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력 수요 증가와 기후 변화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금 부상하는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건설사의 해외 원전 사업 수주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확인됐다. 수주액 대부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몫인데, 현재 기본설계 단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해외 원전 사업이 확대될 경우 해외 원전 수주 규모는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즈한국이 해외건설협회에 요청해 받은 해외 원전 수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10월 기준) 우리나라 건설사가 수주한 해외 원전 사업 규모는 196억 달러(11건), 우리 돈 약 28조 원으로 역대 연간 누적 수주액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등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서 처음으로 해외 원전 사업을 따낸 2010년(187억 달러)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다음으로 누적 수주액이 컸던 해는 2022년으로 25억 달러(1건)에 그쳤다.
올해 해외 원전 수주액 대부분은 체코 신규원전 몫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두코바니2 원자력발전소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87억 달러. 한수원은 이번 사업 주계약자로서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 정비) 등과 함께 설계·조달·시공(EPC),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 건설 역무 전체를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신뢰성이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된 쾌거”라며 “한수원은 국내 원전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다하며, 아울러, 체코와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사업 이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원전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용량은 지난해 말 377GW(e)에서 2050년 최대 992GW(e)까지 2.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가동 중인 모든 원자로와 가동 중단 계획, 잠재적인 허가 갱신, 출력 증가 가능성, 향후 건설 사업 등을 반영한 수치다. 신규 원전 가운데 최대 24%가량은 소형모듈원전(SMR) 형태일 것으로 관측된다.
원전 규모 확대는 국제 사회 합의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 25개국은 2023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연합(UN)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자력의 역할을 인정하고,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설비용량 375GW) 3배로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서명국 198개국은 1995년 연례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탈탄소화를 위해 원자력을 포함한 저공해 기술 보급을 가속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한국은 현재 국제 원전 시장에서 신흥 강국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난 5월 전 세계에서 계획·협상 중인 신규 원전 프로젝트 400여 건 가운데 한국이 43%가량을 수주할 수 있는 위치라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향후 10년간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때 업계를 선도한 미국과 프랑스는 비용과 건설 기간이 늘어난 전력이 있고, 현재 강자인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 국가가 안보 우려로 발주를 주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냈다.
실제 해외 원전 수주 낭보는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페르미 아메리카와 미국 텍사스주 ‘복합 에너지 및 인공지능 캠퍼스’ 내 대형원전 4기 건설에 대한 기본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최초 미국 원전 사업 진출로, 현대건설은 향후 EPC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SMR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삼성물산은 현재 미국 뉴스케일 등과 공동으로 루마니아 SMR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이달 중 기본설계를 마치고 내년 착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친환경에너지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이행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다수 국가가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원자력을 에너지믹스에 포함하면서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우리나라 주요 건설사들이 원전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구성하고 있는 만큼 향후 원전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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