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정부의 산업재해 엄정 대응 기조 속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 기업의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산업재해 기업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상고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더불어 노동부는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부담을 느낀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감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영훈 장관에게 중대산재 기업명을 공개하라고 한 법원 2심 판결에 상고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주체가 법무부이긴 하나 노동부 입장에서는 상고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고기간이 남은 상태여서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행정소송은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지만, 상고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소송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가 노동부를 상대로 ‘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현황’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제기했다. 중대산재가 발생한 사건의 △원·하청 기업명 △담당 감독관 △행정조치 내역 △송치의견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다(관련 기사 "중대산업재해 기업 정보 공개하라" 2심도 승소).
노동부가 상고 포기 의사를 보이면서 중대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노동부가) 당연히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료가 누적된다면 산재 예방을 위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며 환영했다.
중대산재 발생 기업정보 공개는 산업계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 기조가 있기 때문에 매년 예방 안전 관리 예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낙인찍기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명이 공개되면 주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재가 오히려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처벌만이 아니라 인센티브도 제공하는 등 산재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해조사 의견서도 공개가 추진되고 있다. 재해조사 의견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하는 문서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가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노동부는 그간 재해조사 의견서가 수사 자료라는 이유로 재해자 유족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2023년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3월 6일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 의무화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재해자와 유가족의 알 권리 및 실효적 권리구제를 위해 재해조사 의견서를 중대재해 발생 6개월 이내에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가족 등의 요청 시 3개월 이내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검찰의 공소제기 이후에는 중대재해 수사결과보고서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용우 의원은 “의견서 공개는 업무상 재해 관련성 입증과 동종 사업자에게 재해 예방의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도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9월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관련 내용을 넣은 만큼 재해조사 의견서 공개를 더 신경 써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재해조사 의견서를 공개하지 않으면 사건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재해 사례가 예방을 위한 사회적 지식과 교훈으로 축적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한솔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재해조사 의견서는 산재 발생 시 최초로 작성되는 공식 문서라는 의미가 있다”며 “공개가 된다면 정부도 담당 인력을 확충하면서 산재 사망 예방의지를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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