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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한국 연기금, 놀라운 수익률의 비결은?

해외수익률 한국투자공사 16% 국민연금 10%…대체자산 늘린 덕분

2018.07.23(Mon) 10:17:05

[비즈한국] 지난 2017년 한국투자공사(KIC)는 연 16.4%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참고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NPS)의 수익률은 7.5%에 그쳐, KIC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론 이렇게 단순 비교해서 “KIC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왜냐하면 KIC는 ‘국부펀드’라서 모든 자산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기관의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한국투자공사와 국민연금 등 한국의 연기금은 해외투자에서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공사


일단 KIC의 수익률은 ‘달러’ 기준 수익률이며, 또 해외자산만 투자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두 연기금의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NPS의 해외 부문 성과를 달러로 환산해 계산해야 한다. 이렇게 봐도 KIC가 2017년 탁월한 성과를 기록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간을 2009년까지 확대해보면, NPS의 해외투자 평균 수익률은 9.7%로 7.1%인 KIC를 크게 뛰어 넘는다(단, NPS의 성과는 해외투자 부문의 원화 수익률을 달러로 환산한 것이니 정확하지 않다).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NPS)의 해외투자 수익률(달러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부문 수익률을 달러로 환산해 계산했다. 자료=NPS·KIC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NPS나 KIC 등 한국의 연기금은 어떻게 해서 해외투자에서 이런 놀라운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대체 투자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에 있다. 아래의 그래프에 잘 나타나는 것처럼, 전통자산의 수익률은 변동성이 굉장히 심한 반면 대체자산 수익률은 매우 안정적이다. 게다가 2012~2017년의 평균 수익률을 비교해봐도 대체자산이 7.6%인 반면, 전통자산의 수익률은 7.1%에 불과하다. 

 

전통자산과 대체자산의 수익률 추이(달러 기준). 자료=KIC


그럼 왜 지금 당장 대체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것일까? 최근에 읽은 책 ‘대한민국 신국부론’에 그 이유가 자세히 나와 있다.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대체투자 자산은 전통적 투자자산과 달리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며, 대체투자 자산의 수익률은 전통적 투자자산에 비하여 자본시장과 상관관계가 다소 낮다. 대신 대체투자 자산은 전통적 투자자산에 비하여 환금성이 떨어지고, 펀드매니저 선택에 따른 위험이 크다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대체투자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별 상품별로 보면 위험조차 측정되지 않는 상품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프라나 부동산의 핵심물건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웬만한 채권보다 안전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투자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수익률의 불안정성보다는 유동성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유동성 위험이란 원하는 시기에 즉각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투자대상 및 산업별로 많은 전문성이 요구되며, 특히 투자 전에 이루어지는 사전심사(Due Diligence)가 매우 중요하다. -책 172쪽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혹은 인프라 같은 대체자산은 안정성도 높고 수익률도 괜찮지만, 유동성 위험이라는 결정적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체자산의 투자가 완료되기 전에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이른바 재매각 시장(Secondary Market)이 존재한다. 다만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경제 여건을 아주 많이 탄다. 예를 들어 2008년 재매각 시장의 거래 규모는 무려 200억 달러에 달했지만, 2009년에는 단 12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렇게 거래규모가 급변하면, 자금난 등으로 인해 기존의 투자 지분을 매각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런 유동성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바로 ‘J-커브’​ 현상이다. ​ 

 

글로벌 재매각 시장의 거래 규모. 자료=Greenhill Cogent, 키움증권


J-커브 효과란 투자 초기에는 각종 비용으로 인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만, 현금흐름이 점차 플러스로 돌아서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그 특성상 J-커브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어떻게 인수(혹은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일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자금회수가 쉽지 않아 펀드 자체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 180~181쪽

 

대체 투자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가 부진했던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다. 초기에 일단 손실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하니,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일 때에는 이런 제약 요인(유동성 제약 및 J-커브 현상)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유동성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자산가격이 급등하기에 현금흐름의 악화는 투자자들에게 큰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실력은 위기에 나오는 법. 2008~2009년 같은 극심한 불황이 도래하면 재매각 시장에서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NPS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해외 대체투자를 중단하지 않았기에, 위기 이후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의 연기금에게 대체투자는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자산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연기금은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투자의 기간도 훨씬 길어서 J-커브 효과를 크게 고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디 더 많은 한국의 장기 투자자들이 대체자산 투자를 통해 KIC와 같은 높은 성과를 기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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