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마감을 하루 앞두고 비반도체 부문 노동조합이 법원에 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도체(DS) 부문에 수억 원대 특별성과급이 집중된 반면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DX) 부문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노조 내부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일부 주주단체까지 성과급 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주주총회 소집과 무효확인 소송을 추진하는 등 합의안 통과 이후에도 진통이 지속될 전망이다.
#공정대표의무 위반 주장…정당성 문제 제기
삼성전자 비반도체 부문 직원 중심의 제3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2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및 투표 배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재용 위원장은 “공동교섭단의 대표노조가 소수노조의 평등권과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소외된 DX 부문 조합원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동행노조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이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투표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해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동행노조는 스마트폰·가전·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노조로 조합원 수는 1만 3000명 수준이다. 이들은 당초 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임금협상에 참여했지만, 협상이 반도체 사업 중심으로 흘러가고 DX 부문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공투본에서 이탈했다.
동행노조 측은 초기업노조가 잠정합의안 발표 직후에는 찬반투표 참여를 요청해놓고, 투표일을 앞두고 돌연 “투표권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동행노조는 이 같은 행위가 노조법상 공정대표의무 위반이자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법원이 27일 오전 10시 투표 종료 전에 심문기일을 지정해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투표 중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투표 절차가 일시 중단되거나 기존 투표의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동행노조는 이번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및 투표무효 확인소송, 공정대표의무 위반 제기도 예고했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후속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 90% 돌파…DX 부문 소외감은 ‘현재진행형’
공동교섭단 내 찬반투표는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2일 오후 2시 시작된 투표는 이날 오전 초기업노조(투표권자 5만 7305명)의 투표율 90.81%, 전삼노(투표권자 8187명) 84.76%를 기록해 합산 90%를 넘겼다. 투표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되고 투표권자 과반 참여에 과반 찬성 시 잠정합의안은 최종 확정된다.
투표 요건은 사실상 충족된 상태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80~90%가 DS 부문 소속인 데다, 동행노조는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만큼 결과적으로 합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27일 투표 종료 직후 조합원들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오전 10시 30분 무렵 취합한 결과를 공동교섭단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본질은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에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되 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지급 한도는 두지 않는 구조로 설정됐다.
올해 삼성전자가 연간 영업이익 300조 원을 달성할 경우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특별경영성과급 약 5억 5000만 원에 기존 OPI까지 총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도 DS 부문 공통 재원의 40%가 배분돼 약 1억 6000만 원의 특별경영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DX 부문 직원들은 기존 OPI를 제외하면 600만 원 수준의 자사주(상생협력기금 형태)를 받는 데 그친다. 메모리사업부 대비 100배 이상의 격차다. 동행노조는 DX 부문 직원 5만 명(지난해 말 기준)의 목소리가 이번 찬반투표에서 배제됐다고 강조한다.
비반도체 부문 일부 직원들은 앞서 지난 15일 수원지법에 2026년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이들은 공동교섭단이 요구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규약상 총회 의결 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DX 부문 반발과 함께 주주단체의 법적 공세가 맞물리며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은 합의안 가결 후에도 완벽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동행노조의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며 성과급 합의안 관련 무효확인 소송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방식이 조세권을 우회하는 위법 행위이며, 세후 배당가능이익의 분배권은 주주에게 귀속되므로 성과급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반투표 완료 후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주주명단 확보에도 착수한다.
주주운동본부는 26일 언론에 “동행노조가 투표 중지 가처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주주운동본부의 무효확인 소송 대상 역시 (노조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후로 미루게 됐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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