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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그렇다, 또 UFO 이야기다

천문학자들, 음모론적 용어 대신 과학적 접근 가능한 '미확인 공중 현상' UAP로 부르자 제안

2026.04.08(Wed) 09:31:04

[비즈한국] 지난 2월 멕시코 상공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비행 물체가 포착되었다는 글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흐릿한 저화질의 사진이 아니라, 아주 선명하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면 정말 지구의 물건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이상한 장치가 주렁주렁 달린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드디어 가장 선명한 UFO 사진이 찍혔다면서 난리가 났다. 하지만 사실 이건 다른 원본 사진에 누군가 AI로 보정을 한 것이다. 원본으로 알려진 다른 사진을 보면, 훨씬 흐릿하다. 금속 기계 장치라기보다는 비닐 풍선처럼 보인다. 일부 사람들은 그 정체가 할리우드 글씨가 새겨진 슬레이트 모양의 행사 풍선이었을 거라 추정했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UFO를 기다린다. 그리고 저 우주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는 외계인이 지구를 몰래 구경하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왜 이렇게 우리는 UFO를 기다리는 걸까? 대체 얼마나 외롭길래, 하늘에서 뭐만 봤다하면 서둘러 그 안에 외계인을 자꾸 태우려 드는 걸까? 그리고 과연 UFO의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천문학적 증거는 없을까?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이 터부시한 UFO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1994년 1월 17일 새벽 4시경, LA에 강한 지진이 벌어졌다. 도시 전체는 정전되었다. 잠을 자던 시민들은 깜짝 놀라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날 새벽, 911에는 UFO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당황스럽게도 그 정체는 새벽하늘에 나타난 은하수였다. 평소 눈부신 도시 불빛 탓에 숨어있던 은하수가 드러나면서, 생전 은하수를 본 적 없는 LA 시민들이 선명한 은하수를 보고 UFO라고 겁을 먹었던 유명한 사건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밤하늘에서 평소 익숙지 않은 무언가를 보면, 곧바로 UFO를 떠올린다. 그 정체는 평범한 구름일 수도, 별이나 금성일 수도, 멀리서 지나가는 비행기였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 지구를 몰래 훔쳐 본 외계인의 우주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UFO를 본격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을까? 놀랍게도 조사한 적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프로젝트 블루북’이다. 이 프로젝트는 1952년에서 1969년까지,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보고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UFO 목격담을 수집하고 조사한 것이다. 수만 건에 이르는 다양한 목격담을 수집했고, 가끔 현지에 조사관이 파견 나가 다양하게 조사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평범한 별이나 행성을 보고 착각하는 등 사람들의 착각 또는 의도적인 거짓말로 결론이 났다. 물론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례도 소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명확한 사진이나 영상 증거가 없이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지했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도 확실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설령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안에 섣불리 외계인을 태우는 건 올바른 결론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많은 것을 착각한다. 오해에서 비롯된 UFO 스캔들은 지금도 벌어진다. 제일 흥미로운 것 중 하나로, 2019년 7월 샌디에이고 인근 바다에서 USS 러셀 구축함 감시병이 포착했다고 알려진 일명 ‘피라미드’ UFO 영상이 있다. 영상을 얼핏 보면 야간 투시경으로 촬영한 영상 속 하늘에서 흐릿한 삼각형 물체가 불빛을 깜빡이면서 비행한다. 단순한 자연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고, 정말 무언가 인공적인 비행 물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가장 허무하게 풀린 사례 중 하나다. 카메라 조리개를 줄이면, 삼각형 모양으로 구멍이 만들어지는데 어두운 환경에서 먼 빛을 담으면 조리개 모양으로 빛의 잔상이 만들어진다. 또 영상 속 빛이 깜빡이는 패턴은 정확히 미군의 전투기 불빛이 깜빡이는 패턴과 일치한다. 따라서 이 영상은 구름 낀 밤하늘에서 카메라 조리개를 줄인 상태로, 인근의 비행기 불빛이 새어 들어오면서 착각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2019년 7월 샌디에이고 인근 바다에서 USS 러셀 구축함 감시병이 포착했다고 알려진 일명 ‘피라미드’ UFO.


그렇다면 사람들이 하늘에서 무언가 이상한 걸 봤다고 하면, 모조리 다 착각으로 치부하고 무시해도 되는 걸까? 바로 여기에 UFO 논의에 대한 중요한 고민이 있다. 과학적으로 볼 때, 사람들의 머리 위에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어떤 지능을 가진 존재가 조작하는 비행 물체일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단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지구나 우주의 자연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포착한 붉은 번개 레드 스프라이트.


대표적으로 1880년대부터 오랫동안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 붉은 번개, 레드 스프라이트(Red sprite)가 있다. 아주 드물게 몇몇 사람들은 하늘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번쩍하고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붉은 번개를 봤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사라졌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려웠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포착이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사람들의 착각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1989년 처음으로 사진에 전설 속의 레드 스프라이트가 포착되었고, 그 이후로 초고속 카메라들이 등장하면서 레드 스프라이트는 사실로 확인되었다. 최근에는 지구 주변을 맴도는 국제 우주정거장 카메라로도 가끔씩 포착된다. 

 

이 현상은 지상에서 번개가 발생할 때 상층 대기의 독특한 조건이 갖춰지면 벌어지는 현상으로 추측하는데,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 머리 위에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또 존재조차 확실치 않은 다양한 자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최근 천문학자들은 UFO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미확인 비행 물체라는 표현에는 어떤 지적 생명체가 탄 인공적인 우주선일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다른 자연 현상일 가능성은 애초에 배제한다. 그래서 오히려 고지식한 천문학자들이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들고, 과학적인 분석 자체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최근 천문학자들은 UFO라는 표현 대신 미확인 공중 현상이란 뜻에서 UAP라는 대안을 제안한다. 섣불리 그 안에 외계인을 태우지 않고, 이해하지 못한 자연 현상일 가능성까지 고려하면서 더 전통적이고 체계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할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UFO의 지구 방문 가능성에 회의적인 천문학자부터 UFO의 열렬한 팬까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 아직 우리 머리 위에 기존 물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을 거라는 여지를 남겨 UAP에 대한 논의가 처음부터 음모론으로만 취급받지 않게 하는 동시에, 외계인이 아니라 일반적인 다른 자연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여지도 열어두기 때문이다. 

 

UFO 안에 외계인이 있을 거라 의심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고리타분한 천문학자나, 이들 모두에겐 공통점이 있다. 드넓은 우주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아 숨쉬고, 심지어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또 있을 거라 기대한다. 단지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조우할지 그 방식에 대한 상상이 다른 것일 뿐, 나도 당신도 모두 이 우주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이 외로움이 어떻게 풀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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