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겨울철 밤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로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있다. 황소자리 부근에 유난히 푸른 별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랫동안 플레이아데스는 가장 밝게 보이는 별 일곱 개가 보인다고 해서 일곱 자매, 칠공주 별로 불렸다. 그런데 최근 플레아데스에게 무려 수천 개나 되는 친척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플레이아데스를 이루는 별들은 은하수 못지않게 하늘 전역에 아주 길게 이어져 있다.
플레이아데스는 단순히 가까운 거리에 놓인 산개성단 정도로 여겨졌다. 맨눈으로는 일곱 개 정도의 밝은 별이 보이는데, 15광년 안팎의 좁은 영역 안에 약 1000개의 어린 별들이 성기게 모여 있는 곳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우리가 알고 있던 플레이아데스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플레이아데스를 이루는 별은 적어도 3000개가 더 있다. 게다가 플레이아데스의 크기도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적어도 20배는 더 거대하다!
우리 은하의 별들은 거대한 분자 가스 구름 속에서 태어난다. 가스 구름이 중력 수축을 하면서 그 안에서 하나둘 어린 원시 별이 태어난다. 거대한 구름이 더 작은 조각 여러 개로 쪼개지는 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거대한 분자 구름 곳곳에서 새로운 별들이 여러 개 한꺼번에 태어난다. 시간이 지나고 가스가 걷히고 나면, 갓 태어난 푸르고 뜨거운 어린 별들만 성기게 모여 있는 산개성단의 모습을 갖춘다. 플레이아데스도 이렇게 탄생한 산개성단 중 하나다.
산개성단에 살던 동갑내기 어린 별들은 영원히 함께하지는 못한다. 우리 은하 중력에 붙잡힌 채 크게 궤도를 돌면서 은하 전체의 중력으로 인해 산개성단의 형태가 흐트러지고 일부 별들이 성단 바깥으로 새어나갈 수도 있다.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이 발걸음 뒤로 빵가루를 흘려 놓는 것처럼, 서서히 파괴되는 성단들도 자신의 궤적을 따라 떨어져나간 별들을 흘려 놓는다. 플레이아데스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원래 함께 모여 있던 구성원들을 우리 은하 공간에 흘려 놓았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테스(TESS,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와 가이아(Gaia) 두 우주망원경을 활용해 약 한 달에 걸쳐 밤하늘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플레아데스의 친척들을 찾아나갔다. Gaia는 우리 은하 속 수많은 별들의 정밀한 거리를 재는 데 아주 탁월한 망원경이다.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임무 기간 내내 Gaia는 우리 은하수를 따라 빛나는 8억 8000만 개 별들의 정밀한 3차원 지도, 움직임을 파악했다. 재밌는 점은 TESS는 원래 다른 별 곁을 도는 외계행성을 찾을 목적으로 올라간 망원경이란 점이다. 앞서 활약한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마찬가지로 별 곁을 맴도는 외계행성으로 인해 별빛이 주기적으로 가려지고 어두워지는 트랜짓 현상을 활용한다.
그런데 별빛이 주기적으로 어두워지는 건 외계행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도 벌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별 표면에 생기는 검은 얼룩, 흑점이다. 흑점이 나타난 별이 스스로 자전하면서 흑점이 있는 쪽으로 별을 보게 되면 별은 잠시 어두워진다. 별빛이 얼마나 자주 어두워지는지를 재면 별이 얼마나 빠르게 자전하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자주 흑점이 있는 쪽을 보게 되는지, 자전 주기를 알 수 있다. 외계행성의 실루엣을 보기 위해 만든 우주망원경이 뜻밖에 별들의 자전 주기라는 새로운 정보까지 파악하게 된 것이다!
별의 자전 주기는 매우 중요하다. 보통 별들은 나이가 들면서 지쳐가고, 자전 속도도 느려진다. 별이 얼마나 빠르게 또는 느리게 자전하고 있는지를 재면 간접적으로 별의 나이를 잴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 원리를 활용해서 플레이아데스의 잃어버린 친척들을 찾아냈다!
플레이아데스의 별들은 약 1억 년 전에 태어났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친척 별들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면, 현재 플레이아데스에 속한 별들과 화학 조성도 비슷할 뿐 아니라 나이도 1억년 정도로 비슷해야 한다. 또 플레이아데스가 그리는 궤도와 거의 유사한 궤도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Gaia와 TESS로 은하수 속 별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플레이아데스와 거의 비슷한 궤도를 따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후보 별들을 골라냈다. 그다음 화학 성분을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TESS의 흑점 관측을 통해 파악한 각 별의 자전 주기를 바탕으로 현재 자전 주기가 딱 1억 년 전에 태어나서 그 사이 느려진 것으로 보이는 별들을 골라냈다! 별의 궤도, 화학 조성, 그리고 자전 주기 변화로 파악한 나이까지 모든 3박자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별들만 골라냈다! 이 모든 요소가 단순히 우연에 의해서 완벽하게 들어맞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모든 요소가 딱 맞는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플레이아데스와 기원을 같이하는 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새롭게 발견된 별들이 무려 3000개나 된다! 게다가 이 별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플레이아데스의 영역을 훨씬 벗어나, 은하수를 따라 밤하늘에 길게 거대한 띠를 그리며 이어진다.
플레이아데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 지금보다 훨씬 빽빽하고 높은 밀도로 별들이 오밀조밀 모여서 탄생했을 것이다. 현재 오리온 성단을 이루는 별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찍이 진화를 마친 별들이 초신성 폭발을 맞이했고, 그 여파로 많은 별들이 성단 바깥으로 흩어졌다. 또 지난 1억 년 동안 성단이 통째로 은하수 공간을 빠르게 누비고 다니면서 우리 은하 전체의 중력, 조석력으로 인해 성단이 길게 늘어지고 해체되는 과정을 겪었다. 그렇게 흘려보낸 별들이 플레이아데스가 가는 길목을 따라 길게 남게 되었다. 단지 다른 별들, 은하수 속에 파묻힌 바람에 오랫동안 그 모습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발견은 왜 유독 플레이아데스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재는 것이 어려웠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플레이아데스는 그 유명세에 비해 의외로 정확한 거리를 모르는 천체다. 초기 측정에서는 거리를 430광년 정도로 유추했으나, 이후 히파르코스 우주망원경이 훨씬 짧은 390광년으로 거리를 구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건 플레이아데스 성단 자체가 길게 늘어지고 해체되는 중이어서 벌어지는 오해일 수 있다. 하필이면 해체되면서 성단 속 별들의 분포가 길게 늘어진 방향이 딱 지구에서 바라보는 시선 방향과 나란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별들이 그저 좁은 영역 안에 잘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옆에서 보면 아주 길게 늘어진 모습일 수 있다. 즉 거리를 구할 때 어떤 별을 기준 별로 삼느냐에 따라서 성단까지의 거리가 들쭉날쭉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별의 자전 주기로 파악한 별의 나이를 은하수 속 별들의 지도를 그리고 그 기원을 파악하는 데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은하 주변을 휘감고 있는 별의 흐름은 그동안 보통 더 나이가 많은 구상성단, 왜소은하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나이가 많은 별들은 화학 조성이 훨씬 쉽게 구분되고, 구상성단은 은하수 원반의 다른 어린 별들과 달리 궤도가 더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은하수 원반에서 태어난 어린 별들은 일제히 원반 상에서 궤도를 돌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 속하고, 어디에서 태어난 별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반면 구상성단은 은하 원반을 벗어나 은하 헤일로 속을 누비며 확연히 다른 궤도를 그린다. 그래서 보통 성단, 왜소은하가 해체되면서 길게 남은 별의 꼬리, 흔적을 이야기할 때에는 나이가 많은 구상성단에 주목했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별의 자전 주기를 활용해 비교적 어린 별들, 산개성단을 이루는 별들의 나이를 파악하고 기원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원래는 외계행성을 사냥할 목적으로 올라갔던 우주망원경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원래 의도와 다른 색다른 발견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굉장히 기발하다. 오랫동안 우리 은하의 오래된 이야기, 은하의 고대사를 파악할 때 사용한 방법을 이제 훨씬 최근인 우리 은하의 근대사를 이해하는 도구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밤, 겨울 하늘에 파랗게 빛나는 플레이아데스를 다시 바라보자.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앞뒤로 길게 늘어진 플레이아데스의 또 다른 구성원들을 생각해보자. 한쪽 지평선에서 서서히 시선을 돌리면서 반대쪽 지평선까지 따라가며 플레이아데스가 해체되면서 흘리고 간 수많은 별들의 꼬리를 상상한다. 우리 머리 위로 선명한 은하수의 강줄기가 플레이아데스가 남긴 시냇물이 함께 흘러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e0724#sidr-main
https://science.nasa.gov/missions/tess/nasas-tess-spacecraft-triples-size-of-pleiades-star-cluster/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사이언스] 쌍성도 아니고 삼체라니! 지구 위협하는 태양계 너머 별
·
[사이언스] 2026년 우주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사이언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많은 '스타링크' 위성
·
[사이언스] 우주가 '감속 팽창'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
·
[사이언스] '이상한 성간천체' 아틀라스에 쏟아진 인류의 환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