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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네스코 "종묘 가치 훼손되면 세계위험유산 등재 고려" 경고

종묘 인근 개발 관련 언론에 첫 공식 입장 밝혀…"세계유산센터 검토 위해 한국 정부에 자료 요청"

2025.11.19(Wed) 17:39:13

[비즈한국] 서울시가 최근 종묘 앞 재개발사업지인 세운4구역의 높이 규제를 대폭 완화한 가운데, 유네스코가 종묘 인근 개발 사업에 대한 유산영향평가를 촉구하는 공식 입장을 비즈한국에 밝혔다. 유네스코는 유산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종묘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유네스코는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공식적인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네스코가 종묘 인근 개발사업과 관련해 언론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네스코가 종묘(사진) 인근 개발 사업에 대한 유산영향평가를 촉구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네스코는 유산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종묘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유네스코 대변인은 18일 비즈한국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유네스코는 종묘 주변 개발 정책의 변경, 특히 신규 개발에 허용되는 높이가 크게 증가했다는 최근 보도에 따른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유네스코는 이 사안과 관련해 세계유산센터와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에 공식적으로 정보를 요청했다. 또한 이 사안은 2026년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보존상태(State of Conservation)’ 심의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네스코는 향후 종묘 인근의 모든 개발사업이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에 근거가 되는 특징들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엄격한 ‘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s)’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평가 결과 이러한 핵심 특징들에 잠재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세계유산위원회는 해당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List of World Heritage in Danger)’에 등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종묘 앞 재개발사업지인 세운4구역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재정비촉진계획을 고시했다.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종로변 55m·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청계천변 145m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청계천변 기준으로는 건물 최고 높이가 배로 올라갔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은 2009년부터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운4구역 최고 높이 기준을 지속적으로 조정한 끝에 높이 기준을 최고 71.9m로 정했었다.

종묘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유교 사당이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 대한제국 시대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곳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1394년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뒤 이듬해 완공했다. 궁궐 왼쪽에 종묘를, 오른쪽에 사직을 둬야 한다는 주례에 따라 경복궁 왼쪽에 자리했다. 유네스코는 1995년 12월 “유교 왕실 사당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사례”라며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더불어 한국의 첫 세계유산이다.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1995년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직전에 작성한 평가서에서 “종묘 단지는 적절한 완충 지대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너머에는 상당한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세계유산으로 제안된 부지의 시야선(sight-lines)을 해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 고층 건물 건설이 허가되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는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고시에 앞서 서울시에 유산영향평가를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비즈한국에 “종묘는 유교 왕실 사당의 뛰어난 사례로서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등재 당시 자문 기구의 평가에는 이미 ‘세계유산 구역 내 시야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접 지역의 고층 건물 건설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돼 있다”며 “유네스코는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세계유산이 최고 기준으로 보존되도록 한국 당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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