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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비트코인 채굴기 사업에? 'ASIC'에 관한 오해와 진실

부품 생산에 불과한 침소봉대 식 해석…엇갈리는 채굴 시장 전망에 대응

2018.02.09(Fri) 11:00:19

[비즈한국] 삼성전자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기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투자자 사이에서 화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해 때문에 불거진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등 일부 클라이언트(고객)로부터 주문형 반도체(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ASIC)에 대한 의뢰를 받았으며 곧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흔히 ‘에이직’이라고 부르는 ​ASIC은 반도체 생산 납품 방식 중 하나다. 주문자의 필요에 맞게 불필요한 기능은 최대한 제거하고, 꼭 필요한 기능만 설계해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 회사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다. 파운드리는 외부 업체로부터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공장 시설을 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채굴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이를 비트코인 채굴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ASIC으로 생산된 칩을 클라이언트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이상 그래픽카드로는 채굴기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점도 채굴 전문기업들이 ASIC에 관심을 갖게 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사진=고성준 기자

 

# 생산 단가는 비싸지만 필요에 의해 주문

 

반도체는 각종 표준 기능을 탑재한 칩을 대량 생산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대부분 제조업이 그렇듯이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원가가 낮아지는데, 반도체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좀 더 극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번 칩 설계나 생산 공정이 바뀔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수율(전체 생산량에서 불량품의 비율)이 안정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생산된 반도체 칩의 집적회로(IC)에는 기업에 따라 불필요한 기능도 들어있다. 이를 제거하면 칩 자체의 크기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력 소모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반도체를 필요에 맞게 다시 생산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슷한 성능의 양산형 칩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ASIC을 탑재한 채굴기를 만들려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채굴기는 병렬 연산에 특화된 GPU 탑재 그래픽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품절 사태를 빚고 있어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가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전력 소모 면에서도 그래픽카드보다 ASIC이 더 유리하다. 그래픽카드는 애당초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 등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인 만큼, 채굴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기능이 많다. 반면 ASIC의 경우 병렬 연산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뺄 수 있기 때문에 ‘전력대성능비’ 면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4시간 채굴기를 가동할 경우 막대한 전기 요금이 든다.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S3 라인은 기흥캠퍼스의 S1, 미국 오스틴의 S2 라인에 이은 삼성전자의 세 번째 파운드리 팹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커지는 파운드리 수요에 발맞춘 삼성의 대응 전략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는 대만의 TSMC다. 2위는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 3위는 대만 UMC이며 삼성전자는 아직 4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채굴업자들이 요구하는 ASIC에 대한 수요는 그간 대만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중국의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이 대만 TSMC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파운드리보다는 양산형 반도체 생산에 주력해왔다. 특히 공정미세화와 각종 신기술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시스템LSI 사업부를 팹리스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로 분리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더욱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차세대 A칩 시리즈 생산을 TSMC에 빼앗긴 영향도 크다. 

 

앞서 4월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아예 자회사로 분사하는 결정을 내렸다. 양 사 모두 파운드리 사업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 과거 PC 중심의 양산형 반도체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IoT(사물인터넷) 시장이 확대되면서 주문 생산방식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 파운드리 업계의 공급 부족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ASIC 수요가 계속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전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거래 규제 속에서 시세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 채굴은 시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현재 채굴 난이도와 전기요금 등을 감안했을 때 비트코인의 시세가 750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채산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암호화폐 구조적인 특성상 채굴 난이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ASIC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이후로 채굴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암호화폐가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암호화폐가 몰락하더라도 채굴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 리 샌포드 번스타인&컴퍼니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채굴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아이폰에 버금갈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암호화폐에 대한 엇갈리는 시장 전망을 관망하면서도, 파운드리 경쟁에서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채굴 관련 ASIC 수요에 발을 맞춘 정도로 해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워낙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이슈에 대응하는 정도로 봐야 한다”며 “(채굴기를 위한 ASIC 생산 사업은) 삼성전자의 전체 규모는 물론 D램, 낸드플래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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