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미군의 이란 공습 가능성이라는 지정학적 긴장도 영향을 미쳤지만, IT 업종 사모대출에 투자해 온 미국 사모펀드 블루아울이 일부 펀드의 환매 구조 변경을 발표한 것이 인공지능(AI)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블루아울은 개인 투자자 대상 펀드인 ‘블루아울 캐피털 코프Ⅱ(OBDC Ⅱ)’의 분기별 환매 구조를 사실상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분기마다 순자산가치(NAV)의 5% 한도 내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예측 가능한 유동성’의 약속이 깨지면서 시장은 술렁였다.
언론에서는 ‘환매 중단’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확히는 전면 중단이 아니라 구조 조정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언론 보도에서는 ‘환매 중단’이라는 자극적일 수 있는 표현이 부각됐지만, 완전 동결이라기보다 구조 변경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유동성을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기존 5% 분기 환매와 같은 정기 환매 대신 자산 매각을 통해 전 투자자에게 현금을 반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측 가능하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는 갑작스럽게 터진 악재라기보다 누적된 압력의 결과로 봐야 한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갑작스러운 조치라기보다 2024년부터 이어진 환매 압력의 연장선에 있다”고 짚었다. 환매 신청이 반복적으로 한도를 초과하면서 비례 배분이 적용됐고, 투자자들은 신청 금액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사이 운용사는 결국 대출 포트폴리오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고 환매 구조를 바꾸는 선택을 했다.
핵심은 구조적 모순이다. 비상장 중견기업 대출이라는 장기·비유동 자산에 단기 환매 조건을 붙인 모델은 평상시에는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환매가 몰리는 순간 한계가 드러난다. 자산 가치가 급락해서가 아니라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속도가 투자자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영주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개별 펀드 차원의 조정이지만, 매크로 둔화나 디폴트 증가, 레버리지 부담 확대 등이 겹칠 경우 다른 사모신용 펀드에서도 유사한 환매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2008년 금융위기의 전조였던 BNP파리바 사태처럼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본다. BDC는 자산 커버리지 규제를 받으며 OBDC II 역시 레버리지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대형주 중심의 현금 흐름도 과거 닷컴버블 시기보다 견조하다. 황 연구원 역시 “유동성 우려는 일부 산업과 기업에 국한될 문제”라며 전방위 확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고금리 국면에서 변동금리 대출을 기반으로 높은 배당을 제공하며 각광받던 사모신용의 매력은 금리 인하 기대, 경쟁 심화, NAV 디스카운트 확대와 함께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 심리도 예전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이 사태는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모대출, 부동산 브리지론, 해외 크레딧 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미국 BDC나 사모신용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다음 달 시행되는 국내 BDC 제도는 개인이 비상장 벤처·중견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폐쇄형 상장 펀드다. 미국 BDC가 사모대출 중심의 고배당 구조라면 한국형 BDC는 지분투자 중심이라는 점에서 구조는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지분투자는 IPO나 M&A 같은 이벤트가 있어야 현금화가 가능하고, 유동성 공급자(LP)가 없는 구조에서는 거래량 부족에 따른 스프레드 확대 우려가 제기된다.
이름은 같지만 구조는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는 같다. 유동성은 약속이 아니라 시장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블루아울 사태는 부실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시험대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구조적 약점이 환매 압력 속에서 드러났다. 개인 투자자라면 ‘기관이 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안정성을 전제하기보다 자산의 만기 구조와 환매 조건, 현금화 경로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고수익 상품일수록 유동성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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