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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문서답] 학원보다 주식? <엄마, 주식 사주세요>

2016.07.19(Tue) 10:25:05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한 3년 전 무렵부터 각종 경제 서적 저자들의 블로그를 구독해왔다. 수시로 그들의 글을 체크하면서 지켜본 결과, 그들의 포스팅은 주로 세 가지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장과 투자자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토로, 둘째, 자신이 주최하는 소규모 세미나 홍보, 마지막으로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당부하는 멘토로서의 한 마디.

그중 마지막 ‘장기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포스팅들에서는 앞의 두 콘셉트보다 훨씬 확고함이 느껴진다. 주식으로 돈을 만져본 이들의 경험에서 묻어 나오는 신념이랄까. 확실히 그런 신념이 없었다면 그들 중 대다수는 지금의 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곧 친구들을 향해 마이너스의 손을 흔들어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것도 아주 시퍼런 손을.)

   
 

이 책 <엄마, 주식 사주세요>의 저자 존 리는 미국에서 쌓아온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한 투자 전문가다.

그 역시 신념을 가진 투자자로 자신의 저서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주식은 투기가 아닌 투자이며, 가치 있는 기업을 골라 장기 보유해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이 말에서 ‘장기 보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가치 있는 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저자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치 있는 기업을 골라줄 수 있어.’ 어쩌면 더도 말고 ‘우리는 믿을 수 있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엄마, 주식 사주세요>를 읽고 나서도 딱히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투자 전략은 없었다. 교과서적인 책이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 위주로 다루고 있었고, 자칫 어려워질 수 있는 개념까지는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투자 전략이 아닌 가계 운용 철학이다. 핵심은 프롤로그와 1장에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요약하자면, ‘무분별한 사교육비 지출은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고로 그 기회비용을 자녀의 경제관 형성 및 부부의 노후 대비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다’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책을 덮고서 생각해본다. 내 마이너스의 손도 어쩌면 유전이 아닐까?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신념을 조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깨우칠 수 있을까? 그래서 재벌가의 꼬마들은 어려서부터 수십억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는 것일까? 참교육인가? 자본이 자본을 벌어준다고 믿게 된 아이의 눈에 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보통 투자와 관련된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의 내용 중 한두 가지는 바로 따라 해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불가능하다. 나는 아직 미혼인 데다가 아이는 물론 조카도 없다. 차라리 그냥 엄마한테 전화해서 말해볼까? “엄마, 주식 좀 사주세요” 하고. 아직 엄마 아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말이다.

글을 쓰다 말고 문득 깨우쳐버렸다. 내가 왜 마이너스의 손인지에 대해서. 엄마가 왜 내게 올인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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