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유럽스타트업열전] 독일도 '세계로봇대전' 참전, 드디어 꺼낸 '비밀병기'

산업용 휴머노이드 '애자일 원', 얼마나 인간처럼 움직이느냐보다 '얼마나 인간처럼 일하느냐'에 방점

2026.02.12(목) 13:48:26

[비즈한국]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은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경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와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가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연일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UNITREE, UBTECH 등 중국 제조 기업들 역시 정부 지원과 거대한 내수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추격하면서 휴머노이드 경쟁은 한·미·중 중심의 기술 전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았지만 ‘메카닉 강국’ 독일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기업이 있다. 뮌헨에 본사를 둔 로봇 스타트업 ‘애자일 로보츠(Agile Robots)’다.

 

독일 로봇 스타트업 애자일 로보츠가 선보인 산업용 휴머노이드 ‘애자일 원(Agile ONE)’. 제조강국 독일에 적합한 로봇이다. 사진=agile-robots.com

 

#‘메이드 인 저머니’ 휴머노이드의 등장

 

애자일 로보츠는 지난해 11월 산업용 휴머노이드 ‘애자일 원(Agile ONE)’을 공개했다. 애자일 로보츠는 독일항공우주센터(DLR) 연구진이 창업한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정밀 제어와 로봇 조작 기술을 토대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왔다. 자동차와 기계 산업 중심의 독일 제조 생태계 속에서 발전한 만큼 화려한 시연보다 실제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자일 원 역시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로봇이다. 키 약 174cm, 무게 69kg의 이 휴머노이드는 최대 20kg을 들어 올릴 수 있으며 시속 약 7km 수준으로 이동한다. 외형만 보면 경쟁 모델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구조적 설계에서는 분명한 방향성이 읽힌다.

 

총 71개의 자유도(Degrees of Freedom)를 갖춘 관절 시스템은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손과 상체의 미세 동작 제어에 무게를 둔 것이 특징이다. 자유도는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축의 개수를 의미하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동작을 더 정교하게 수행한다. 자유도 자체가 기술 우위를 곧바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절이 많을수록 제어 난도가 높아진다.

 

애자일 원의 설계는 이동 능력보다 ‘조작 능력(manipulation)’ 확보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뚜렷한 지향점을 보여준다. 로봇 산업에서는 걷는 것보다 손을 사용하는 작업이 훨씬 어렵다고 평가된다. 물체마다 무게와 마찰, 강도가 모두 달라 미세한 힘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이컵은 찌그러뜨리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잡아야 하고, 금속 부품은 떨어뜨리지 않을 만큼 단단히 쥐어야 한다. 이러한 정밀 조작 능력은 실제 생산라인에서 로봇의 활용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애자일 원’의 관절 시스템은 총 71개의 자유도(Degrees of Freedom)를 갖췄다. 자유도는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축의 개수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동작이 더 정교하다. 사진=agile-robots.com


#조작 능력에 집중한 이유

 

이 지점에서 애자일 원은 경쟁 로봇들과 조금 다른 길을 택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고난도 동작 제어를 통해 기계적 역량을 입증한다면, 테슬라는 인공지능 학습을 기반으로 범용 노동 수행 능력을 확장하려 한다. 반면 애자일 로보츠는 반복 정밀 작업이 많은 제조업 환경을 우선 겨냥한다.

 

이는 고난도 퍼포먼스보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우선시한 설계에서 알 수 있다. 속도나 화려함보다 신뢰성을 중시하는 독일식 엔지니어링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애자일 로보츠가 강조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역시 같은 맥락이다. 화면 속 데이터를 처리하는 AI를 넘어 실제 물리 환경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힘을 조절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지능을 의미한다. 생성형 AI가 언어를 이해하는 단계에 도달했다면, 이제 로봇 산업은 물리를 이해하는 AI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독일이 가진 또 하나의 무기, 제조 생태계

 

휴머노이드가 우리 삶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을 공간은 어디일까. 많은 이들이 가정용 로봇을 떠올리지만 훨씬 현실적인 무대로 산업 현장이 거론된다. 작업 환경이 비교적 통제되고 반복 공정이 많아 로봇의 효용을 검증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박사 출신으로 애자일 로보츠를 창업한 자오펑 첸 CEO(왼쪽). 사진=agile-robots.com

 

이 점에서 독일은 주목할 만한 조건을 가진 국가다. 로봇을 개발하는 기술력뿐 아니라 실제로 로봇을 투입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이 폭넓게 형성돼 있어서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비롯해 정밀 기계와 화학, 전자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독일 전역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현재 숙련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그리고 제조 공정의 유연화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따라서 애자일 원에게 독일의 제조 현장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로봇이 진화하기 위한 최적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실제 산업 적용에서 ‘얼마나 인간처럼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인간처럼 일하느냐’를 입증해낸다면 ‘메이드 인 저머니’가 상징해온 제조 강국의 위상은 휴머노이드 시대에도 이어질 수 있다.

 

필자 이정우는 17년간 언론사 기자로 자동차, 2차전지, 중공업 등 주요 산업을 비롯해 환경, 교육, 보건복지, 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특히 모빌리티 및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산업 구조 변화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123팩토리’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정우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유럽스타트업열전] 'EU Inc.'가 유럽 창업 지도 바꾼다
· [CES 2026] '중국 로봇의 역습' 보여주기 넘어 가격표 달고 나왔다
· [CES 2026] "로봇에 구글의 두뇌 심다" 현대차, 딥마인드와 동맹 선언
· [CES 2026] "피지컬 AI가 몰려온다" 전 세계 취재진 경악한 '언베일드' 현장
· [유럽스타트업열전] 2025년 결산 'EU 인공지능법이 바꾸는 산업 지형'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