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인류의 달 탐사 역사에서 다시 한번 설레는 장면이 펼쳐졌다. 아주 오랜만에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달 너머까지 비행한 뒤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반세기 동안 잠잠했던 유인 달 탐사의 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번 아르테미스 2호 미션의 성공 뒤에는 여전히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중요한 고민이 남아 있다. 달로 다시 가는 일은 분명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지만, 그 도전은 단순히 과거 아폴로의 영광을 반복하는 게 아니다. 아르테미스는 아폴로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거대하며, 훨씬 위험한 숙제를 우리 앞에 던졌다.
아폴로 미션과 아르테미스 미션의 가장 큰 차이는 달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에서 갈린다. 아폴로는 달에 도착해 하루에서 사흘 정도 머문 비교적 짧은 탐사였다. 우주비행사들은 달 표면에 착륙해 암석을 채집하고, 깃발을 꽂고, 발자국을 남긴 뒤 지구로 돌아왔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위업이었지만, 전체 임무의 성격만 보면 아폴로는 ‘방문’에 가까웠다.
반면 아르테미스는 처음부터 달에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체계를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아르테미스의 목표는 달에 잠깐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달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가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NASA가 공식적으로 말하는 장기적인 ‘lunar presence’, 곧 달에서 인간이 지속 가능하게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이 계획의 핵심이다.
이 원대한 구상에서 한때 가장 중요한 축으로 여겨졌던 것이 루나 게이트웨이였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달 주변을 도는 작은 우주정거장이다. 달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지구와 달 표면, 더 나아가 심우주를 연결하는 중간 기점으로 삼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원래 계획에 따르면 게이트웨이는 ‘near-rectilinear halo orbit’, 줄여서 NRHO라고 불리는 매우 특이한 궤도를 따라 달 주변을 돌 예정이었다. 이 궤도에서 게이트웨이는 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때 달 표면에서 약 1500km까지 다가가고, 가장 멀리 떨어질 때는 약 7만 km까지 멀어진다. 대략 일주일 주기로 길게 찌그러진 타원형의 헤일로 궤도를 도는 방식이다.
이처럼 기묘한 궤도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우선 최근 달 탐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달 남극 지역에 접근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달 주변을 돌면서도 지구와의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아 안정적인 통신을 유지할 수 있다. 달과 지구의 중력을 함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궤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료도 상대적으로 적다. 겉으로 보기에 NRHO는 장기 달 탐사를 위한 매우 영리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타원 궤도에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달 표면에 착륙하고 싶을 때마다 게이트웨이 궤도와 달 표면 사이를 오가려면 상당한 궤도 변경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게이트웨이가 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구간에서는 속도도 가장 빠르다. 이때 착륙선이 달 표면에서 다시 이륙해 게이트웨이와 랑데부하고 도킹하려면 매우 수준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게이트웨이는 우주인을 달 주변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해주는 영리한 방법인 동시에 달 착륙 자체의 난도를 더 높이는 방식이다.
결국 NASA는 2026년 3월 아르테미스 2호 발사를 앞두고 이 계획을 크게 수정했다. 게이트웨이 계획은 사실상 전면 중지됐다. 대신 달 표면에 직접 착륙해 아예 달 기지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간단히 말해 달 주변에 정거장을 먼저 지어 거점으로 삼는 대신, 달 표면에 다시 발자국을 남기고 곧바로 인프라를 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달을 전초기지로 삼아 개척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비교적 안전한 중간 완충지대는 사라진다. 원래 게이트웨이는 일종의 물류 허브이자 안전한 숙소이며, 우주선의 정비소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그 단계를 건너뛰고 처음부터 달 표면에 기지를 세우는 방식은 훨씬 거칠고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앞으로 이어질 아르테미스 후속 미션에서 이러한 대대적인 계획 변경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인류는 달의 적도나 다른 지역이 아니라 굳이 달의 남극을 향하려는 것일까. 그곳에 달에서 가장 탐스러운 ‘노른자 땅’이 있기 때문이다.
달 남극 근처에는 영구 음영 지역, 즉 수십억 년 동안 햇빛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 있다. 이런 곳은 혜성이나 소행성이 남긴 휘발성 물질, 특히 물 얼음을 오랫동안 붙잡아둘 수 있다. NASA는 최근 LRO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이런 곳에 얼음이 생각보다 더 넓게 분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만약 이 얼음을 녹여 물로 만들 수 있다면, 우주비행사들이 마시는 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물을 분해해 로켓 연료로 쓸 수소와 산화제로 쓸 산소를 얻을 수도 있다. 물은 방사선 차폐 재료로도 활용된다. 달 남극의 섀클턴 크레이터와 에이트켄 분지 주변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얼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햇빛이 없다는 뜻이다. 물은 있을지 몰라도 태양광 발전에는 매우 불리한 환경이다. 그래서 NASA는 최근 달 기지 구상과 함께 달 표면의 전력 인프라, 사실상 원자력발전소 건설까지 포함한 대담한 계획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달에 눌러앉아 살겠다는 말은 단순히 착륙선 하나를 보내겠다는 뜻이 아니다. 발전소, 창고, 통신 시설, 수리 공간까지 모두 갖춘 하나의 생활권을 세운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아르테미스 미션은 아폴로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계획이 된다. 우주비행사 몇 명을 보내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아르테미스는 사실상 달로 포장 이사하는 것에 가깝다. 아폴로처럼 사람 몇 명과 장비 조금, 그리고 도시락 몇 개를 싣고 다녀오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여러 차례에 걸쳐 화물을 나르고, 인프라를 먼저 깔고, 전력을 확충하고, 표면 작업 환경을 다진 뒤에야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그래서 NASA는 최근 다양한 민간 기업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민간 착륙선들이 지나칠 정도로 거대하고 과감해 보인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기반 달 착륙선은 초대형 우주선을 거의 그대로 달에 세우는 개념이다. 블루 오리진과 노스럽 그러먼이 제안하는 착륙선 역시 높이가 10m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이다. 특히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거대한 달 착륙선은 높이가 수십 m에 달하며, 우주비행사가 꼭대기와 바닥 사이를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방식까지 제안한다. 물론 달의 중력은 지구보다 훨씬 약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높은 착륙선에서 사람과 장비가 오르내리는 일에는 여전히 안전 문제가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어쩌면 앞으로 달 표면에서는 토요타나 제너럴모터스 같은 기업이 만든 월면차가 굴러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달 기지에 수많은 기업 로고가 붙는, 이른바 우주 대광고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인류의 달 귀환은 국가 주도의 과학 탐사이면서 동시에 민간 기업의 기술과 자본에 점점 더 깊이 의존하는 프로젝트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효율적인 선택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위험한 의존인지는 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는 귀환이다. 달에 사람을 보내고, 기지를 짓고, 그곳에서 생활하게 하는 일도 어렵지만, 임무를 마친 우주인을 무사히 지구로 돌려보내는 기술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은 여전히 매우 위험하다. 아르테미스 미션의 오리온 캡슐은 지구로 귀환할 때 대기권 상층에 거의 마하 35의 속도로 진입한다. 대기권과 접촉하는 순간 승무원은 최대 약 3.9g의 중력가속도를 받는다. 수천 도에 이르는 플라즈마가 캡슐을 감싸면서 약 6분 동안 통신이 끊긴다.
우주선이 대기와 부딪히며 속도를 줄일 때, 우주선의 막대한 운동 에너지는 충격파와 압축 가열을 통해 열에너지로 바뀐다. 흔히 대기권 재진입을 단순히 공기와의 마찰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주선 앞쪽의 공기가 엄청난 속도로 압축되면서 주변이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재진입 캡슐에는 극한의 열을 견딜 열차폐막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리온 캡슐의 열차폐막 기술에는 여전히 고민과 한계가 있다. 오리온의 열차폐막은 단순히 열을 막는 단열판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열차폐막은 일부가 타고 분해되면서 스스로를 희생해 우주선을 지키는 방어막이다. 오리온과 과거 아폴로 미션은 에브코트(Avcoat)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이 소재가 강하게 가열되면 내부에서 화학적 분해가 일어나고 많은 양의 기체가 방출된다. 기체가 표면으로 빠져나오면서 일종의 보호막을 만들고, 겉에 남은 탄화층은 추가적인 열이 캡슐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다시 말해 오리온의 열차폐막은 단순히 열을 버티는 장치가 아니라, 스스로를 태워 없앰으로써 더 많은 열이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구조다.
지난 아르테미스 1호 미션 때 바로 이 열차폐 방식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아르테미스 1호는 이른바 ‘스킵 엔트리’ 방식을 사용했다. 대기권 상층으로 곧바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대기권을 스치듯 들어갔다가 물수제비처럼 다시 살짝 튀어 오른 뒤 마지막으로 재진입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최종적으로 캡슐이 바다의 어느 지점에 떨어질지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중간 구간에서 발생했다.
열차폐막은 첫 번째 진입 때 이미 매우 뜨겁게 달궈졌다. 내부에서는 계속 가스가 방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캡슐이 다시 잠시 대기권 바깥쪽으로 올라가면서 열차폐막 표면의 탄화층이 충분히 열리지 못한 채 내부 가스 압력만 쌓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내부 압력이 계속 올라갔고, 그 압력이 열차폐막의 약한 부분을 밀어내면서 곳곳에서 균열과 박리 현상이 나타났다. 한마디로 너무 뜨거워서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애매하게 뜨거운 구간을 지나며 내부 가스가 빠져나갈 조건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2호는 조금 다른 궤적을 따라 재진입을 시도했다. 아르테미스 2호가 선택한 방식은 ‘로프티드 리엔트리’라고 부른다. 스킵 엔트리보다 더 직접적이고 단순한 방식이다. 핵심은 열차폐막 내부에 가스 압력이 누적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중간에 대기권 바깥으로 다시 살짝 올라오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열차폐막 내부 압력이 위험하게 쌓이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 변경 덕분에 아르테미스 2호에서는 열차폐막이 더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었다.
NASA는 궁극적으로 아르테미스 귀환 캡슐조차 여러 번 재활용해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다. 비용을 줄이고, 더 자주, 더 안전하게 달에 다녀오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주선을 재사용하려면 열차폐막의 내구성과 안전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야 한다. 열차폐막의 생산 품질을 얼마나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실제 재진입 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남은 중요한 숙제다.
귀환 캡슐은 우주선인 동시에 보트가 되어야 한다. 우주 공간에서는 우주선이고, 지구 대기권을 빠르게 통과할 때는 비행체이며, 마지막으로 바다에 스플래시다운(착수)할 때는 배가 되어야 한다. 아폴로 시대에 NASA는 실제로 멕시코만에서 우주비행사를 캡슐 안에 태운 채 이틀 동안 바다에 띄워두는 실험도 했다. 구조가 늦어질 경우 캡슐은 최대 이틀 동안 승무원을 안에 태운 채 바다를 떠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캡슐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에어백을 터뜨려 다시 세워야 한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해치가 제대로 열려야 하고, 승무원은 멀미와 더위 속에서도 안전하게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아르테미스 미션은 머지않아 인간이 달을 다시 찾아가고, 심지어 달에 눌러앉아 살아가는 미래를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아직 무엇을 더 해결해야 하는지, 무엇을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지도 분명히 드러낸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달 남극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할 수 있을까. 중간 기점 역할을 하려던 루나 게이트웨이의 공백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지나치게 민간 기업에 의존하는 전략은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더 많은 승무원을 더 자주 달에 보내게 된다면 귀환 캡슐과 착륙선이 충분히 버틸 수 있을까. 지구로 돌아오는 순간, 그 뜨거운 압축과 플라즈마의 지옥을 인간이 얼마나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달로 돌아가는 길은 인류의 찬란한 미래를 향한 길이지만, 동시에 기술과 안전, 비용과 전략이 모두 얽힌 냉정한 현실의 길이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가 달에 가는 방식은 얼마나 달라질까. 달에서 살아가는 우주인들의 생활은 얼마나 풍족해질까. 아르테미스 미션의 운명은 단순히 우주 탐사의 성공 여부를 넘어, 인류가 우주에 어떻게 정착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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