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회의에서 겪은 일이다. 나이 지긋한 부장이 한참 젊어 보이는 임원을 깍듯이 대한다. 임원은 부장에게 존댓말을 하기도 하고 말을 놓기도 한다. 옆에서 듣고 있으면 나이 지긋한 부장이 쩔쩔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후배가 임원으로 승진했고, 선배는 부장으로 남았다. 선배 부장은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승진에서 누락된 선배는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혹 같이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직급이 높은 후배가 선배를 일부러 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평범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곤 한다. 피라미드 구조에서 모든 사람이 상급자가 될 수 없다. 후배가 먼저 승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승진을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니 말이다. 결국에 어떤 구성원은 조직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고 더 해줄 것도 없는 거추장스러운 존재, 즉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이러한 주제는 대단히 불쾌하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는 대체로 인사팀 직원이 대단히 얄밉게 묘사된다.
그러나 사용자, 즉 회사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M&A가 일상화된 최근의 경영환경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필자가 법률 실사에 관여한 여러 M&A에서는 중복된 부서와 인력이 발생했고, 시간의 차이만 있었을 뿐 구조조정이 수반됐다.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구조조정은 어떻게 하며,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그리고 각각의 방식에서 수반되는 근로기준법상 쟁점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을 알면 근로자로서도 대응할 논리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구조조정 근거를 살펴보고자 한다.
구조조정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주제가 아니다. 소수의 사람이 은밀하게 관여하고 전격적으로 집행한다. 단어 자체로 저항감을 야기하는 구조조정보다는 인력 효율화, 조직 개편 등의 문구로 순화해 표현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임에도, 어떠한 과정에서 집행되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회사의 경영 상황 악화가 있다. 현재는 양호하나 향후 있을지 모를 경영 악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단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는 많은 논란을 야기한다. 두 번째로 조직개편, 지점 축소·통폐합, 특정 사업 또는 부서의 폐지 등이 있다. 세 번째는 고연차 위주의 구조조정을 통한 인사 적체 해소, 조직 슬림화 등이 있다. 그밖에 글로벌 본사 또는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도 있다.
구조조정의 방법으로는 △정리해고 △희망퇴직 △합의 사직이 있다. 정리해고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말하는데, 이는 근로자 개인은 물론 관련 업종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엄격한 제한이 있다. 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고 ②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해야 하며 ③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상자 선정 기준을 거치고 ④ 근로자 대표에게 50일 전에 통지 후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의 10% 이상 해고할 때는 노동부에 정리해고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해고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재고용 의무를 부담한다.
미국의 경우 해고의 자유가 인정된다. 그래서 사업 폐지는 물론 프로젝트 취소, 보직 해임만을 이유로도 해고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해고는 금지된다. 미국 뉴스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자리(보직)가 없어지면 사람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과거 대법원은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적어도 기업 재정상 심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개연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고(2018두44647), 해고 사유로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과거에 비해 더 넓게 인정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리해고는 엄격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므로 회사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회사는 해고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구조조정, 즉 ‘희망퇴직’과 ‘합의사직(권고사직)’을 이용한다. 희망퇴직이란 임직원으로부터 퇴직 신청을 받고 회사의 최종 승인을 거쳐 퇴직 합의를 하는 제도를 말한다. 희망퇴직은 인원 규모를 줄이고자 할 때, 상대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 이용한다. 회사는 법상 산정된 퇴직금보다 더 나은 조건(위로금 등)을 제시해 신청자를 모집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쟁점은 다음과 같다. 근로자의 희망퇴직 신청에 사용자의 강요나 종용이 개입될 경우, 실질적으로 해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근로자는 사용자의 승인이 있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철회할 수 있으나, 사용자의 승인 후에는 신청을 철회할 수 없다. 사용자는 합리성의 범위 내에서 희망퇴직 승인 여부에 재량권이 있다. 따라서 핵심 인력이라고 판단해 희망퇴직 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적법하고, 이러한 이유로 근로자가 사용자의 불승인에 대해 다툰 사안에서 법원은 사용자의 판단을 존중하곤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민감한 영역은 합의사직이다. 회사가 특정 직원에게 퇴직을 권하고, 상호 합의하에 고용관계를 종료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합의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그러한 이유에서 형식적으로는 사직을 위한 협상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해고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면담 과정에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 “거취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고 하는 등 단정적인 표현을 하면서 압박하거나, 사무실에서 책상을 빼고 출입증을 회수해 사무실 출입을 금하는 등 갑작스럽게 기존 수행 업무를 중단시키면 해고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합의 사직은 엄연히 근로자의 자발적인 사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자가 아직 사직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인사 조치를 발령하거나, 급여 지급을 중단한다면 이 역시 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회사에는 경영의 문제이고, 근로자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그 경계선은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자의 선택이 자발적인 것인지, 아니면 이미 내려진 결론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 생각해 보면, 해고의 적법성 여부는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이지만 판단기준은 명쾌하지 않다. 노무 사건이 힘들고 첨예한 감정 대립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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