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가 조현범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을 계기로 경영 전면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회사는 2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조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히는 동시에, 기존 각자대표 체제를 당분간 박종호 대표이사(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사회 부담 최소화’다. 회사는 “최근 가족 간 문제가 회사 운영 이슈로 비화해 이사회의 순수성,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회사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고 이사회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임을 단순한 자리 정리로만 보기 어려운 건, 오너 개인 리스크가 ‘이사회 운영의 적법성’ 문제로 전이되는 흐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사 보수’다. 올해 1월 법원은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 처리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고 관련 결의를 취소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쟁점은 상법상 ‘총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규정인데, 조 회장이 자신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관여한 것이 위법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이 판결이 확정되는지, 그리고 그 여파로 조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언론 보도 기준 약 47억 원)의 반환 문제까지 현실화되는지에 따라, ‘보수’ 이슈는 곧바로 ‘책임’ 이슈로 확장될 수 있다.
여기에 주주대표소송까지 얹혔다.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는 조 회장이 구속 기간 중 거액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회사에 약 5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연대에는 과거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오너 일가 내부 갈등과 소수주주 행동이 ‘같은 안건’ 위에서 만나면, 회사 입장에선 주총과 이사회가 매번 소송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가 된다.
이 지점에서 오너 리스크의 성격이 바뀐다. 일반적인 오너 리스크가 ‘형사 사건’이나 ‘평판’ 중심이라면, 한국앤컴퍼니 사안은 ‘거버넌스 절차 리스크’가 전면으로 올라왔다. 사내이사이자 최대주주인 총수가 특정 안건에서 이해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순간, 의결권 행사부터 결의의 효력까지 법적 공격 포인트가 생기고, 한 번 판결이 나오면 다음 주총에서도 동일한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즉 오너 개인 문제를 ‘회사 시스템의 결함’으로 번역해내는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조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그 통로를 좁히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적어도 ‘이사’ 신분에서 비롯되는 이해상충 논란은 줄어들고, 이사회는 ‘총수의 법적 리스크’가 아니라 ‘이사회 중심 운영’이라는 명분으로 정상 가동을 시도할 수 있다. 회사가 “절차적 논란으로 회사 전체가 소모전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하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본연의 의사결정과 사업 실행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오너 리스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한, 주주총회와 지배구조 이슈는 계속해서 회사의 ‘상시 리스크’로 남는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전면 후퇴’가 아니라 ‘리스크 격리’가 실제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사회가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운영되더라도, 주주연대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주주제안, 책임 추궁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거버넌스 이슈는 한동안 정기 주총의 중심 의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번 사임은 오너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주총 절차와 보수 결정 구조, 이사회 독립성 논란으로 번지고, 다시 주주 행동과 소송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한국앤컴퍼니가 말한 ‘이사회 부담 최소화’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면, 다음 단계는 개인의 거취가 아니라 이사회·보수·주총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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