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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5000만 광년 우주거대구조 필라멘트가 돌고 돌고 돌고…

필라멘트 방향과 은하 회전축 나란한 채 엄청난 속도로 회전…'어린' 필라멘트 통해 우주거대구조 탄생 이해

2026.03.09(Mon) 16:22:08

[비즈한국] 우주는 회전한다. 행성도 돌고, 별도 돌고, 은하도 돈다. 그렇다면 은하 여러 개가 모인 더 거대한 구조도 빙글빙글 돌 수 있을까? 최근 천문학자들은 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회전하는 우주의 거대구조를 발견했다. 무려 5000만 광년 길이로 펼쳐진 우주거대구조의 거대한 필라멘트가 통째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아프리카 사막에 서 있는 미어캣 전파 망원경들이 우주의 한편을 겨냥했다. 64개의 전파 망원경으로 함께 하늘을 훑어보며 먼 우주에서 은하들의 지도를 그리는 MIGHTEE 관측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특히 전파는 은하가 품고 있는 신선한 수소 가스를 보는 데 탁월하다. 수소는 앞으로 은하가 얼마나 더 많은 별을 탄생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약 1억 4000만 광년 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수소 가스를 많이 머금은 은하 14개를 발견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은하들이 우주 공간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 대략 550만 광년 길이로 은하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줄줄이 이어진 이 14개의 은하들은 훨씬 거대한 우주거대구조 필라멘트의 일부였다. 이 필라멘트는 이미 앞서 다른 가시광 관측으로 확인된 은하들의 지도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280여 개의 은하가 줄줄이 이어진 이 거대한 필라멘트는 그 길이만 5000만 광년에 이른다.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는 일명 ‘은하들의 고속도로’라고도 불린다. 우주 탄생 직후, 태초에 자글자글한 밀도의 요동이 존재했다. 태초부터 조금이나마 중력이 강한 지역을 향해 사방에서 물질이 빠르게 모여들면서 필라멘트가 이어진다. 이렇게 이어진 우주거대구조의 고속도로를 따라 많은 가스 물질과 암흑 물질이 모여들고, 그 속에서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은하들이 하나둘 맺힌다. 거대한 그물처럼 필라멘트가 얽힌다는 뜻에서 이것을 우주의 그물, 코스믹 웹(Cosmic Web)이라고도 부른다. 오늘날의 많은 초고해상도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은 이렇게 코스믹 웹이 형성되는 과정을 아주 완벽하게 재현한다.

 

이번에 발견된 필라멘트가 더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커서만은 아니다. 두껍고 기다란 필라멘트가 통째로 회전하고 있어서다! 전파를 활용한 수소 가스 관측은 각 은하의 회전 속도와 방향을 더 확실히 알려준다. 은하 원반이 빙글빙글 돌면서 그 중 절반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그러면서 절반은 청색편이, 절반은 적색편이를 겪는 도플러 효과를 보인다. 이를 활용해 천문학자들은 14개 은하들의 회전축이 그들이 속한 거대한 가스 필라멘트의 방향과 놀라울 정도로 나란히 정렬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라멘트에 속한 은하들의 회전과 필라멘트 전체의 회전을 함께 보여주는 그림. 이미지=Lyla Jung


이 결과는 기존 시뮬레이션에서 흔하게 재현되는 필라멘트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보통 시뮬레이션에서는 외부에서 추가로 작용하는 힘 없이, 오로지 중력에 의해 물질이 모여들고 필라멘트 속에서 은하가 탄생한다고 가정하면, 그 안에서 빚어지는 은하들의 회전 방향은 별다른 경향성을 가질 이유가 없다. 아무렇게나 무작위하게 분포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구조는 필라멘트의 방향을 따라 너무 완벽할 정도로 은하들의 회전축이 아주 나란하게 정렬되어 있다. 

 

이것은 은하가 탄생할 때, 필라멘트의 방향에 큰 영향을 받는 추가적인 효과가 함께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라멘트의 방향을 따라 가스 물질이 함께 흘러들어가고, 그 가스의 흐름 속에서 은하가 빚어지고 있다면 이렇게 일관되게 은하들의 회전축이 정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필라멘트 속 각 은하의 회전뿐 아니라 아예 이 필라멘트 자체까지 통째로 회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로 천문학자들은 필라멘트에 속한 모든 은하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다란 필라멘트를 따라 절반은 필라멘트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나머지 절반은 가까워지는 쪽으로 움직이는 패턴을 보였다. 필라멘트가 통째로 110km/s의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 이 속도는 현재 서로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고 있는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상대적인 속도와 맞먹는다. 길이 5000만 광년에 이르는 거대하고 두꺼운 필라멘트, 우주거대구조의 한 가닥이 통째로 충돌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두 은하의 속도에 맞먹는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껏 발견된 가장 길고 가장 거대한 우주의 회전 구조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필라멘트가 유난히 뚜렷한 회전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비교적 젊은 구조여서일 수 있다. 이번 필라멘트에는 새로운 별을 위한 재료에 해당하는 수소 가스를 많이 머금고, 내부의 운동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일관된 스핀을 보이는 은하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른바 역학적으로 아직 차가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주거대구조가 형성되고 필라멘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비교적 초기 단계의 ‘이제 막 형성된’ 어린 필라멘트인 셈이다. 그래서 막 개통한 은하들의 고속도로를 따라 한창 흘러오던 가스 흐름의 영향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고, 그 안에서 빚어진 은하들도 뚜렷하게 나란히 정렬된 스핀 방향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꽈배기처럼 꼬이면서 회전하는 우주거대구조의 필라멘트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AIP/A. Khalatyan0 J. Fohlmeister


이번 발견은 우주거대구조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그 안에서 은하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있는지를 기존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준다. 한창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는 어린 성운을 바라보면서 별의 탄생을 이해하는 단서를 캐내듯, 우연히 발견한 비교적 어린 코스믹 웹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우주거대구조의 탄생을 이해하는 셈이다. 그동안 시뮬레이션으로만 유추할 수밖에 없었던, 이제 막 연결되고 이어지고 있는 우주거대구조, 코스믹 웹이 새롭게 형태를 갖춰가는 현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우주가 완전히 완성된, 모든 형성 과정을 끝마친 세계가 아직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다시 깨닫는다. 여전히 우리 우주는 구석구석 잘 살펴보면, 한창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있는 곳들이 많이 숨어있 다. 심지어 길이 5000만 광년에 이르는 거대한 코스믹 웹조차 말이다. 얼핏 보면 우리 우주는 진화가 다 끝나고 서서히 식어가며 죽어갈 날만 기다리는 지루한 세계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새로운 모습과 구조를 빚어가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발견은 최근 이어지는 베라 루빈 망원경, DESI 관측과 같은 우주 전역의 방대한 은하들의 지도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실제 우주거대구조의 지도를 완성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그물처럼 모든 은하들이 길게 이어진 필라멘트를 따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필라멘트 가닥 하나하나가 심지어 빙글빙글 꼬여들어가며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머지않아 우리는 단순히 은하들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그 정적인 공간 분포만을 보여주는 우주거대구조의 지도를 넘어서, 각각의 필라멘트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고 꼬여들어가는지 개별 움직임까지 표현한 더 방대한 지도를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가상의 우주에서 물질이 모여들고 우주거대구조의 골격이 선명해지는 과정을 보는 것처럼, 이제 그 놀라운 광경을 실제 우주에 그대로 접목해서 그려내고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44/4/4306/8363602?login=fals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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