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4년 11월 기업공시 작성 기준 개정으로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사용 현황을 공개하는 ‘일·생활 균형 공시제(워라밸 공시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2025년 3월 사업보고서(사업연도 2024년)부터 제도 도입 여부와 사용 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정부가 워라밸 실현을 위해 실근로시간 단축과 업무 수행 방식 개선을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은행권의 유연근무제 활용 현황을 살폈다.
기업은 워라밸 공시제에 따라 사업보고서에 유연근무제 활용 여부와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원격근무제(재택근무 포함) 사용자 수를 공시하고 있다. 시차출퇴근은 기존의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이며, 선택근무는 1개월 평균 근로시간이 1주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1주 혹은 1일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선택근무제가 시차출퇴근제에 비해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에 유리한 제도로 분류된다. 원격근무는 주거지나 출장지와 가까운 곳에서 모바일 기기 등으로 근무하는 방식을 뜻한다.
국내 주요 은행의 워라밸 공시를 확인한 결과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모두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었지만 세부 활용 방식은 달랐다. 직원 수는 연 1회 이상 유연근무제를 사용한 직원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직원이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원격·재택근무제를 모두 사용한다고 공시한 곳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었다.
유연근무제 사용 직원 수는 신한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한은행에서는 시차출퇴근 9722명, 선택근무 2393명, 원격·재택근무 6명으로 총 1만 2121명이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국민은행에선 시차출퇴근 1005명, 선택근무 139명, 원격·재택근무 32명으로 총 1176명이 사용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난 후 원격·재택근무제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국민은행의 원격·재택근무 사용자 수는 2022년 3948명에 달했으나 2023년 1018명에서 2024년 200명, 2025년 32명으로 크게 줄었다. 신한은행에서도 사용자 수는 2022년 364명에서 2023년 61명, 2024년 17명, 2025년 6명으로 급감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일부 제도만 활용했다. 하나은행은 시차출퇴근(538명)과 원격·재택근무(11명)만, 우리은행은 시차출퇴근(1만 2557명) 이용자 수만 명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격·재택근무는 코로나19 이후 하지 않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하루 9시간, 주 52시간 내에서 근무하되 출근 시간을 1~3회차로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의 유연근무제 사용자 비율은 은행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유연근무제 사용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하나은행으로 전체 직원 총 1만 1837명(단시간 근로자 제외) 중 4.6%에 그쳤다. 그 뒤를 이어 국민은행은 1만 5389명 가운데 7.6%를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유연근무제를 적극 사용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으로, 전체 직원 1만 2781명 중 94.8%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우리은행도 1만 4203명 중 88.4%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유연근무제 사용률이 90%를 넘는 곳이 있는 반면 지방은행에서는 유연근무제를 아예 운영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대구 기반의 아이엠뱅크와 BNK금융 계열의 경남은행은 사업보고서에 유연근무제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신한금융 계열의 제주은행은 유연근무제를 운영한다고 명시했지만, 3년(2023~2025년) 연속 사용자 수가 0명이었다. 다만 2022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121명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한 것으로 공시했다.
나머지 지방은행 중에서는 JB금융 계열의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BNK금융의 부산은행에서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세 은행 모두 시차출퇴근제 사용자만 있었으며 광주은행이 136명으로 사용자가 가장 많았고 전북은행은 44명, 부산은행은 36명이었다. 전체 직원 대비 사용률은 광주은행(1759명)이 7.7%, 전북은행(1432명)이 3.1%, 부산은행(2295명)은 1.6%였다.
한편 이재명 정부가 노동자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주 4.5일제 근무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기업의 실노동시간 단축과 유연근무 도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 고용노동부는 노사 합의로 임금 감소 없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노동자 1인당 연간 최대 720만 원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아울러 근무시간 외의 업무 지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유연근무 사용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도 추진한다.
과거 주 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던 금융권은 지난해부터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주 4.5일 도입 논의를 이어왔다. 다만 금융 소비자의 불편 가능성과 정부 가이드라인 미비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 은행권에선 일명 ‘주 4.9일제’로 불리는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을 도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점에서는 운영 종료 이후에도 잔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근무시간 단축으로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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