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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같은 뿌리, 다른 선택' 하나투어 김진국 vs 모두투어 한옥민

매출은 하나투어, 내실은 모두투어…사업 확장 과정서 흑자 전환이 관전 포인트

2018.05.24(Thu) 16:56:51

[비즈한국] 여행업계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최근 한중 관계 회복과 동시에 여가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행 산업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 중국 사드 보복 등과 같이 대내외 변수에 취약해 어느 정도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여행업계 부동의 1‧2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탄탄한 본업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인 이유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뿌리가 같다. 국내 여행업계 최대 라이벌이지만 시작은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다. 국내 여행업 초기인 1980년대 우종웅 모두투어 현 대표이사 회장과 박상환 하나투어 현 대표이사 회장은 각각 고려여행사 영업팀장과 영업사원으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그들이 회사를 나와 1989년에 세운 여행사가 국일여행사다. 국내 최초 홀세일(Whole Sale) 여행사였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도매 B2B’ 사업 모델이었다. 지금이야 익숙한 방식이지만 당시엔 획기적이었다. 직접 상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를 모집하던 기존 방식과도 차별화됐고, 1987년부터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우 회장과 박 회장의 사업 모델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김진국 하나투어 사장(왼쪽)과 한옥민 모두투어 사장(오른쪽). 사진=각 사

 

그러나 ‘동업’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 상장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서다. 여행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항공사 임원은 “당시 박 회장은 여행업계도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며 공격적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우 회장은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했다”며 “지배권을 두고 갈등이 빚어졌던 것도 아니고, 갈라섰다는 표현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게 더 맞다. 모두투어 25주년 행사에 박 회장이 직접 참석한다거나, 두 회사가 합작 법인을 설립해 호텔 사업을 하는 등 관계가 좋다”고 말했다.

 

국일여행사에서 독립해 나온 건 박 회장이다. 1993년 하나투어의 전신인 국진여행사를 설립했고, 1996년 하나투어로 사명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의 독립은 성공적이었다. 하나투어에는 ‘최초’란 수식어가 여럿 따라붙는다. 2000년 코스닥 시장에 등록, 2006년 세계 3대 증권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런던증권거래소에 국내 여행사로는 처음으로 상장했다.

 

경영 방식도 달랐다. 항공사로부터 좌석을 미리 공급받고 대금을 미리 지불하는 선결제 방식도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도매 여행 방식을 차례대로 바꿔나갔다. 하나투어가 당시 업계 1위였던 롯데관광을 제친 것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한 이후다. 하나투어는 항공사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쌓으며 모두투어와 격차를 벌렸고, 현재 부동의 1‧2위 체제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실적과 기업가치를 놓고 보면 하나투어가 크게 앞선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주력은 ‘아웃바운드(내국인들의 해외여행)’다. 매출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하나투어의 점유율은 24%, 모두투어는 11%다. 덩치도 하나투어가 더 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하나투어 6823억 원, 모두투어 2493억 5600만 원이다.

 

실속만 보면 모두투어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연결기준 하나투어의 영업이익은 407억 원, 모두투어 영업이익은 329억 2200만 원을 기록했다. 재무건전성 기준으로는 모두투어가 오히려 우위다. 증권가에선 모두투어는 부채비율이 80% 초반대, 하나투어는 150%대로 추산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외형에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경영 측면에서 보면 모두투어가 하나투어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환 하나투어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우종웅 모두투어 대표이사 회장(오른쪽). 사진=각 사

 

현재 박 회장과 우 회장은 각각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회사 기반을 닦은 창업자들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사업 확장에 나선 셈이다. 두 명의 전문경영인들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 여행부터 숙박‧​쇼핑까지 ‘수직계열화​ 하나투어

 

2016년 1월 하나투어 임원 인사는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하나투어 최초로 창립 멤버가 아닌 직원 출신 사장이 탄생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김진국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사장은 캐세이패시픽 항공을 통해 여행업계에 발을 디뎠고,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2004년 하나투어로 자리를 옮긴 뒤 전략기획 및 글로벌 경영관리부장 등을 거쳐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선임 당시 내부에서도 직원 출신임을 언급하면서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표직원’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과 가깝게 지내는 대표가 되겠다고 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국 하나투어 대표이사 사장. 사진=하나투어

 

김 사장은 본업인 여행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호텔과 면세점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부터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와 함께 개별자유여행도 늘고 있다. 호텔과 면세점 사업은 인바운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외국 관광객을 국내로 데려오는 것뿐만 아니라 숙박과 쇼핑까지 수직 일관화하는 전략이다. 

 

하나투어는 현재 충무로 티마크호텔, 회현동 티마크그랜드호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호텔은 모두 부동산을 제외하고 하나투어가 운영을 맡고 있다. 해외로도 호텔 사업을 확장했다. 일본 삿포로에 티마크시티호텔, 중국 장자제에 티마크그랜드호텔을 개장했다. 2015년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며 면세 사업도 진행 중이다. 

 

그 밖에 금융 자회사도 있다. 대부업체 하나여행대부를 시작으로 자산관리회사 하나투어자산운용, 보험회사 월드샵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었다. 

 

다만 하나투어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자회사를 2~4개씩 급속히 늘렸다. 특히 면세점 등에서 발생한 적자를 본업인 여행업으로 메우고 있다. 앞서의 하나투어 관계자는 “호텔과 면세점 사업 등은 김 사장의 사장 선임 전부터 시작된 사업”이라면서도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인 데다 김 사장이 오랫동안 경영일선에 있었던 만큼 전문성도 있다. 자회사들의 실적도 지난 1분기부터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 “몸집 키우고 내실 챙긴다​ 모두투어 

 

현재 모두투어는 2013년 9월 선임된 한옥민 사장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 사장은 국일여행사 창립 멤버로, 1989년부터 모두투어에 몸담아왔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창립자들만큼 국내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평가된다.

 

한 사장은 사장 선임 직후 외형을 크게 불렸다. 선대 경영인들이 여행업에 집중하면서 안정적인 경영과 내실 다지기를 해왔다면, 이를 이어받은 한 사장은 몸집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두투어의 외형이 한 사장 선임 전보다 70% 이상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옥민 모두투어 사장. 사진=모두투어


모두투어의 여행업을 제외한 대표적인 사업은 호텔 사업이다. 2014년부터 모두투어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 모두스테이,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 베트남 호텔사업 법인 MODE HOTEL&REALTY(모드호텔&리얼티​)​를 연결대상 종속법인 등으로 취득했다. 모두 호텔업과 관련된 곳이다. 

 

직접 호텔을 운영하는 하나투어와 달리 모두투어는 리츠(REITs)회사인 모두투어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호텔부지와 건물을 사들이면 모두스테이가 호텔 운영을 맡는 식으로 운영한다. 서울호텔관광전문학교는 호텔 전문 인력 교육기관이다. 

 

한 사장은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자유투어를 사들이기도 했다. 연결 편입 이후 총자산은 154억 원으로, 연결 자회사 전체 자산의 58%에 해당하는 제법 큰 거래였다. 여행업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포석으로 전해진다. 2012년 1379억 원이었던 모두투어 매출액은 지난해 2493억으로 불어났다. 

 

다만 한 사장은 2015년 탈락하며 중단했던 면세 사업 확장은 다시 무리하게 검토하지 않는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여행업과 자회사 실적 개선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당장은 면세 사업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나투어와 달리 모두투어 자회사들의 성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한 사장이 ‘적자 없는 성장’을 목표로 삼은 이후다. 불과 지난해까지 새로운 사업들이 모두투어의 수익성을 깎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4분기부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자유투어 영업이익은 2015년 -53억 원, 2016년 -33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7000만 원 흑자로 돌아섰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모두투어는 중국 관광객 비중이 하나투어를 훌쩍 뛰어넘지만, 최근 동남아 관광객 유치 등 다변화에 성공했다”며 “자유투어와 모두스테이, 모드호텔&리얼티​ 등 주요 자회사들은 올해부터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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