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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운전석도 앞뒤도 없다" 아마존 로보택시 '죽스' 체험기

놀이기구인 듯 마주 보는 좌석, 소음 없고 안정적 주행…정체 대응, 서비스 등은 아쉬움

2026.01.05(Mon) 10:02:46

[비즈한국]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사흘 앞둔 2일(현지시각) 저녁, ‘잠들지 않는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카지노와 쇼를 즐기려는 인파로 가득한 스트립 도로 한복판에 낯선 형태의 탈것이 등장했다. 거대한 토스터기 혹은 미래형 셔틀을 닮은 이 차량은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가 선보인 무인 로보택시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제한적으로 시범 운영 중인 죽스를 직접 호출해 약 2.5마일(4km) 구간을 주행하며 ‘운전석 없는 무인차’가 제안하는 미래 모빌리티를 경험했다.

 

2일(현지시각) 저녁 탑승해본 아마존의 무인 로보택시 ‘죽스’는 안정적인 정속 주행과 탑승객 중심 공간으로 차별점이 돋보였다. 사진=강은경 기자


#52분 기다림 끝에 마주한 ‘미래’ 

 

죽스는 동명의 전용 앱을 통해 무료로 탑승 가능하다. 대신 자유롭게 출·도착지를 지정할 수는 없고 라스베이거스 내 정해진 거점을 오가는 방식으로 운행한다. 2일 기준 △리조트 월드 △에어리어15 △패션쇼 몰 △톱 골프 △엑스칼리버 호텔 △룩소르 등 6곳이 주요 거점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이 거점들은 스트립 정중앙에서 약간 비껴난 곳에 남-북으로 위치한다. 승하차 시 극심한 교통 혼잡을 피하면서도 스트립을 직선거리로 오가며 대중에 홍보가 가능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용 방식은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나 리프트와 유사하지만, 호출 단계부터 제약이 있다. 픽업 포인트에서 도보로 15분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호출 자체가 안 된다. 엑스칼리버 인근에서 호출을 시도하자 약 10분 거리인 뉴욕뉴욕 호텔 픽업 존으로 배정됐다. 금요일 저녁 7시 55분, 호출 성공과 동시에 화면에는 ‘45분+’라는 대기 시간이 떴다.

 

라스베이거스 도심의 핵심지 스트립 일대를 오가는 죽스를 금요일 저녁 호출하자 탑승까지 50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사진=죽스 앱 캡처


배정된 차량을 대기하는 동안 죽스를 향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특한 외형의 차량이 멈춰 서고 승객이 오르내릴 때마다 시선이 집중됐다. 오후 8시 47분 드디어 기자가 탑승할 차량이 도착했다. 실제 대기 시간은 안내받은 것보다 긴 52분이 소요됐다. 

 

#‘자동차’ 개념 지우고 탑승객 공간으로 거듭난 실내 

 

차량이 도착하자 스마트폰 죽스 앱에 ‘오픈’ 버튼이 나타났다. 이를 터치하자 양옆으로 슬라이딩 도어가 열렸다. 4인용 벤치 시트가 ​마주 보고 있는 실내는 ‘자동차’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자동차라기보다는 ‘신개념 이동 기계장치’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죽스의 4개 좌석은 1열과 2열 구분 없이 동일한 구조로 마주 보고 있으며, 운전석과 페달도 없는 셔틀 내지는 기계장치의 형태다. 사진=강은경 기자


재규어 등 기존 SUV 모델을 개조한 ‘웨이모’​와 달리, 죽스는 설계 단계부터 ‘운전자 없는 무인차’를 전제로 제작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다. 앞뒤 구분이 없는 데칼코마니 구조로, 운전석이나 페달, 스티어링휠은 물론 내비게이션 같은 운전자용 장치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각 좌석 옆 창문 벽면에는 주행 정보와 차량 제어를 위한 터치스크린 패널이 장착되어 있었다. 탑승 직후 문 닫기 버튼을 누르자 “전 인원이 좌석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는다”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남은 주행 시간 확인, 플레이리스트 선택, 실내 온도와 바람 세기 조절이 가능했다. 

 

각 좌석 옆면에 장착된 터치형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를 변경하거나 실내 온도 및 바람 세기 조절이 가능하다. 사진=강은경 기자


#정속 주행은 합격점, 혼잡한 픽업존서 대응은 더뎌

 

오후 8시 51분 출발한 죽스의 주행은 시종일관 침착했다. 방향지시등 소음이 전혀 없어 조용했다. 복잡한 스트립 도로에서 목적지 쇼핑몰로 진입하기 위한 비보호 좌회전도 숙련된 운전자처럼 매끄럽게 수행했다.

 

다만 경로 선택과 정체 대응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버나 리프트가 정체를 피해 우회로를 택하는 것과 달리, 죽스는 신호가 많은 스트립 중심 도로를 고집했다. 이로 인해 초기 안내된 도착 시각은 13분이었지만 9시 21분이 되어서야 주행을 마칠 수 있었다. 4km 주행에 34분이 소요된 셈이다.

 

CES2026 아마존 무인택시 ZOOX 체험 영상. 영상=강은경 기자


픽업 및 드롭 존처럼 택시와 인파가 뒤섞인 복잡한 환경에서는 대응이 지체됐다. 정차 중인 차들 사이로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인지할 때 일반 차량보다 보수적으로 멈춰 서는 경향이 있었다. 다른 승객들이 승하차하는 모습을 뒤에서 관찰해보니 방향지시등이 오락가락 작동하는 현상도 포착됐다.

 

#탑승객에 올인한 PBV, 서비스 디테일은 ‘숙제’

 

운전자도, 심지어는 운전석과 페달, 스티어링휠도 없는 무인 택시라는 점에서 안전 설계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1열·2열 구분 없이 양 좌석이 마주보는 네모난 차량 구조상 좌석 사이 중앙에서 에어백이 나오는 방식이다. 좌석 헤드 뒤쪽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에어백 작동 시 어린이가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안전벨트와 어린이용 카시트를 사용하라”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일반 차량에서도 사고 시 에어백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따르지만, 탑승객이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면 에어백 위치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워 보였다.

 

에어백 관련 안내는 좌석 헤드 뒤쪽에 부착돼 있었다. 사진=강은경 기자


주행 중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주행 중 안전벨트가 답답할 정도로 과하게 조여지는 현상이 나타나 벨트를 풀고 다시 착용해야 했다. 신호 대기 후 주행이 다시 시작되는 찰나였는데 즉각적으로 미착용 경고음이 울렸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안내는 앱이나 차량 내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죽스는 돌발 상황 발생 시 터치스크린의 ‘헬프(Help)’ 창을 통해 긴급 정차(Emergency pull over)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화면에 나타난 QR코드를 통해 문의 채널로 연결된다. 

 

#글로벌 경쟁 속 독자 노선, 상용화 문턱 넘을까

 

무인택시 죽스 탑승 체험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고무적이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는 개선점이 뚜렷했다. 45분 이상의 긴 대기 시간 동안 앱에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알기 어려웠다. 배차 후에는 차량이 어떤 동선으로 오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안내가 두루뭉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중년 부부 탑승객이 “진행이 안 된다”며 기자에게 물어볼 정도로 배차 대기 등 실시간 진행 상황에 대한 직관성이 부족했다.

 

죽스는 사람들의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사진=강은경 기자


현재까지 로보택시 시장은 웨이모가 선도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및 해외 26개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차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테슬라는 미국 오스틴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로보택시 브랜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여전히 사람 운전사나 안전 감독관이 탑승하고 있다. 바이두 소유의 ‘아폴로 고’​는 중국 시장에서 상용화됐다. 

 

​죽스는 ​2020년 아마존에 인수된 이후 기존 차량을 개조하는 대신 ‘새로운 이동 수단’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독자적인 방식을 택했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주 정부로부터 안전 운전자 없이 일반 도로 시험 운행을 승인받았다. 현재 2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독립적인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무인 운송 수단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지에서는 무인택시의 교통 체증 문제, 예측 불가능한 주행 행태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죽스가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CPUC)의 허가가 필수적이며, 자체 제작 차량을 상업용으로 운행하기 위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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