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789년 영국 해군 장교 존 헌터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오리너구리를 목격했다. 비버의 몸통에 오리 주둥이를 가진 이상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다른 생물학자들은 헌터의 주장을 믿지 못했다. 다른 동물을 억지로 꿰매서 만든 가짜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리너구리는 실존한다. 그 모습은 진화의 미싱링크를 연결하는 듯 신비롭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우주 끝자락에서 일명 ‘오리너구리 은하’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은하의 종류에도 속하지 않는 이상한 은하다.
오리너구리는 그 특징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갈퀴, 부리, 털, 모두 평범하다. 문제는 그런 특징이 한 동물에서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오리너구리 은하도 마찬가지다. 이 은하가 보이는 개별적인 특징은 다른 천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오직 단 한 가지 천체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건 전례 없는 현상이다.
이 천체가 보이는 특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은하라기보다는 점광원에 가까울 정도로 작고 빛이 밀집되어 보인다. 두 번째, 은하의 적색편이가 아주 크기 때문에 매우 먼 우주 끝자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은하 스펙트럼에서 방출선이 관측되는데, 방출선이 퍼진 폭이 매우 좁다.
사실 첫 번째 특징과 두 번째 특징을 함께 보이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다. 천문학에서는 퀘이사라고 부른다. 별처럼 아주 작게 보이지만, 적색편이가 3.6에서 5.4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가까운 별일 가능성은 완벽히 배제된다. 대신 매우 먼 거리에서 아주 밝게 빛나는 퀘이사에 가깝다. 이 천체는 우주의 나이가 고작 12억~18억 살밖에 되지 않았을 때 존재했다. 현재 우주 나이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아주 어린 시기에 존재한 초기 우주의 천체다.
퀘이사가 아주 먼 거리에 있음에도 관측되는 이유는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퀘이사가 대부분 중심에 난폭한 블랙홀을 품고 있다고 추정한다. 초기 우주의 은하 중심에서 다량의 가스 물질을 한꺼번에 집어삼키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심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한꺼번에 막대한 에너지를 토해낸다. 그런데 이번에 관측된 오리너구리 은하를 단순히 활동성 은하핵을 품은 퀘이사라고 단언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세 번째 특징 때문이다. 중심에 빠르게 가스 물질을 집어삼키면서 성장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품고 있다면, 은하 중심에서는 가스 물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맴돌게 된다. 이런 가스 물질의 빠른 움직임은 매우 큰 도플러 효과를 일으킨다. 도플러 효과는 빛을 내는 물체가 움직이면서 우리가 관측하게 되는 빛의 파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보통 이렇게 빠르게 맴도는 가스 물질을 품고 있는 천체에서는 큰 적색편이와 청색편이가 함께 벌어지고, 스펙트럼은 파장이 더 짧고 긴 쪽으로 고르게 퍼져 보인다. 그래서 스펙트럼의 방출선도 양쪽 파장으로 넓어져 보인다.
그런데 오리너구리 은하들의 방출선은 매우 좁고 뾰족하다. 전형적인 퀘이사에서 볼 수 없는 당황스러운 특징이다. 오리너구리 은하들은 평범한 퀘이사에 비해 방출선이 훨씬 좁고 어둡다. 단순한 퀘이사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른 가능성도 없진 않다. 중심에 난폭한 블랙홀을 품은 활동성 은하들은 우리가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방출선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중심에서 빠르게 맴도는 가스 물질이 정면으로 보이는 방향에서 보게 되면 방출선이 양쪽으로 넓게 퍼진 모습이 되지만, 중심이 짙은 먼지로 가려져서 외곽에서 느리게 맴도는 물질만 보게 되면 방출선이 훨씬 좁게 관측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큰 문제가 벌어진다. 방금 말한 방식의 활동성 은하핵은 지금까지 점광원의 형태로 관측된 적이 없다. 대부분 길쭉한 모양으로 관측된다. 은하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옆에서 바라볼 때 방출선이 좁은 활동성 은하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아홉 개의 수상한 천체는 퀘이사로도, 옆에서 바라본 활동성 은하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그 무엇도 아니다. 우리가 지금껏 본 적 없고, 경험한 적 없는 낯선 무언가다.
이들의 정체를 설명하는 더 놀라운 마지막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제임스 웹 사진에서 거의 점광원에 가깝게 보이는 이유는 정말 너무너무 멀어서일 수 있다. 은하의 스펙트럼은 그 안에 사는 별빛의 스펙트럼이 혼합된 결과다. 이번에 발견된 아홉 은하 중에서 하나를 제외한 여덟 개는 모두 일반적인 은하에서 보는 스펙트럼의 형태와 유사하다. 이를 근거로 다시 새롭게 계산해보면 이런 가능성이 남는다.
사실은 아주 젊은 별들만으로 이루어진 은하일 수 있다. 심지어 우주의 나이가 고작 1억 년밖에 안 된 때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질량이 가벼운 별 3억 개 정도가 모여서 우리 은하 주변 소마젤란은하 정도로 질량이 작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매년 태양 질량의 두 배 수준으로 꾸준히 별이 태어나는 중이다. 이 시기에 태어나는 별들은 아직 중원소 함량이 훨씬 낮고, 우리 은하에서 관측되는 것과 비교해 최대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이 마지막 가능성이 사실이라면, 오리너구리 은하들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정말 어린 은하, 사실상 은하의 씨앗이 발아하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건 오늘날 우주의 진화를 설명하는 시뮬레이션 우주론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흥미롭다. 보통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은 태초부터 작은 은하들이 빠르게 충돌과 병합을 반복하면서 덩치를 키우는 방식으로 우주 진화를 재현한다. 이 과정을 은하의 계층적 병합 과정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주에 있는 거의 모든 덩치 큰 은하는 이렇게 빚어졌다고 추정한다.
그런데 의외로 빅뱅 직후 극초기 우주는 평화로웠을 가능성이 있다. 초기 은하들이 아주 혼란스러운 병합을 반복하지 않고, 홀로 서서히 성장하면서 씨앗이 발아하는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 제임스 웹으로 연이어 발견한 작고 붉은 점들의 정체와 연결 고리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적어도 초기 우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이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뿐이다.
참고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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