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며칠 전, 오랜만에 지구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에 주목한 순간이 있었다. 태양을 가린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달이 숨는 개기월식 덕분이었다. 한 시간 동안 거뭇하고 붉게 물든 달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을 보면서, 우리 모두 별에서 시작된 존재라는 사실을 돌이켜볼 수 있었던 것 같아 뿌듯했다. 내심 사람들의 눈길을 밤하늘로 향할 수 있도록 몸소 멋진 월식 공연을 선보여준 보름달에게 고맙기도 했다. 조만간 다시 한번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달에 주목하는 날이 올 것이다. 곧 반 세기 만에 다시 사람이 달에 가는 아르테미스 미션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미 진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하게 돼서 참 안타깝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면, 오랜만에 사람을 태우고 달 궤도를 빙 돌아 무사히 돌아온 아르테미스 2호의 후기를 기분 좋게 들려주었을 텐데. 아쉽게도 아르테미스 2호는 발사 직전 기술적 문제가 발견되었고, 결국 또 다시 연기되었다. 게다가 NASA는 아르테미스 미션에 대대적인 변화를 발표했다. 실망스러운 소식이 잇따르자, 일부 과학자들은 NASA가 밀고 있는 차세대 발사체 SLS가 애물단지가 될지 모른다는 염려를 보인다. 과연 인류는 무사히 다시 달에 가는 도전을 성공할 수 있을까?
아르테미스 2는 원래 지난 2월 발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헬륨 탱크가 누출되는 문제가 발견돼 발사가 중지됐다. 발사는 3월로 연기되었지만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모든 연료를 다 채우고 정말 마지막에 진행하는 웻 드레스 리허설에서 마지막 29초를 남겨두고 카운트다운까지 했다. 하지만 또 다시 헬륨 탱크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발사는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서두른다면 4월 안에 발사를 시도할 수 있겠지만, 귀중한 우주인들의 목숨까지 달려 있는 만큼 더 조심스러워도 괜찮을 것 같다.
가장 최근 발사 시도에서 벌어진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아예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다시 조립동으로 이동하는 롤백 조치까지 취해졌다. NASA는 1960~70년대 아폴로 미션 이후, 차세대 로켓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우주 발사 시스템(SLS, Space Launch System)을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했다. 그런데 이 SLS가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아폴로와 아르테미스 미션의 가장 큰 차이는 달에 가는 이유에 있다. 아폴로 때는 달이 최종 목적지였다. 그리고 달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지구를 떠난 우주인 세 명 중 두 사람만 달에 발자국을 남겼고, 고작 몇 시간에서 하루이틀에 불과한 시간만 달에 머물다 곧바로 돌아왔다.
아르테미스 미션은 달이 아닌 화성을 내다본다. 달에 우주인이 몇 달에 걸쳐 생활할 수 있는 전초 기지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미션에는 아폴로 때보다 우주인이 한 명 더 늘어 더 넓은 오리온 우주선이 탑재된다.
그런데 탑재체와 달리 발사체, SLS는 아폴로 시대에 비해 눈에 띄게 발전된 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돋보이고 체감할 수 있는 발전은 대부분 발사체가 아니라 오리온 우주선 쪽에서 나왔다. 오리온 우주선은 밀리초 단위까지 섬세하게 작동하는 비상탈출 시스템을 갖췄고, 네 명의 우주인이 최대 21일까지 생활할 수 있다. 현대식으로 개선된 생명 유지 장치와 방사선 보호장치를 갖췄다. 그에 비해 SLS는 아폴로 때 사용한 새턴 V 로켓과 비교해서 확연하게 발전한 점을 찾기 어렵다.
새턴 V 로켓은 저궤도에는 최대 125톤까지, 달 궤도에는 최대 50톤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SLS Block 1B 발사체는 달까지 최대 38톤에서 46톤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따라서 발사체가 나를 수 있는 최대 중량만 비교해보더라도 SLS가 기존의 새턴 V를 압도한다고는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현재 NASA가 계획한 초반 네 번의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SLS 발사와 오리온 우주선의 운영을 포함해 매번 발사 한 번에 42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이건 단순한 발사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일 뿐, 지난 10여 년간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그 열 배에 이른다. 더군다나 SLS 로켓은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처럼 재활용할 수 없어 비용을 절감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음에도 눈에 띄는 발전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돈만 더 축낸다는 점은 NASA의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히 혁신을 시도하는 대신, 기존의 기술적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NASA는 앞선 새턴 V 로켓과 우주왕복선 개발 과정에서 익힌 기술적 유산을 그대로 받아들여 계승하는 것이 아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단순히 기존의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임무를 위해 모든 부품을 재설계하고, 다시 인증하고 통합하는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SLS는 검증된 과거의 기술을 종합한 안전한 로켓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억지로 뒤죽박죽 결합되면서 복잡성만 증폭된 측면이 없지 않다.
또 2010년 당시 NASA는 SLS 로켓 개발 과정에서 최대한 기존의 계약, 투자,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강제했는데, 이러한 제약이 오히려 로켓의 혁신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NASA의 로켓 개발은 단순히 우주를 향한 도전이 아니라, 그 일대 산업 기반과 기술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먹거리다. 혁신을 이유로 정치인들이 자신의 표를 포기하면서까지 기존의 산업기반을 무시하는 선택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일자리를 비롯한 여러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이유까지 겹치면서, SLS 로켓 개발은 NASA의 기존 산업기반을 유지하고 먹여 살리는 목적으로 활용됐고, 유의미한 혁신을 이루지 못한 채 기존의 오래된 기술에 머무르게 만든 측면도 있다.
아폴로 미션이 벌어지던 때와 시대적인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다. 사실 아폴로 미션 때도 안타깝고 아슬아슬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 아폴로 1호 테스트 당시 갑작스러운 화재로 인해 안타깝게 우주인 세 명이 희생됐고, 발사 과정에서 낙뢰를 맞아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아예 산소 탱크가 폭발한 일도 있었다. 결국 첫 유인 비행은 아폴로 8호에 와서야 시도됐고, 실제 달 착륙은 아폴로 11호가 성공했다.
그럼에도 아폴로 미션이 더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뒤쳐질 수 없다는 정치적 공감대가 있었고, NASA의 우주 개발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 국민이 크게 불만을 갖지 않았다. 우주인의 희생이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되는 시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체제 경쟁이라는 이유만으론 막대한 예산을 우주 개발에 쏟아붓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관심은 다양해졌고, 심지어 우주 개발을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람의 목숨도 전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 검증되지 않은 로켓에 섣불리 사람을 태워서는 안 된다. 모든 위험이 완벽히 사라질 때까지 더욱 철저하고 조심스럽게 검증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아직 발사대를 떠나지 못했다. 특히 헬륨 탱크 쪽에서 누출 사고가 자주 벌어지면서 고질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1단 로켓뿐 아니라 상단부에서도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이에 대한 조치를 하고 있다. 연이은 발사 연기와 기술적 결함 문제로 인해 NASA는 아르테미스 미션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발표했다.
NASA는 SLS 로켓의 문제가 로켓 개발 시간이 너무 길고 충분히 많이 발사되지 않아서라고 판단했다. 현재 방식으로는 평균 3년에 한 번꼴로 발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NASA는 SLS 로켓을 더 많이 만들어 최소 10개월에 한 번꼴로 발사하고 기술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수립했다. 연이은 발사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한 스페이스 X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또 SLS 로켓을 지금의 Block 1B로 표준화해서 모두 똑같이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래는 발사를 시도할 때마다 조금씩 성능을 개선하고 개량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더 빠르고 자주 발사하기 위해 굳이 변화를 주지 않고 매번 똑같이 표준화된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SLS 로켓을 10개월에 한 번씩 뽑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ASA는 당장 아르테미스 3호 때부터 사람을 태우고 달에 착륙까지 시도하는 대담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3호의 달 착륙 시도는 취소했다. 대신 지구 저궤도에서 달 우주선과 랑데뷰, 도킹을 연습하게 된다. 아르테미스 미션은 스페이스 X와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아직은 다음 달 착륙에서 어느 회사의 달 착륙선을 사용할지 확정하지 않았다. 아르테미스 3호 미션에서 지구 저궤도까지 우주선을 올린 다음 블루 문 마크 또는 루나 스타쉽과 랑데뷰, 도킹을 시도하는 리허설을 할 예정이다. 새로운 로켓, 우주선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거대한 SLS 로켓을 만들어놓고 고작 지구 저궤도까지만 올라가는 리허설을 한다는 점에서 과연 유용한 방식일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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