정을 받은 사업들 중 일부가 계획과 달리 사업 진척이 더디거나,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올리면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생성형 AI


예타는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로 1999년 도입됐다.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예타에서 경제성, 정책효과, 지역균형발전 등이 인정되어야만 예산 편성이 이뤄진다. 예타 대상은 총사업비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이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이 대상이다.

 

예타는 매년 20~30개 가까운 사업을 대상을 이뤄지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예타 대상은 335개 사업이었다. 특히 2021년에는 한 해에만 40개 사업이 예타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나 해외 개발 사업에 대한 입찰 등 시급한 사업의 경우 예타 면제 대상이 된다. 최근 15년 사이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은 18건이었다.

 

이처럼 엄격한 예타를 통과하거나 면제받은 사업들 중 일부는 당초 밝혔던 계획보다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국회와 각 공공기관에 따르면 한국 철도공사의 수색지역 차량기지 이전 조성사업과 부산 철도차량정비단 이전 조성 사업은 각각 2020년 11월, 2021년 9월부터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올해 5월 기준 두 사업 집행률은 0%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색지역차량 이전 조성사업은 고양시와 이전 협의가 제대로 안 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고, 부산 철도차량정비단은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사실상 사업이 무산된 상황이다. 또 한국철도공사의 노후 여객열차 교체 사업은 당초 2021년 8월까지 150량 구매가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19 등에 부품 수급에 차질 생기면서 2024년 말 기준 104량만 납품이 완료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수원 집단에너지 사업은 2019~2020년 예타를 통과했지만 유가 급등과 공사의 재무 위험 증가로 투자가 지연되면서 집행률이 1.8%에 그쳤다. 한국중부발전의 보령 6호기 연료전환 대체건설사업은 2021년 시작됐지만 이주 대상 마을의 민원 제기 등으로 2년 정도 공사가 지연되면서 집행률이 13%에 불과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 사업은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이 사업비가 올라 집행률이 50.5%에 그쳤다.

 

국회 등에 따르면 이처럼 예타를 통과하거나 면제를 받은 사업 중 13개 사업이 계획보다 집행이 더딘 상황이다. 사업이 멈추거나 지지부진해질 경우 다른 사업에 배정할 예산이 줄어들거나, 향후 물가 상승 등으로 해당 사업의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예타 당시 수익이 날 것으로 평가 받았는데 오히려 손해가 생겨 사업을 추진한 공공기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들도 있다. 한국남부발전의 남제주복합화력건설사업은 2018년 예타에서 2021년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돼 조사를 통과했다. 당초 조사에서는 2024년까지 414억 원의 누적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업이 시작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하면서 적자가 246억 원까지 쌓였다.

 

한국 서부발전의 동두천복합 공동개발사업도 2024년까지 누적 수익이 2761억 원 날 것으로 평가됐지만, 실제 이 기간 776억 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예타 당시보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으로 마진율이 떨어진 점과 이자율이 오르면서 금융비용이 상승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국회 등에 따르면 이를 포함한 20개 사업이 당초 총 2조 5423억 원의 누적 수익이 날 것으로 평가됐지만, 실제로는 실적 저조로 인해 9398억 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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