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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30조' 눈앞인데…삼성전자 임단협이 멈춘 곳은 '성과급 산식'

초기업노조 "성과급 투명화·상한 폐지 미수용" 교섭 중단…EVA vs '영업이익 20%' 공방

2026.02.16(Mon) 15:47:21

[비즈한국] AI(인공지능)발 메모리 호황이 반도체 업황의 ‘룰’을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분기 영업이익 30조 원 고지에 근접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 안에서는 “얼마를 더 받느냐”가 아니라 “무슨 기준으로 나누느냐”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중심 의제로 부상했다. 실적이 커질수록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규칙이 곧 노사 리스크이자 지배구조 이슈로 번지는 전형적인 국면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2조 5305억 원, 매출은 111조 4113억 원으로 추정된다. 사진=임준선 기자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2조 5305억 원, 매출은 111조 4113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 분기 ‘20조 클럽’을 밟은 뒤 불과 한 분기 만에 ‘30조 고지’에 도전하는 그림이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영업이익 28조 2892억 원, 매출 42조 8807억 원 수준이 거론되며, 양사가 동시에 ‘분기 30조’에 근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초호황’의 체감은 내부에서 엇갈린다. 특히 삼성전자 노사 교섭이 성과급 제도에서 난항을 겪는 이유는, 성과급이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투자·배당·현금흐름과 맞물린 배분 규칙이기 때문이다. 업황이 좋아질수록 구성원 기대치는 커지는데, 회사의 제도는 투자(자본비용)와 주주환원까지 고려해 성과급 재원을 산정한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교섭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라 ‘산식’으로 이동한다.

 

실제 갈등의 방아쇠는 지난 13일 당겨졌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핵심 요구안인 성과급 투명화 및 상한 폐지가 이번 교섭에서 수용되지 않았다”며 노사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공동교섭단의 다른 축은 대화 지속 입장을 내며 교섭은 ‘단일한 중단’이라기보다 노조 내부 온도차까지 드러낸 상태다.

 

#EVA냐, 영업이익이냐…성과급 산식 ‘힘겨루기’

 

현재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산정 기준이다. 공동교섭단은 OPI 책정 방식을 EVA(경제적부가가치) 대신 영업이익의 20%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연봉의 50%로 설정된 성과급 상한도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EVA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 사용 비용(자본비용) 등을 고려해 ‘진짜 남는 이익’을 계산하는 개념이다. 설비투자가 큰 산업일수록 EVA 기반 산정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호황 국면에서 설비투자도 같이 늘면, 구성원이 기대하는 ‘이익 증가 폭’이 성과급으로 그대로 전이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AI 경쟁이 CAPEX(설비투자)와 수율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성과급이 영업이익에 기계적으로 연동될 경우 투자·재무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여기서 성과급은 ‘복지’가 아니라 경영의 내부 규칙이 된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큰 기업에서, 산식 변경은 ‘어느 조직이 더 가져가나’로 연결되기 쉽다. 같은 실적 호황이라도 누가 ‘룰’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배분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사 협상은 제도 설계 권한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성격이 바뀐다.

 

#호황기 노사 리스크의 핵심은 ‘파업’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

 

겉으로는 ‘임단협 진통’이지만, 기업 리스크 관점에서 더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이다. 성과급 산식이 매년 교섭의 전장이 되면, 구성원은 “올해도 결국은 바뀌나”라는 기대·불만의 롤러코스터를 반복하게 된다. 회사도 인건비(현금 유출)와 투자 계획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설계하기 어려워진다.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는 시장 분위기에서, 성과급 확대는 곧 배당·자사주와의 우선순위 논쟁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복수노조 체제다. 초기업노조가 교섭 중단을 선언했지만 다른 노조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교섭의 결절점’이 복잡해졌다. 교섭 구조가 다층화될수록, 회사가 합의안을 도출해도 현장에서 수용되는 속도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AI 메모리 수요가 끌어올린 호황이 단발성이 아니라면, 성과급 논쟁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과제가 된다. 호황이 길어질수록 성과 공유 요구는 커지고, 동시에 기업은 투자와 재무 규율을 강조할 유인이 커진다. 그 사이에서 성과급 산식은 매년 정치화되기 쉽다.

 

삼성전자의 이번 임단협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은 이미 ‘분기 30조’라는 숫자를 향해 달리고 있다. 다만 그 숫자가 커질수록, 회사 안에서는 ‘돈’이 아니라 ‘룰’이 갈등의 중심이 된다. 초호황의 진짜 시험대는 실적 발표가 아니라, 그 실적을 어떤 기준으로 분배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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