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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폭락 초래한 주범은 누굴까

개발자-채굴 진영 간 주도권 다툼 탓…"블록체인 PoW 방식 합의 체제 한계 노출"

2018.11.23(Fri) 16:16:42

[비즈한국] 암호화폐(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난 8월 6000달러(약 678만 원)대에서 형성됐던 강한 지지선이 깨지자 패닉셀이 발생하며 4000달러(452만 원)대 초반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개발자(비트코인 SV)·채굴(비트코인 ABC) 진영 간 주도권 다툼이 비트코인 시세 폭락을 초래한 것이다.

 

세계 최대 채굴업체 비트메인을 이끄는 우지한 대표가 비트코인캐시에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얹기 위한 하드포크(블록체인 네트워크 분리) 계획을 밝히자 비트코인 개발자 진영이 반발하고 나서며 문제가 불거졌다. 

 

두 진영은 지난해 7월에도 비트코인 하드포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에도 불확실성 확대로 암호화폐 시세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들의 다툼은 암호화폐 기술의 비전을 꿈꾸는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몰락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진영은 왜 분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최근 개발자(비트코인 SV)·채굴(비트코인 ABC) 진영 간 주도권 다툼이 비트코인 시세 폭락을 초래했다.


비트코인은 여러 사용자(노드)가 분산된 원장을 보유해 해킹을 차단하고 거래내역의 투명성을 높이는 암호기술의 일종이자 새로운 거래방식이다. 새로운 블록을 이어붙일 때는 해당 블록 이전 블록의 연산과 맞는지 노드들의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 노드들이 복잡한 수식을 계산해 새로운 블럭을 형성하며, 이런 계산과 합의 과정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한 만큼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비트코인이다. 

 

이런 작업의 기여도에 비례해 코인을 지급하고 의결권을 보장하는 것을 작업증명(Proof-Of-Work, PoW)이라고 한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논문을 통해 이런 개념을 처음 제시했을 때만 해도 이상적 합의 체제로 받아들여졌지만, 비트코인이 ‘돈’이 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비트코인이 100달러를 넘으면서 돈을 벌 목적으로 중국에서 대형 채굴 사업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킹 등의 목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장악하려면 전체 노드의 절반이 넘는 해시파워를 손에 쥐어 합의 과정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채굴사업자들은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클럭(연산속도)이 높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채굴기를 개발, 수십만 대의 채굴기를 가동하면서 막강한 해시파워를 쥐게 됐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다.

 

비트코인의 주도권이 채굴사업자에게 넘어가면서 민주적 합의 체제라는 비트코인의 개발 철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만 비트코인의 절대 보유량 자체는 비트코인 개발자 진영이 많이 보유하고 있다. 표 싸움으로 붙으면 채굴 진영이 개발 진영을 앞서기 어려운 상황. 이에 이들은 지난해 7월 비트코인의 트랜잭션(거래) 용량이 적어 실제 생활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하드포크를 결정하고 비트코인캐시를 새로 만들었다.

 

당시 암호화폐 분야에서는 우 대표가 채굴기를 대량 판매할 목적으로 비트코인캐시를 내놨다는 말이 많았다. 비트코인의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우 대표가 하드포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채굴자가 늘어나고 채굴된 코인 수가 많아질수록 채굴량이 떨어진다.

 

비트메인은 다단계 형태로 투자금을 모아 비트코인 채굴기를 대량 매입, 채굴 작업을 펼쳤는데 채굴 단가가 떨어져 더 이상 사업체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새로운 채굴기를 판매하는 한편 투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하드포크를 단행해 비트코인캐시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해 큰돈을 번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 등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하면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는 동일한 수의 비트코인캐시를 받기 때문에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우 대표를 지지했다. 또 새로운 코인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 시세를 띄우는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개발자 진영은 하드포크는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비트코인을 분리해 수많은 코인을 만들 수 있다면 비트코인이 가진 정통성과 가치는 땅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하드포크는 주식의 액면분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기업은 액면분할을 통해 새로운 투자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주당 기업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암호화폐의 하드포크도 처음에는 가치 상승을 위한 호재로 받아들여졌으나, 최근에는 되레 가격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이후 비트코인골드·비트코인다이아 등 비트코인에서 새로운 암호화폐가 분리돼 나왔는데, 모두 가격 상승에 실패한 모습이다.

 

근본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수십, 수백 종류로 분리될 수도 있다는 점은 블록체인 기술의 근본적 신뢰를 떨어트린다. 11월 우 대표가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계획을 밝히자 비트코인 등 전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것도 이런 이유다.

 

공장 임대료와 전기료 등 운영비용, 채굴기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한 비트코인캐시의 최저 채굴 단가는 올 6월 기준 500~600달러다. 그런데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최근 200달러선까지 떨어지며 채산성이 안 나오자 비트코인캐시의 채굴 활동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우 대표가 투자금 유치와 새로운 채굴기 판매를 위해 또 다시 하드포크를 단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우 대표와 로저 버의 갈등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우 대표의 일방통행과 비트코인캐시의 가치 하락이 버의 불만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채굴 진영에 주도권을 빼앗긴 개발 진영도 불만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개발 진영의 대표 격인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연구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의 편에 서면 비트코인 시장은 무너질 것”이라며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1000달러가 돼도 날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채굴자들이 우 대표의 하드포크에 동의해 체인 분리가 일어나면 자신이 더 많은 해시파워를 확보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팔아 지속적인 공격을 시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라이트 수석연구원은 자신이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는 인물로, 전체 비트코인 수의 5%에 해당하는 100만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조 원에 달한다.

 

일단 현재 시점으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문제는 개발 진영의 대량 매도 없이 결국 체인 분할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해시파워와 노드 수가 우세한 진영의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캐시가 되고, 다른 진영 것은 도태돼야 하지만 두 체인이 공존하게 된 것. 지난 2017년 7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채굴 진영이 비트코인캐시의 이름을 이어가기로 했고, 개발 진영이 비트코인캐시에 사토시 버전(SV)을 붙인 BCHSV·BSV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라이트는 “해시파워 마라톤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방어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두고 보자”며 해시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드포크 이후 BSV의 가격이 100달러대로 떨어지며, 더 이상 채굴이 어려워진 상태다. 대규모 적자를 유지하며 네트워크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채굴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캐시를 둘러싼 다툼은 블록체인 기술에서 PoW 방식 합의 체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며 “비트코인 관계자들이 스스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없음을 인정해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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