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의 기름진 토양을 일구기 위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2를 시작한다. 본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인정받았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미술 응원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추구해온 기본 키워드는 ‘한국미술의 다양한 흐름의 수용과 발전적 변화의 모색’이었다. 이러한 원칙의 결실로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허구다. 사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다큐멘터리라 할지라도 현실은 아니다. 예술가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허구의 힘이 현실을 지배하게 된다. 허구의 이야기와 영상이 얽혀서 만들어진 세계에 빠져들어 우리는 울거나 웃는다. 소름 끼치는 공포나 행복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영화 장면에다 자신의 삶을 입혀보기도 한다.
왜 이런 착각에 빠지는 것일까. 카메라의 시선 때문이다. 영화 장면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느끼게 되는 카메라의 눈. 이를 쫓아가면서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가늠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지만 개입할 수는 없다. 위기에 빠지거나 죽음을 앞 둔 주인공을 영화를 보는 우리가 구할 수는 없다. 주인공은 우리의 염원을 무시하고 감독이 짜준 각본대로 영화 속에서 산다. 이렇듯 긴장과 기대 혹은 허탈감이 교차되면서 영화의 허구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일상의 장면을 연출하는 작가가 클레어 김(김선경)이다. 그의 작품은 마치 영화의 스틸 컷을 연상시킨다.
클레어 김 회화를 보면서 맨 처음 눈길을 멈추게 만드는 것은 화면이 보여주는 묘한 긴장감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두께 때문이다.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따라가는 카메라 시선 같은 두께다.
그런데 작가가 그림 속에 품어내는 공간은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로 치면 로맨틱코미디 같은 분위기다. 영화 장면 같은 화면으로 보이지만 작가는 만화적 연출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만화의 컷을 여러 작품으로 구성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일상의 에피소드가 서너 장면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어린 시절-청소년-성인-노인으로 이어지는 연대기별 이야기 회화도 있다.
그는 이런 구성 방식으로 작품을 하는 이유를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그 속에서 행복한 세상을 보았고, 만화에서 재미를 느끼듯이 그림을 보는 재미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 구성 회화의 독자성으로 주목받는 클레어 김 회화의 진정한 매력은 회화성에 있다. 그의 작업은 탄탄한 묘사력, 인물의 중립적 이미지(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만화적 이미지), 색채 감각의 신선함, 그리고 자연스런 현실 공간 연출이 있기 때문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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