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구도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지난 2008년 ‘네이처’에 가장 뜬금없고 충격적인 지구 종말 시나리오가 제시되었다. 일명 ‘데스스타’가 지구를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지구에 종말을 야기할지 모르는 범인으로 지목된 주인공은 무려 8400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별이었다. 지구 근처를 지나가는 소행성도 아니고, 난폭하게 요동치는 코앞의 태양도 아니고, 생뚱맞게 아예 태양계를 훌쩍 벗어난 먼 별 때문에 지구가 망할 수 있다니!
그 이유는 범인으로 지목된 별, WR 104가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잠재적인 감마선 폭발 천체의 후보로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 속 WR 104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그저 작은 점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뚜렷한 소용돌이 패턴을 보인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이 별이 강력한 항성풍을 뿜어내는 별이 하나 있고 주변에 또 다른 동반성이 머무는 쌍성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중심 별이 곧 초신성 폭발의 죽음을 앞둔 마지막 진화 단계, 볼프-레예 별(Wolf-Rayet star)일 것으로 보았다. 이 별이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되면 강력한 감마선 폭발 섬광이 방출될 것이고, 하필이면 이 쌍성계의 자전축이 딱 지구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정말 뜬금없이 8400광년 거리에 있는 별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는 갑작스럽게 우주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2008년 ‘네이처’에서 표현했듯이, 정말 영화 스타워즈 속의 데스스타와 같은 존재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용돌이를 그리며 별이 파괴되는 일은 우주 곳곳에서 벌어진다. 최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WR 70–16라는 또 다른 현장을 바라본 후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원래 천문학자들은 이곳도 WR 104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죽어가는 별과 동반성이 함께 서로를 맴돌면서 만들어진 볼프-레예 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오랫동안 숨어 있던 또 다른 별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현장은 무려 별이 세 개나 모여 얽혀 있는, 삼체의 현장이었다.
별 WR 70–16는 곧 죽음을 앞둔 볼프-레예 별이다. 소용돌이를 그리며 죽음의 춤을 추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뱀 두 마리가 서로 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집트 신화 속 뱀의 신이자 파멸의 신 이름을 따 ‘아펩(Apep)’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볼프-레예 별은 아주 난폭하고 격렬하게 자신의 물질을 우주 공간에 벗겨낸다. 이 강력한 항성풍은 너무 빨라서, 별 표면에 거의 수직으로 뿜어 나온다. 동반성과 함께 맴돌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온 항성풍의 물질이 마치 스프링클러 물줄기처럼 나선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오랫동안 이 별은 단순히 죽음을 앞둔 별 하나와 곁에 비교적 차분한 동반성 하나로 이루어진 쌍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8년 천문학자들은 세 번째 별을 발견했다. 조금 더 멀리서 두 별 곁을 맴도는 세 번째 별이 하나 더 숨어 있었다. 이곳은 쌍성이 아닌 삼중성계다. 안쪽의 인접한 두 별은 100년 주기로 서로의 곁을 맴돈다. 세 번째로 발견된 또 다른 별은 그 둘에서 1700AU나 떨어져 있다. 공전 주기가 무려 1만 년에 달한다.
워낙 느리게 움직이다보니, 처음에 이 별이 WR 70–16의 멤버가 아니라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는 떠돌이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제임스 웹 관측을 통해, 이 별도 명확하게 WR 70–16의 화려한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임스 웹이 적외선으로 바라본 WR 70–16의 사진에서 그동안 감춰있던 더 거대한 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에 알려진 한가운데 작은 소용돌이를 벗어나 훨씬 넓은 영역까지 항성풍으로 불려나간 먼지 구름의 흔적이 퍼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에서 WR 70–16의 중심에서 죽음의 왈츠를 추는 두 별의 관계는 우리가 알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천문학자들은 둘 중 하나만 죽음을 앞둔 볼프-레예 별이고, 나머지 하나는 비교적 평범한 동반성에 불과하며, 죽음을 앞둔 별이 훨씬 강력한 항성풍을 불어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두 별 모두 비슷한 수준의 맹렬한 항성풍을 불어내고 있다. 둘 중 하나만 죽음을 앞두고 있던 게 아니었다. 죽음을 앞둔 볼프-레예 별이 함께 짝을 이루고 있다. 볼프-레예 별만으로 이루어진 쌍성이었던 것이다!
제임스 웹 관측은 또 다른 놀라운 흔적을 보여준다. 사진 속 멀리 소용돌이를 그리며 퍼져나가는 항성풍의 흔적 중 일부가 마치 한 입 크게 베어 먹은 것처럼 비어 있다. 바로 그 빈 영역에 세 번째 별이 자리하고 있다. 세 번째 별도 만만한 별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별도 강력한 항성풍을 불어내어 주변 먼지 구름이 깔끔하게 쓸려가면서 일부가 텅 빈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세 번째 별에서 불어나오는 항성풍이 중심의 나머지 두 별이 만들어낸 복잡한 항성풍과 또 다른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처럼 세 번째 별과 그 항성풍의 효과를 시뮬레이션에 추가해야만 실제 관측된 먼지 구름의 아름답고 복잡한 패턴을 재현할 수 있다. 이것은 세 번째 별이 우연히 곁을 지나가는 배경 별이 아니라, 오랫동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또 다른 멤버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까지 알던 안쪽의 작은 소용돌이는 최근 100년 사이에 만들어진 구조다. 그런데 제임스 웹 관측을 통해 더 바깥에서 새롭게 드러난 더 거대한 소용돌이는 적어도 700년 전에 만들어진 더 오래된 구조다. 그리고 모든 먼지 소용돌이 껍질 구조는 해마다 빠르게 사방으로 팽창하고 있다. 최근까지 관측한 바에 따르면, WR 70–16는 기존에 알던 것보다 거리가 조금 더 멀 가능성도 있다. WR 70–16는 훨씬 더 밝은 별일지 모른다. 그만큼 이 별은 더 격렬하게 항성풍을 토해내고 있으며, 그 최후는 더 밝고 찬란하게 찾아올 수 있다. 그만큼 최후는 우리 지구에게 더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결국 이 별은 핵이 붕괴하고 눈부신 초신성 폭발을 맞이할 것이다. 이번 관측으로 확인했듯이, 중심에 죽음을 앞둔 별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다면 그 죽음은 더 격렬할 것이다. 보통 별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는 별의 중심 자전축을 따라 양쪽 방향으로 뿜어져 나간다. 만약 이 별의 자전축도 우리 지구를 정확히 겨냥한다면, 별의 최후의 순간 뿜어져나온 고에너지 우주선이 지구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지 모른다. 부디 이 별이 우리 지구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진짜 ‘파멸의 신’으로 돌변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news.2008.653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714610W/abstrac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5arXiv250714498H/abstrac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18-0617-7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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