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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소득마을 500개 조성…'반면교사' 임실 중금마을 살펴보니

설비 설치 위주 사업으로는 한계…에너지 자립 필요성과 수익 공유해 '자발적 거버넌스' 구축해야

2025.08.29(Fri) 15:10:22

[비즈한국]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햇빛소득마을’ 500개 조성을 발표했다. 태양광 발전을 마을 공동체 주도로 설치·운영해, 에너지 자립과 함께 발전 수익을 주민 복지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가 지원한 유사 사업 다수가 사업 종료 후 지속되지 못한 전례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은 한때 전국적 모범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이 실패 사례를 새로운 햇빛소득마을 정책 설계 과정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월 24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주민 주도형 마을 태양광 사업의 모범사례로 알려진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를 방문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월 24일 여주시 구양리 ‘구양리햇빛두레 발전소’를 방문했다. 구양리는 주민 주도형 마을 태양광 사업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정부는 구양리 모델을 본뜬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공동체를 통해 농지·저수지 등 활용할 수 있는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으로 환원하는 사업모델이다.


#농촌형 에너지 자립 모델로 추앙받았는데…


주민 주도형 태양광 사업 모델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이다. 중금마을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마을 운영위원장이던 김정흠 현 임실군 군의원이 중심이 되어 주민들을 모았다. 2010년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그린스타트 모범 향토마을’로 선정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사업 초기에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에너지관리공단 보조금을 받아 3kW급 태양광 발전 설비 11기를 가정과 마을회관에 설치했다. 마을공동농장 ‘희망텃밭’도 조성해 친환경 농법을 시도했다. 이 농장에서 재배한 배추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기존 농법으로 재배한 배추 한 포기당 0.65kg보다 약 40% 낮은 0.4kg이 나왔다.


폐식용유를 모아 만든 바이오디젤을 트랙터와 경운기 연료로 활용했다. 김정흠 위원장 자택에는 태양열 조리기, 자전거 발전기, 풍력발전기, 태양열 온수기 등 다양한 설비가 도입돼 무인카페 겸 친환경 체험 공간으로 활용됐다. 중금마을은 ‘농촌형 에너지 자립 모델’로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견학이 이어졌다.​


임실군 중금마을의 그린스타트 모범 향토마을 안내지도가 방치되어 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지속되지 못한 치명적 이유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 지원이 끝나자 운영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특정 인물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구조였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김정흠 위원장이 2022년 군의원에 당선되면서 마을을 떠나자, 사업을 이어갈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주민 전체가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공동체 운영은 사실상 중단됐다.

 

태양광 설비도 문제를 드러냈다. 가정 전력 사용의 65%를 충당하던 초기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의 전기 사용은 오히려 늘었다. 전기 생산량이 늘자 TV, 냉장고 등을 추가 구입해 사용량이 늘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자립률은 떨어졌다.

 

발전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도 갈등이 생겼다. 마을 공동체 기금으로 관리할지, 새로 이주한 주민과 기존 주민 간에 어떤 비율로 분배할지를 두고 의견 충돌이 있었다. 결국 공동체 내부 갈등은 협력 기반을 약화시켰다.

 

공동농장 ‘희망텃밭’도 지속되지 못했다. 주민이 함께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해 수익을 공금으로 모으는 방식이었지만, 실제로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단독으로 경작을 맡았다. 결국 운영이 중단되면서 사업은 특정인에게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주민 전체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며 “행정기관도 설비 설치 이후에는 마을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구양리와 미호동은 무엇이 다른가​


​중금마을이 실패로 끝난 것과 달리 여주시 구양리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구양리는 마을 공동 소유 부지에 1MW 규모의 대형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이는 중금마을 설비 규모(3kW급)보다 수십 배 크다. 발전 수익은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 관리되며, 무료급식 운영, 마을 행복버스 운행 등 주민 복지에 쓰인다.

 

전주영 구양리 이장은 “발전 수익을 개인에게 나눠주기보다는 마을 공동체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수익이 복지로 돌아갈 때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규모의 경제와 공동체 중심의 수익 활용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사례로 꼽히는 대전 대덕구 미호동은 정부 지원 종료 후에도 자체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에너지위원회를 구성했고, ‘에너지 학교’와 주민 활동가 모임 ‘솔라시스터즈’를 운영하며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한 경우 사업은 지속성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설비 위주의 지원만으로는 마을 태양광 사업이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 사업이 설비 중심으로 진행되면 오히려 남은 시설이 주민에게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며 “주민이 에너지 자립의 효능감을 체감할 수 있는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도 “행정기관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는 최소 몇 년이 걸린다”며 “지속적인 참여 동력을 마련하고 투명한 소통·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마을 주민은 태양광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속적 관리와 자문이 필요하다”며 “정책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후 관리와 지원 체계를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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