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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막 내린 세티 프로젝트가 남긴 '유산' 100개

외계 문명 신호 '최종후보' 남아…대규모 후속 연구 필요

2026.02.23(Mon) 18:24:06

[비즈한국] 지구 바깥 외계 문명이 흘려보내고 있을지 모를 신호를 찾겠다는 대담한 목표로 시작된 SETI. 하지만 아쉽게도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SETI의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컴퓨터가 노는 시간을 빌려서 방대한 전파 신호를 분석하는 데 활용하고자 했던 SETI@home 프로젝트다. 그리고 최근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그 거대한 프로젝트의 최종 분석 결과가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의심스러운 신호가 몇 개 발견되었다. 

 

 

천문학자들은 지금은 무너진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으로 우주 전역에서 많은 전파 신호를 수집했다. 대부분 자연 현상에 의한 신호였지만 그 중에는 어쩌면 우리가 찾는 외계문명에 의한 인공 전파 신호가 섞여 있을지 모른다. 패턴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인공 신호로 의심되는 것을 걸러내는 작업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너무 많았고, 제한된 전산 자원으로는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1999년 SETI@hom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지구 전역의 많은 시민들의 컴퓨터를 분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버클리대학 연구진이 SETI 데이터 분석을 시도하던 당시, 마침 분산 컴퓨팅 기술이 연구되고 있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지구인들의 도움을 받아 SETI@hom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불과 며칠 만에 100개국 넘는 나라에서 외계인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20만 명 넘게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다. 1년 만에 외계인 사냥꾼의 수는 200만 명을 넘었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쓰지 않고 화면 보호기가 켜지는 잉여 시간 동안 각 개인의 컴퓨터는 외계인의 신호를 찾아 헤맸다. 

 

지난 20여 년 동안 120억 개가 넘는 신호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중에서 우선 자연 신호를 걸러내고 인공 신호를 찾는다. 특히 아주 짧은 시간에 갑자기 강한 전파 신호가 새어나오는 현상을 주목한다. 이건 일반적인 자연 현상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신호에 외계인이 만든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중 절대다수는 인간의 신호다. 인공위성이나 주변 도시 잡음에 섞인 신호도 섞여 있다. 도시의 조명이 별빛을 잠식하듯, 이미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구의 하늘은 전파망원경에도 시끄러운 잡음으로 가득한 세계다. 그런 잡음을 비집고 흘러들어온 외계인의 미미한 신호를 찾아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햇크릭 전파 천문대의 앨런 망원경 집합체(ATA).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를 위해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관측하는 곳이다. 사진=seti.org

 

최근에는 자연 현상에서도 순식간에 강한 전파 섬광이 새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멀리서 터지는 초신성 폭발이나 감마선 폭발 천체들이다. 그래서 실제 외계 문명의 신호가 아님에도 의심스러운 신호처럼 보이게 하는 거짓 양성 신호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전파뿐 아니라 인접한 파장의 다른 전자기파 영역에서도 관측 가능한 흔적을 남긴다. 따라서 전파 신호가 포착된 순간 비슷한 방향에서 감마선, 엑스선 등 다른 빛도 함께 검출되었는지를 추가로 확인하면 폭발을 동반한 자연 신호인지, 아니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인공 신호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신호를 분석하기 전, 일명 버디라고 부르는 가짜 신호 3000개를 먼저 학습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가짜 신호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것들부터 먼저 솎아내고 남은 신호를 분석했다. 지난 20년간 철저하고 지난한 분석이 이어졌다. 120억 개의 신호 중에서 100만 개의 신호를 걸러냈고, 그 중에서 더욱 의심스러운 신호를 1000개로 걸러냈다. 그리고 드디어 최종 후보 100개가 선정되었다. 가장 유망한 신호들이다. 

 

일단 천문학자들이 기대했던 올바른 주파수 영역에서 포착된 신호들이다. SETI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당시,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외계 문명이 파장 21cm(1420MHz) 근처의 중성 수소선에서 전파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성분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지다. 따라서 기술 문명이라면 필연적으로 이 전파의 존재를 알아챌 것이다. 또 주파수 기준을 공유하기도 쉽다. 만약 서로 다른 문명 간의 통신에 성공한 외계 종족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이 보편적인 전파를 활용할 확률이 높다. 또한 이 전파는 지구 대기권에 가로막히지 않고 넘나들 수 있는 빛이고, 성간 물질에도 잘 흡수, 산란되지 않는 빛이기 때문에 먼 거리를 가로질러 소통하기에 유리하다. 

 

또 천문학자들은 단 한 번 폭발하듯 터지는 전파가 아니라 마치 의도를 갖고 날아오는 펄스 신호처럼 맥동하는 신호에 주목했다. 한편 외계 문명이 있는 곳이라면, 중심에 별을 두고 궤도를 도는 행성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그 행성의 전파 신호는 규칙적인 도플러 효과를 함께 보여야 한다. 행성이 별 주변을 맴돌면서 지구에서 관측하는 전파 신호가 규칙적으로 적색편이와 청색편이를 겪게 된다. 이런 규칙적인 변화까지 함께 벌어지고 있다면, 더욱 외계 문명의 신호로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고 살아남은 유망한 신호가 100개나 있다.

 

지금은 붕괴되어 망가진 아레시보 망원경.

 

이제 100개의 신호를 더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아쉽게도 아레시보 망원경은 무너졌고 폐기되었다. 대신 지구에 있는 또 다른 거대한 전파 망원경들이 남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현재 중국에 있는 지름 500m의 거대한 전파 망원경 FAST로 비슷한 다른 신호를 찾고 있다. FAST는 아레시보 망원경보다 여덟 배나 더 강력하다. 그래서 이번 분석으로 걸러진 최종 100개의 후보 신호가 날아온 방향을 FAST로 다시 바라보면서, 신호마다 15분씩 정밀 관측을 수행한다. 정말 확실히 인공 신호라고밖에 볼 수 없는 신호를 최종적으로 걸러낼 예정이다. 머지않아 FAST 관측의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물론 최종 결과가 나왔을 때,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도 있다. 이미 잠시 설레었다가 실망한 사례가 많다. 유명한 와우 신호 사건도 결국 그 정체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고 미스터리로 남았다. 최근 몇 년 사이 그 정체가 우연히 그쪽 하늘을 지나간 혜성이었다거나, 지구 대기권에 반사된 인공위성의 신호였다거나, 또 다른 별의 전파를 본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올 뿐, 이미 시간이 지나버린 지금 그 정체를 확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와우 신호의 정체를 알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최초 목격 이후 단 한 번도 다시 포착하지 못해서다. 

 

바로 그래서 체계적이고 전 지구적인 대규모 탐색이 절실하다. 단순히 한 곳에서만 운 좋게 포착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세 곳 이상에서 동시에 포착해야 신호를 검증하고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외계 지적 문명의 신호를 탐색하는 임무는 SETI에서 브레이크스루 리슨으로 넘어갔다. SETI의 못 다 이룬 꿈과 정신을 이어받아 대신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대규모로 우주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곧 완공될 대규모 전파 망원경 어레이 SKA,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서 머지않아 적어도 이런 외계 지적 문명 탐색이 쓸모있는 짓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 기대하고 있다. 외계문명은 과연 존재할까?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존재 여부를 정말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어쩌면 쓸모없는 짓일지 모르지만, 이런 쓸모없는 짓이야말로 재밌는 게 아닐까. 

 

맨 처음 SETI 프로젝트가 가동되던 당시, 인력은 겨우 여섯 명뿐이었다. 초반에 수집한 데이터는 대부분 제대로 분석조차 못 하고 폐기된 경우도 많다. 어쩌면 그때 이미 외계 문명의 신호가 들어왔지만, 부족한 예산과 자원으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놓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계 문명을 탐색하고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과연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 이토록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일까? 그들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쓸데없는 헛수고로 끝나겠지만, 결국 찾게 된다면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도전으로 기억될 것이다. 결국 그 운명은 이 프로젝트의 최종 성공 여부에 따라 달려있다. 

 

참고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scienceadviser-final-spark-seti-hom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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