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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안드로메다은하 옆에 나타난 푸른 가스구름의 정체

순수한 가스구름? 작은 성운? 멀리 있는 거대한 천체? '유령 성운' 가능성 높아

2026.03.26(Thu) 23:05:27

[비즈한국] 2023년 안드로메다은하 바로 옆에서 이상한 형체가 발견되었다. 천체사진가들은 우연히 이온화된 산소의 빛만 골라 담는 필터로 111시간 동안 노출해 안드로메다를 촬영했고, 그 바로 옆에 아주 거대한 푸른 가스 구름을 발견했다. 이건 지금껏 보고된 적 없는 형체였다. 처음 발견한 아마추어 천체사진가 세 명의 이름을 하나씩 붙여 DSO 1이라고 부른다. 

 

이 당황스러운 가스 구름은 여전히 천문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런데 드디어 그 정체를 알아냈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과연 이 가스 구름은 무엇일까?

 

 

보통 일반적인 망원경은 성간 물질을 촬영할 때 산소가 아니라 수소 빛을 담는 필터로 촬영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수상한 가스 구름의 존재가 들키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발견되자마자 천문학자들은 그 정체가 무엇일지 고민했다. 안드로메다와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다면 그 규모만 최소 10만 광년에 이르러야 한다. 이건 은하와 은하 사이 공간을 떠도는 순수한 가스 물질로는 매우 큰 규모다. 아예 안드로메다은하와는 상관없고, 우리 은하 헤일로 안에서 가까운 거리를 떠도는 작은 가스 구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가스 구름을 밝게 비출 만한 광원이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속 시원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우리 은하 안에 들어온 작은 성운일지, 아니면 우리 은하를 벗어나 수백만 광년 떨어진 거대한 천체일지를 고민하는 지금의 상황은 정확히 100년 전의 천문학 대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마침 그 대논쟁이 벌어진 현장이 바로 이 안드로메다은하다. 묘한 우연이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옆에 있는 거대한 푸른 가스 구름. 사진=Ogle et al.

 

심지어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충돌을 앞두고, 두 은하의 헤일로가 부딪히면서 형성된 충격파의 흔적일 거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최근에서야 두 은하의 헤일로가 맞닿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접촉면에서 이런 흔적이 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설은 빠르게 기각되었다. 뒤이은 스펙트럼 관측 결과 이 푸른 가스 구름은 겨우 10km/s 수준의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움직임과 비교하면 매우 느리다. 따라서 충돌로 인한 충격파라고는 볼 수 없다.

 

그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관측과 분석이 ​이어졌다. 마침내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 인근의 다른 별이 백색왜성으로 붕괴하면서 퍼뜨린 일종의 유령 행성상 성운이라는 것이다. 유령 행성상 성운에는 대표적으로 남쪽 고리 성운이 있다. 태양 정도의 무겁지 않은 별이 핵융합을 마치고 백색왜성으로 붕괴할 때 사방에 떨어져나간 껍질 층이 주변 성간 물질을 빠르게 이온화하면서 이런 밝은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이번 분석은 파란 성운을 만든 범인으로 인근의 안드로메다자리 EG 별을 후보로 꼽는다. 이 별은 안드로메다자리에 있어서 이름이 안드로메다일 뿐, 안드로메다은하와는 무관하다. 이 별까지 거리는 2000년 정도로 우리 은하 안에 속한 가까운 별이다. 이 별은 우리 은하 헤일로를 가로질러 107km/s의 매우 빠른 속도로 떠돌고 있다. 그래서 별이 분출한 물질이 은하수의 성간 물질을 빠르게 들이받으면서 둥근 충격파를 일으킬 수 있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총알이 앞에 둥근 충격파를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

 

이 별이 움직이는 방향은 절묘하게 푸른 성운의 방향을 겨냥한다. 추가 관측 사진에서는 별이 흘리고 간 145광년 길이의 가스 꼬리가 드러나는데, 이것이 푸른 성운과 이어진다. 별이 빠르게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퍼뜨린 충격파라는 가설에 힘을 싣는다. 이 제안이 사실이라면 하필 우연하게 이 성운이 안드로메다은하 바로 앞을 지나고 있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론도 있다. 여전히 파란 성운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헤일로 공간을 떠도는 별이 퍼뜨린 충격파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필이면 이 푸른 성운이 배경의 안드로메다은하뿐 아니라, 이번에 그 원인으로 지목된 별이 흘린 가스 꼬리와도 우연히 비슷한 방향에 연이어 겹쳐보인 바람에 자신의 정체를 아주 교묘하게 속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이번 논란이 되는 파란 성운과 비슷한 다른 유령 성운들의 존재도 새롭게 제시했다. 붕괴한 별이 퍼뜨린 충격파로 인해 주변에 둥근 충격파가 퍼지고 행성상 성운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똑같이 이온화된 산소 필터로 촬영해보니, 비슷한 형태의 패턴이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 은하의 공간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붐비는 세계라는 것을 알려준다. 만약 우리가 은하수와 헤일로 공간 전체를 이온화된 산소 필터로 새롭게 찍어서 지도를 완성한다면, 그동안 전혀 몰랐던 훨씬 소란스러운 풍경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최근 들어 천문학자들은 전파라는 새로운 빛을 통해 오랫동안 짙은 먼지 구름에 꽁꽁 숨어 있던 우리 은하 중심부를 겨냥하는 대대적인 관측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표호로 만들어진 복잡한 충격파, 성간 물질과의 충돌의 흔적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그곳은 수많은 가늘고 긴 먼지 필라멘트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하지만 뻥 뚫린 은하 헤일로에 대해선 체계적으로 대규모 관측한 적이 없다. 은하 중심에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라는 명확한 관심 대상이 있지만, 별의 밀도가 적은 은하 헤일로는 별다른 관심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페셔널 천문학자들이 미처 관심을 두지 않던 지루한 영역을 향해 아마추어 천체사진가들이 전례 없는 시도를 했고 그 속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했다. 천문학에서 위대한 발견은 여전히 아마추어 덕후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이제야 천문학자들은 우리 헤일로도 마냥 지루하고 텅 빈 세계가 아닐 수 있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저 까만 밤하늘에 과연 또 어디에 희미한 푸른 빛을 아른거리는 성운 조각이 흩날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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