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교과서·도서용 인쇄용지 가격 담합 혐의로 대형 제지사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한솔제지와 깨끗한나라가 백판지 가격을 동시에 10%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조사 대상과 맞물린 시점에 유사한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시기가 지나치게 공교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1월 26일 출고분부터, 깨끗한나라는 2월 1일부터 백판지 제품의 기존 할인율을 10% 축소하는 내용의 공문을 거래처에 발송했다. 형식상 ‘운영가격 조정’ 또는 ‘할인율 축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급 단가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형식은 할인율 축소, 사실상 가격 인상
한솔제지는 ‘백판지 제품류 운영가격 조정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국내외 경기 침체, 달러 강세, 원·부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들며 기존 운영 할인율에서 10%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적용 시점은 1월 26일 출고분부터다.
깨끗한나라도 유사한 내용을 거래처에 전달했다. ‘백판지류 가격 조정의 건’이라는 공문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에너지·환경·안전·품질 기준 강화를 위한 투자 부담을 언급하며 D/C율 10% 축소를 공지했다. 시행일자는 2월 1일이다.
두 회사 모두 “불가피한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할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동일한 인상 폭(10%)을 제시했다는 점, 불과 며칠 간격으로 조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번 가격 조정은 공정위가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무림SP, 무림P&P, 한국제지, 홍원제지 등 6개 제지사의 인쇄용지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직후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과 인상률을 담합한 혐의를 적용해 제재를 검토 중이다. 이르면 상반기에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조사에서는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을 맞추고,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공문 발송 시점을 달리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백판지 시장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연달아 가격을 조정하자, 시장에서는 “과거 인쇄용지 담합 사례가 겹쳐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현재까지 백판지 가격 조정 자체가 공정위 조사 대상이거나 불법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각 사가 개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고, 할인 정책 변경 역시 기업의 경영 판단 영역에 속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교육·출판 관련 종이 시장의 담합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주요 업체들이 거의 같은 시점에 동일한 폭으로 ‘할인율 축소’라는 우회적 방식을 택한 것은 시장 감시 차원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가 가능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솔제지 측은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고려하여 자체적으로 판단했을뿐으로 타사와는 관계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포장재의 종착지’ 백판지, 물가 전반에 구조적 영향
한솔제지와 깨끗한나라는 백판지 시장에서 점유율 47%, 20%(2023년 기준)로 업계 1, 2위를 차지한다. 백판지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품목은 아니지만, 식품·생활용품·의약품·화장품·가전 등 대부분의 소비재 포장에 쓰이는 핵심 중간재다. 이 때문에 백판지 가격 변동은 제조와 유통 전반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 백판지를 ‘보이지 않는 물가 전파 경로’로 보는 이유다.
인쇄업계 관계자는 “백판지는 한 번 오르면 잘 내려오지 않는 구조”라며 “인쇄용지에 이어 백판지까지 가격 부담이 누적되면, 소비자는 어느 순간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간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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