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천문학은 이 질문에 아주 멋진 답을 내놓는다. 우리 모두 ‘별의 먼지’라고 말이다. 우리는 모두 별, 우주 먼지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정말 그렇다. 우리 모두 오래전 터지고 사라진 별이 남긴 재료로 만들어졌다.
원자 수준으로 다 떼어놓고 보면 너무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원자가 하나둘 모여서 더 복잡한 분자를 이루는 과정부터 생각해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많이 남아있다. 그 중 우리를 가장 당황스럽게 하는 건 바로 물의 기원이다. 지구 표면은 70%가 바다로 채워졌다. 물은 지구 생명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물이 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아직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한다.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로 이루어진 물 분자 자체만 보면, 물은 우주에서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한 성분이다. 당연히 지구의 물과 같은 물이 우주 이곳저곳에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태양계 끝자락 소행성과 혜성에도 물 얼음이 있다. 아예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오는 성간 천체들도 얼음이 얼어있다. 당연히 이들이 가진 물이나 우리 지구의 물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물이 꽤 흔할 거라는 기대는 자연스럽게 외계생명체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주는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준다. 당황스럽게도 지구의 물은 정말 특별해 보인다. 태양계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지구만의 남다른 물처럼 보인다.
2025년 태양계로 아주 낯선 방문자가 찾아왔다. 3I/ATLAS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식적으로 세 번째로 확인된 성간 천체라는 뜻이다. 태양계 안에서 우리와 함께 나고 자란 소행성이나 혜성이 아니라, 아예 다른 별 주위에서 만들어진 다음 원래의 고향을 벗어나 별과 별 사이 공간을 가로질러 우연히 태양계로 들어온 천체다.
2017년 처음 발견된 성간 천체 오우무아무아는 그 기묘한 궤도와 길쭉하고 낯선 형태 덕분에 더욱 우리를 설레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심지어 자연 천체가 아니라 외계 문명의 탐사선일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2019년에는 두 번째 성간 천체 보리소프가 발견되었다. 첫 발견에 비해 굉장히 시시했고, 사람들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우무아무아에 비해 훨씬 평범한 혜성다운 모습을 보였다. 얼음이 승화하면서 주변에 기체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코마가 만들어졌고, 꼬리도 그렸다. 그리고 2025년 세 번째 방문자 3I/ATLAS가 찾아왔다.
이 천체는 대체 어디에서 언제 날아왔을까? 바로 이런 단순한 질문이 우리를 더 놀라운 미지로 이끈다.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가 얼마나 오랫동안 성간 우주를 떠돌았는지, 혹시 그 안에 외계생명체의 단서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를 파헤쳤다. 그리고 어쩌면 태양계 너머 저 드넓은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물과 생명의 재료가 아주 흔할지 모른다는 기대에 부응하는 단서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정반대의 결과를 마주했다.
3I/ATLAS도 물 얼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물보다 훨씬 무거운 물 분자로 이루어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가 평범한 가벼운 수소가 아니라 더 무거운 수소의 동위원소다. 이것을 중수소, 듀테륨이라고 한다. 물 분자 안의 수소 중 하나만 중수소인 경우 HDO가 된다. 이를 준중수(semi-heavy water)라고 한다. 아예 수소 두 개가 전부 중수소인 경우도 있다. D2O인 경우다. 이것을 가장 좁은 의미의 중수라고 부른다. 사실 천문학에서는 HDO가 더 중요하다. 애초에 중수소는 워낙 희귀해서, 수소 두 개가 전부 중수소로 된 물 분자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HDO의 비율만 재도 그곳의 물이 어떤 환경에서 탄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중수소는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중수소는 차가운 환경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 별이 태어나기 전, 차가운 분자구름 속에서는 H3+라는 이온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이온은 일반 수소 하나에 중수소 하나가 결합한 형태인 HD 분자와 반응해 H2D+를 만든다. 이 반응은 온도가 낮을수록 잘 벌어진다. 반대로 온도가 높아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H3+ 이온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중수소를 품고 있는 이온, 분자의 수는 다시 줄어든다.
그래서 아주 차가운 환경에서는 중수소가 포함된 이온과 분자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중수소는 분자 구름 속의 먼지 알갱이의 거친 표면에 얼어붙으며 물 얼음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얼음이 나중에 혜성이나 미행성체로 반죽되면, 그 안에는 바로 중수소 물 얼음이 얼어붙던 그 순간의 환경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그래서 혜성 얼음 속에서 D/H 동위원소의 비율을 구하면 그 천체가 처음 얼어붙고 반죽되던 당시의 환경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 2025년 11월 4일, 3I/ATLAS가 태양에 가장 가까운 근일점을 지나고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칠레의 ALMA 전파 망원경이 이 천체를 겨냥했다. 당시 3I/ATLAS는 태양으로부터 고작 1.37AU 거리였다. 이 정도면 물 얼음의 승화가 강하게 일어날 수 있는 거리다. 천문학자들은 ALMA를 통해 물, 준중수 HDO, 그리고 메탄올 CH3OH이 흔적을 남기는 스펙트럼을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HDO과 여러 메탄올의 방출선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물의 신호는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다. 분명 3I/ATLAS도 혜성이니까 물 얼음이 많아야 할 텐데, 일반적인 물은 보이지 않고 거의 대부분 HDO만 보였다. 단순하게 비율만 계산하는 방식으로는 의미 있는 D/H 값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 정교한 방법을 사용했다. 물도 준중수도 아닌 뜬금없는 메탄올을 활용한 것이다. 메탄올 분자가 들떠있을 때의 상태를 이용해서 3I/ATLAS의 코마 안에서 물이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추정했다.
혜성의 코마 안에서 메탄올 분자는 주변의 다른 분자와 부딪히면서 특정한 에너지 준위로 들뜬다. 그리고 다시 낮은 에너지 상태로 내려오면서 특정한 파장의 전파를 방출한다. 이때 메탄올이 방출한 스펙트럼의 모양을 보면, 그곳에 메탄올 분자가 얼마나 높은 밀도로, 얼마나 낮은 온도로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혜성의 코마에서 메탄올 분자와 부딪히는 가장 주요한 충돌 상대가 물 분자라고 가정하면, 메탄올 분자의 들뜸 상태는 곧 주변 물 분자의 밀도, 물의 생성률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3I/ATLAS의 코마의 온도는 약 70K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온도를 적용하면 3I/ATLAS는 1초에 약 10^29개 수준으로 물 분자를 생성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3I/ATLAS의 코마는 물 분자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메탄올과 같은 다른 휘발성 기체 분자들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I/ATLAS는 태양계 다른 혜성에 비해 이산화탄소가 매우 많다는 결과도 있다. 그래서 이 수치는 3I/ATLAS에 있는 정확한 물의 양이라기보다는 그 상한값으로 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HDO의 양과 물 분자의 상한치를 비교하면, 3I/ATLAS의 D/H 비율은 대략 6.6×10^−3 정도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이 정도면 지구 바닷물의 D/H에 비해서는 4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3I/ATLAS는 지구보다 훨씬 무거운 수소로 이루어진, 더 무거운 물 분자로 꽁꽁 얼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명심할 점은 실제로는 3I/ATLAS에 있는 평범한 물 분자의 수가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번 분석에 사용한 물 분자의 추정치는 그 상한값이다. 실제로는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와 같은 다른 분자가 더 있어서, 물 분자의 양은 더 적을 수 있다. 그런데 D/H에서 평범한 물 분자의 수는 분모에 들어간다. 따라서 실제 물 분자의 수가 더 줄어들면 D/H는 더 커진다. 이번에 투박한 추정만으로도 3I/ATLAS는 이미 지구 바닷물의 40배가 넘는 높은 수치를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히 3I/ATLAS의 물맛이 지구와 조금 다르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놀라운 결과는 3I/ATLAS가 태양계에 있는 혜성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탄생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태양계 너머 다른 별 곁에서 행성과 소행성, 혜성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곳의 얼음과 물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지구와 태양계가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보편적인 곳인지, 또는 아주 특이한 곳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3I/ATLAS가 태어난 곳은 대체 우리 태양계와 얼마나 다르다는 것일까? 첫째, 3I/ATLAS는 태양계의 혜성보다 훨씬 더 차가운 환경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수소의 농축은 대체로 30K보다 더 낮은 극도로 차가운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벌어진다. 태양계의 혜성들도 물론 아주 추운 곳에서 얼어붙어 있지만, 3I/ATLAS는 그보다 더 극단적으로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단서를 보여준다.
둘째, 3I/ATLAS의 고향 별이 태양과 많이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별일 수 있다. 태양은 아마 어느 정도 별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성단 환경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지금은 역학적 싸움에서 밀려서 홀로 외롭게 빛나고 있지만, 태양 자체만 보면 지극히 평범한 별이다. 원래 태양이 태어났을 때 주변에 다른 별들이 있었다면, 주변 별들의 강렬한 자외선 빛은 원시 태양계 가장자리의 얼음과 가스를 데웠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물얼음의 D/H 비율이 아주 극단적으로 높아지기는 어렵다.
그런데 만약 3I/ATLAS의 고향 별이 훨씬 고립된 환경이었다면, 그래서 주변에 혜성을 비추는 인접한 이웃 별이 거의 없었다면, 3I/ATLAS의 환경은 훨씬 차갑게 유지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얼음 속에 더 높은 중수소가 농축되었을지 모른다.
또 다른 세 번째 가능성은, 3I/ATLAS가 자기 고향 별에서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원시 행성계 최외곽 가장자리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다. 별 가까운 곳에서는 물과 유기분자가 대부분 가열되고 증발했다가 다시 얼어붙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원래의 극저온 환경에서 남은 흔적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처음 태어날 때부터 고향을 탈출할 때까지 3I/ATLAS가 계속 고향 별 가장자리에서 떠돌고 있었다면, 계속 극저온의 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 미행성체에는 훨씬 원시적인 동위원소의 조성이 보존될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로 3I/ATLAS가 너무나 이른 시기에, 고향 별 곁에서 태어나자마자 튕겨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고향 별 곁에 오래 머물렀다면 중심 별빛이 얼음을 달궜을 것이다. 또 계속 주변의 다른 천체와 부딪히고, 주변의 다른 커다란 행성이 중력적으로 가열하는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중수소는 많이 사라졌어야 한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너무 일찍 고향 별에서 튕겨 날아왔다면 중수소가 지워질 새도 없이 D/H 수치를 높게 유지하면서 성간 여행을 떠났을 수 있다.
성간 공간을 떠도는 일도 얼마나 혹독한 여행인지를 생각해보면, 3I/ATLAS가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놀랍다. 고향 항성계를 탈출했다고 해서 뜨거운 별빛으로부터 완전히 도망간 게 아니다. 여전히 우주에는 너무나 많은 별이 있고, 별에 비해 너무나 작은 혜성 조각일 뿐인 3I/ATLAS는 인접한 다른 별들의 중력에 휘말리기 쉽다. 다른 별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곧바로 우주 방사선, 자외선, 성간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표면의 화학 성분이 빠르게 변질될 수 있다. 그런데 3I/ATLAS는 극저온의 환경에서 형성된 원래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잘 지켜냈다.
결국 가장 자연스러운 해석은 성간 공간의 혹독한 환경을 거쳤는데도 이렇게나 D/H가 높을 정도로, 맨 처음 D/H가 아주아주 높은 상태에서 시작했을 거라는 것이다.
3I/ATLAS는 성간 버전의 운석이다. 마치 화성에 직접 가는 건 어렵지만, 가끔 지구에 떨어지는 화성 운석을 주워서 간접적으로 화성의 성분을 파헤치는 것처럼, 태양계 너머 다른 별과 외계행성에는 직접 방문할 수 없지만, 긴 시간과 거리를 견디고 우리에게 날아온 3I/ATLAS 덕분에 외계행성들이 어떤 다양한 환경에서 탄생할 수 있는지를 헤아릴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수백 수천 광년 거리를 두고 떨어진 흐릿한 외계행성의 실루엣만 보면서 흐릿한 스펙트럼 속에 파묻힌 물 분자의 애매한 흔적을 살펴봐야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3I/ATLAS 덕분에 외계의 성분을 코앞에서 분석할 수 있었다.
혜성은 흔히 태양계 형성 초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타임캡슐로 여겨진다. 혜성은 간단히 말해서 더러운 얼음이다. 얼음에 암석, 먼지가 섞인 덩어리다.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표면의 얼음이 승화하고, 기다란 꼬리를 그린다. 이때 방출되는 분자 성분을 분석하면 혜성이 품고 있던 얼음의 화학 조성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태양계 끝자락에 꽁꽁 얼어붙어있던 혜성은 태양 중력에 이끌려 태양에 다가가면서, 스스로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비밀을 흘려보낸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6-02850-5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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