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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영화 '아바타' 실존? 현실의 '판도라'를 찾아라

프록시마 센타우리 옆 폴리페무스 행성의 위성…전담 망원경 필요 '그만큼 가치 있을까'

2025.12.02(Tue) 16:28:08

[비즈한국] 제임스 카메론의 프랜차이즈 ‘아바타’의 새로운 시리즈가 곧 개봉한다. 지난번에는 물의 세계를 다뤘다면, 이번엔 불과 재의 세계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아바타’의 주무대는 외계 행성 판도라다. 많은 관객들은 판도라가 단순한 외계 행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판도라는 폴리페무스라는 거대한 가스 행성 곁을 맴도는 위성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4.2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 곁에 폴리페무스 행성이 있는데, 그 곁을 맴도는 위성이 바로 판도라다. 최근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이 벌어졌다. 현실판 판도라를 찾으려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었다.

 

외계 행성도 아니고 외계 위성을 주무대로 설정한 건 굉장히 흥미롭다. 실제 천문학자들도 이제는 거대한 가스 행성을 맴도는 위성에서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 행성은 고작 여덟 개지만 그 곁을 도는 위성의 수는 400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목성, 토성 곁을 도는 유로파, 가니메데, 엔셀라두스, 타이탄 등 지하에 바다가 있고 대기권까지 가진 놀라운 현장이 있다. 외계 위성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면서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이 더 커졌다.

 

최근 그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현실판 판도라는 굳이 멀리 뒤져보지 않아도 태양계 바로 옆 동네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까지 6000개, 많게는 만 개 가까운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당연히 그 곁에는 더 많은 외계 위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성만 볼 게 아니라 외계 위성도 자세히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간단치 않다. 위성은 행성에 비해 턱없이 작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이 가니메데인데 그 크기는 겨우 수성 정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외계 행성을 찾는 방식을 외계 위성 사냥에 그대로 써먹기는 곤란하다. 

 

보통 외계행성을 찾는 방법은 이렇다. 중심 별 앞을 행성이 가리고 지나갈 때 별빛이 어두워지는 트랜짓을 활용하거나, 별 곁을 맴도는 육중한 행성의 중력으로 인해 별도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활용한다. 또는 행성 자체의 중력으로 주변 시공간이 미미하게 휘어지는 미시 중력 렌즈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덩치가 작은 외계 위성의 경우 세 방법 모두에서 뚜렷한 흔적을 보기 어렵다. 주변을 맴도는 무언가로 인해 그 중심에 놓인 별이 변화하는 것을 감지해야 하는데, 외계 위성은 별에 비해 턱없이 작다. 외계 위성이 별 주변에서 꼼지락거린다고 해서 별에 무언가 겉으로 보일 만한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그나마 체급이 비슷한 외계 행성의 변화에 주목했다. 중심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외계 위성이 티 나게 건드리긴 어렵겠지만, 바로 곁에 있는 행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침 프록시마 센타우리 곁에는 거대한 가스 행성이 맴돌고 있다. 정말 그 곁에 위성이 있다면 앞으로 몇 년을 관측해야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 

 

외계 행성뿐 아니라 그 곁을 도는 외계 위성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천문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NASA


천문학자들은 곁에 지구 질량의 30배 정도로 무거운 덩치 큰 위성을 두고 시뮬레이션했다. 그러자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변을 맴도는 행성의 궤도가 미세하게 요동쳤다. 행성 자체의 궤도 성분을 빼면, 순수하게 그 주변 위성으로 인한 중력 섭동의 효과를 뽑아낼 수 있다. 물론 지구 질량의 30배나 되는 위성은 우리가 기대하는 일반적인 위성은 아니다. 이 정도면 그냥 큰 행성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더 현실적인 수준의 위성을 가정하고 더 많은 실험을 했다. 

 

가정한 위성의 질량이 가벼워질수록 관측되는 행성 움직임의 뒤틀림 정도도 미미해진다. 따라서 고작 1~2년 관측해서는 유의미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궤도의 뒤틀림이 미세하게 보이더라도 그게 정말 궤도 섭동 때문인지, 아니면 평범한 관측 노이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가상의 관측 환경을 가정하고, 위성의 존재를 유의미하게 판단하기까지 얼마나 긴 관측 시간이 필요할지, 또 어느 정도로 강력한 망원경이 필요할지를 계산했다.

 

더 현실적으로 지구 질량의 절반에서 10% 수준인 더 작은 위성을 가정했다. 그 결과, 그 위성의 존재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간 관측해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야 한다. 4일에서 30일 주기를 맴도는 다양한 주기의 위성을 가정했을 때, 모두 위성의 존재와 궤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천체가 밤하늘에서 보이는 미세한 움직임의 변화를 분석하는 것을 측성학(astrometry)라고 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런 측성학 방식으로 프록시마 센타우리 곁의 외계행성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외계 위성은 적어도 지구 질량의 20%보다는 무거워야 한다. 그보다 더 가벼우면 아무리 관측을 오래해도 유의미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물론 이 정도 질량만 되어도 지구 질량의 1%밖에 안 되는 우리 달에 비해서는 훨씬 무겁다. 

 

다만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하나 숨어 있다. 이런 식으로 외계위성을 발견하려면 5년 동안 매 한 시간에 한 번씩 관측해야 한다. 더 드문드문 관측한다면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이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즉 5년 내내 별과 행성 하나만 바라보는 오직 그곳 하나만을 위한 전용 망원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고, 머지않아 인류가 탐사선을 보내 직접 그 민낯을 촬영하려고 시도하는 곳이다. 또 영화 ‘아바타’에 주무대로 등장해 많은 SF 팬들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대한 망원경의 시간을 통째로 바쳐야 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시도일까? 

 

더 거대한 망원경이라면 사정이 조금 나을 수 있다. 현재 유럽은 직경 39m에 달하는 새로운 거대 망원경, E-ELT를 건설하고 있다. 또 오직 외계 행성과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지름 6~8m의 새로운 우주 망원경 Habitable Worlds Observatory(HWO)가 한창 제작 중이다. 이런 망원경이라면 하루에 한 번 꼴로 관측해도 5년이면 그 곁에 외계 위성이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의미한 관측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빈도만 되어도 망원경이 특정 천체만 편애하는 셈이긴 하다. 

 

최근 제임스 웹은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함께 삼중성계를 이루는 알파 센타우리를 겨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외계행성의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아쉽게도 이 행성이 생명을 품고 있을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암석 행성이 아니라 가스 행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곁에 또 다른 얼음 위성이 있다면, 희망의 끈을 놓긴 이르다. 하지만 외계 위성의 생명체 가능성을 거론하기 전에, 우리가 사는 태양계 다른 행성의 위성부터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기에 가장 많이 사랑받고, 가장 많은 상상력이 펼쳐지는 무대다. 과연 이곳이 그만 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만큼 특별할까? 그만 한 가치가 있을까? 정말 그곳에 행성 너머 위성이 숨어 있을까? 

 

얼마 전까지 우린 밤하늘을 보면서 고작 별만 상상했지만, 이제 그 별 곁에 있을 수많은 행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곁을 맴도는 더 많은 수의 위성까지 상상하게 될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우주의 풍경은 변함없지만, 우린 점점 더 시끌벅적하고 바글바글한 우주를 느끼고 있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e0741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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