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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두자니 피해자 양산, 규제하자니 인정하는 꼴…금융위의 딜레마

세계 1위 거래소 포함 10대 거래소 중 3곳 국내 설립, 규제 사각지대 틈타 외국업체들까지 가세

2017.11.28(Tue) 18:01:11

[비즈한국]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중개수수료가 주식의 10배가 넘는데다 누구나 거래소를 열 수 있는 등 별다른 규제가 없어 최근에는 외국계 업체들까지 우리나라 거래소 시장에 진출했거나 계획 중이다. 자칫 거대한 ‘글로벌 투기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지만 정부는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사진=빗썸


“심각한 거품이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지난 9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뉴욕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비판하면서 남긴 말이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약 100만 원)과 비교해 9개월 만에 4배 이상 오른 약 461만 원을 기록 중이었다. 이날 다이먼 회장은 “비트코인은 사기다. 머지않아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두 달이 지난 11월 26일,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최초로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여전히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28일 현재 약 1140만 원으로 올랐다. 국내‧외 일각에서는 2022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2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급팽창 하는 비트코인 거래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은 하루 평균 2조 원을 상회한다.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서도 원화 거래량은 엔화와 달러화에 이어 세 번째다.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빗썸, 올 11월 한 달 거래량 40조 원)를 비롯해 세계 10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3개가 한국에 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난립’이란 표현도 나올 정도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비트코인 거래소’를 검색하면 기존 거래소뿐만 아니라 새로 개설했거나 개설을 앞둔 거래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폭증’했다. 숫자를 세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거래소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신설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가 100% 출자하거나, 중견 기업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 목적으로 설립한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 등 대규모 투자를 받아 만들어지고 있다. 외국계 거래소도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 중이다. 미국 대기업과 협력해 120개가 넘는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한 거래소는 지난 10월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 기업을 모태로 설립된 다른 거래소는 최근 한국 법인을 만들었고, 중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12월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 통칭)으로 범위를 넓히면 거래소는 더 늘어난다. 5000만~2억 원 규모의 소형 거래소 역시 적지 않다. 거래소에 투자하는 업체들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 산업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6일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최초로 1000만 원을 넘어섰다. 28일 현재 약 114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거래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거래량 폭증으로 ‘대박’을 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의 기본 수수료는 약 0.15%다. 증권사 주식 거래 수수료의 10배가량이다. 출금 수수료는 가상화폐로만 받는데, 가치 폭등으로 이에 대한 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 ‘몸값’도 크게 올랐다. 국내 3대 거래소인 코빗은 지난 9월 넥슨에 1400억 원에 인수됐고, 앞서의 세계 최대 거래소 빗썸은 기업가치가 4000억~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일각에선 거래소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서의 코스닥 상장사나 중견기업 등이 거래소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닌 ‘수익성’에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설립 요건도 간단하다. 옷, 신발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처럼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로만 등록하면 거래소를 개설 할 수 있다. 자본금 5000만 원대의 소규모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길 수 있는 이유다. 하루 거래 금액이 조(兆) 단위에 달하는 빗썸이나 코빗 역시 창립 5년이 채 안 된 소규모 스타트업체들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거래소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안화로 인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거래소 심사가 까다로운 데다 거래 과정에서 소득세를 부과한다. 공급보다 수요도 많아 시세도 외국에 비해 10~20% 높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수는 전체 고객의 10% 정도지만, 거래량은 30%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를 정식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기고, 투기성 요소만을 걸러낸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역시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만 하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테두리 안으로 들여오는 순간부터 정부가 가상화폐를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돼 투기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 9월 말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 회의 개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서버가 ‘먹통’이 돼 큰 손실을 입은 피해자가 속출했지만 사실상 구제 방안이 없어 논란이 된 사례와 해킹 등 보안 문제가 대표적이다. 

범죄에 악용된다는 점도 지적 받는다. 유사 가상화폐로 인한 사기도 급증하는 추세다. 현금을 송금하는 실물거래 형태로, 타인에게 코인을 소개한 뒤 나온 투자금 일부를 수수료로 제공하는 다단계 방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로 속이고 인터넷 도박 환전을 해주는 곳도 있다. 피해 금액이나 범죄 수익금 등의 규모도 각각 400~500억 원으로 크다.

외국계 거래소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월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한 이후 중국 투기세력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서버 마비 사건의 중심에는 ‘비트코인캐시’라는 가상화폐가 있는데, 중국 채굴업자들이 비트코인에서 분리한 화폐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 비트코인캐시 거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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