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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AI 버블론 재점화 "허상인가, 실제인가"

단순 주가 과열 아닌 자본 이동 현상으로 봐야…버블은 기술 아닌 실물경제가 무너졌을때 발생

2025.11.10(Mon) 16:31:08

[비즈한국] “AI는 거품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숨 고르기에 들어서자, 이런 말이 다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메타, 오픈AI,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들의 행보를 보면 단순한 ‘버블’이 아니라 ‘자본 이동의 방향’을 말해준다.

 

메타는 미국 AI 산업에 향후 3년간 6000억 달러(약 88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서버 증설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전력망·에너지·지역사회 인프라까지 포함한 국가 단위 프로젝트다. 메타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술을 돌리는 엔진이자 경제 성장을 이끄는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메타, 오픈AI,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AI 인프라를 국가 단위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혁신을 넘어 실물 경제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1999년 닷컴 버블과 달리 지금은 긴축이 아닌 완화 국면이고, 기업 이익과 투자지출이 견조하다는 점에서 ‘버블’이라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사진=생성형 AI

 

실제로 2020년 이후 메타의 투자로 신규 전력망이 15GW 추가되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지역 일자리가 생겼다.

오픈AI도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섰다. 이 회사는 백악관에 “AI 인프라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도체 제조 중심의 세액공제 혜택을 AI 서버 제조·데이터센터로 넓히자는 제안이다. AI 투자가 이제 민간 혁신을 넘어 국가 산업정책의 축이 됐다는 뜻이다.

 

AI 열풍의 핵심인 엔비디아는 여전히 확장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최근 대만 TSMC 연례 체육대회에서 “블랙웰(Blackwell) GPU 수요가 폭발적”이라며 웨이퍼 추가 발주를 공식 확인했다. 웨이퍼 제조사인 TSMC 회장 역시 “엔비디아가 웨이퍼를 더 요청했다”고 밝혔다. 황 CEO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으로부터 차세대 메모리 샘플을 이미 받았다”고 언급하며, AI용 반도체 공급망이 다시 팽창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산업과 1999년 닷컴 버블 비교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김 본부장은 “1999년 미국은 긴축 국면이었고, 닷컴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60배였지만 현재 AI 기업들의 PER은 30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AI는 PC와 모바일에 이은 세 번째 산업혁명”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코스피 조정은 대세 상승장의 쉼표”라며 내년 코스피 5000포인트, 장기적으로는 7500포인트까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금리·유가·환율이 안정된 ‘3저 호황’ 국면에서 반도체와 전력이 실적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석현 우리은행 WM그룹 부부장도 “AI 투자 버블 논쟁의 근간은 과잉 투자로 인한 수익 악화 현실화 여부에 있다”며 “결국 투자원천이 될 기업이익 성장이 앞으로도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인데,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S&P500 기업의 투자지출 비율은 여전히 상승 추세에 있고, 잉여현금흐름 대비 투자지출 비율은 팬데믹 이후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즉, 기업들은 여전히 미래를 위해 돈을 쓰고 있으며, AI는 ‘과열된 스토리’가 아니라 자본집약적 실물 경기로 연결되고 있다는 뜻이다.

 

DB증권의 ‘1850년대 철도 주식에서 얻는 교훈’ 보고서는 지금의 논쟁에 중요한 힌트를 준다. 당시 미국의 철도 버블은 신기술에 대한 낙관, 넘치는 유동성, 견조한 실물경제라는 세 가지 조건에서 태어났다. 1848년 캘리포니아 금광 발견으로 유동성이 넘쳐났고, 크림전쟁으로 농업 경기가 활황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버블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가 무너질 때 터졌다. 1856년 크림전쟁이 끝나자 유럽은 러시아산 곡물을 다시 수입했고, 미국 농업이 급락하면서 농지 담보대출 부실 → 은행 유동성 축소 → 철도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결국 버블의 끝은 언제나 ‘먹고사는 경제’였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최근엔 AI 관련 주가의 버블 논란이 한창인데, 그것에 대해 AI 산업 자체의 분석으로는 알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오히려 투자자가 지켜봐야 할 것은 AI를 제외한 일반 경제가 약화하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결국 AI 버블을 두려워하는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구분’이다. PC(1980년대)와 인터넷(1990년대), 모바일(2010년대) 혁신의 공통점은 모두 버블을 통과한 뒤에도 산업이 남았다는 점이다. 일례로 닷컴 버블 후에도 인터넷 보급률은 1999년 38%에서 2002년 60%로 뛰었다. 거품이 걷혀도 기술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AI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초 AI 산업에 뛰어든 한 지인은 “AI는 과거의 증기기관차와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를 먼저 선점한 사람이 향후 성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의 생각이 바뀌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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