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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보다 10배 빨리 팔린다" 먹는 위고비, 비만치료 판도 바꿨다

미국 출시 5개월, 처방 82%가 신규 환자…한국은 내년 초 상륙 기대

2026.06.08(Mon) 14:22:41

[비즈한국] 먹는 비만약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경구제형이 치료를 주저하던 환자층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춰 비만 치료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젖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먹는 비만약 위고비 정이 미국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처방 300만 건을 돌파하며 주사제 중심의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을 알약으로 재편하고 있다. 사진=위고비 공식 홈페이지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7일 경구용(먹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 정’이 올 1월 미국 시장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처방 건수 30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주사제 위고비가 출시 약 2년 6개월,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출시 약 11개월 만에 누적 처방 건수 300만 건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위고비 정의 시장 침투 속도는 주사제 대비 2~10배 이상 빠른 셈이다.

 

특이할 만한 점은 빠르게 성장하는 위고비 정의 환자들은 주사제에서 정제로 갈아탄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위고비 정을 조제받은 환자의 약 82%가 지난 12개월간 주사제나 당뇨약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의약품을 복용한 적이 없는 신규 환자다. 경구용 제형이 기존 치료제를 대체하기보다는 비만약 시장 자체를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2028년 세계 비만약 시장이 740억 달러~1310억 달러(115조 원~20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고비 정은 기존 주사제와 체중 감량 효과가 비슷한 수준이다. 주사제보다 낮은 정제의 흡수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용량인 25mg으로 설계됐는데 임상시험을 통해 위고비 주사제와 거의 대등한 평균 15%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위고비 정은 지방 흡수를 억제해 지방변 등 부작용을 유발했거나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장기 처방에 한계가 명확했던 구세대 경구용 비만약들과 달리 호르몬을 모방해 안전하게 식욕을 조절하는 최초의 GLP-1 알약이라는 점에서 비만약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위고비 정의 시장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미국 내 위고비 정 가격을 주사제(월 1349달러) 대비 낮은 월 149달러~299달러(23만 원~46만 원) 선으로 책정했다. 주사제의 높은 가격 탓에 환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조치다. 여기에 오는 7월 1일부터 미국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 가입자 비만 환자들에게 월 50달러(8만 원)에 위고비 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메디케어 GLP-1 브릿지’ 프로그램까지 시행되면 환자들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고비 정은 초기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주사제와 달리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병목 현상 우려도 낮다. 주사제는 플라스틱 펜이나 특수 바늘 등 주사기기 공급망에 발목이 잡혀 수년간 극심한 품귀 현상을 겪었지만 경구제형은 기존의 정제 생산라인을 즉시 활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과 원활한 물량 공급이 훨씬 용이하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정의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구제 전용 생산기지인 덴마크 몰뢰브 공장에 제조시설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여기에 주사제와 경구제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공급망 확대를 위해 글로벌 위탁생산(CMO) 기업 카탈란트의 핵심 공장들을 총 165억 달러(약 24조 원)에 인수하는 등 생산 인프라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위고비 정의 국내 출시 시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올 하반기부터 아시아를 포함한 미국 외 지역의 정식 출시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한국의 경우 아시아권 비만약 트렌드의 중심지인 만큼 빠른 도입이 점쳐진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달 초 미국 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위고비 정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 국내 허가 신청 등 도입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내년 초 상륙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가교 임상을 하지는 않았지만 노보노디스크가 국내에서 동일 성분(세마글루티드)의 경구용 당뇨약 ‘리벨서스’도 가교 임상 없이 허가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도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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