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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100 대 1 넘는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실상

연봉 2배 차이, 승진은 물론 사내 관계 차별에도 취업 급해 지원율 고공행진

2018.12.06(Thu) 15:06:38

[비즈한국] “무기계약직 입사해도 괜찮을까요?” 공공기관 취업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쩍 무기계약직 처우에 대한 질문이 늘었다. 공공기관 입사 경쟁률이 날로 높아지고 취업난이 지속되자 다급한 마음에 무기계약직이라도 입사하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정규직 채용이 연 1~2회에 불과한 것에 비해 무기계약직 채용은 수시로 뜨다 보니 일단 무기계약직으로 입사 후 정규직에 도전하자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 

 

2018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업무직(무기계약직) 채용 공고. 고객관리직은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었다. 사진=LH 페이스북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하기도 이제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018 업무직(무기계약직) 신입 일반 채용은 121명 선발에 2539명이 지원했다. 특히 17명을 뽑는 고객지원 업무직에만 1867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9.82 대 1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지원했던 한 취준생은 “시험을 치러 갔는데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아 깜짝 놀랐다. 무기계약직 채용이라 부담 없이 생각했다가 많은 지원자를 보니 갑자기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하려면 NCS(직업기초능력평가)까지 치러야 한다. 기존 정규직 공채에 비해 난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취준생 사이에서는 ‘무기계약직 입사에 NCS 시험까지 치러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에서는 ‘무기계약직 대비 NCS 강의’까지 개설되는 추세다.  

 

# 정규직-무기계약직 임금, 2배 이상 차이 나기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하면 만족도는 높을까.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맺기 때문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규직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근무 처우는 정규직과 다르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중규직’이라 불리는 이유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5개 공기업의 2017년 정규직 1인 평균 연봉은 7854만 원, 무기계약직은 4930만 원이다. 2924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2018년 예산(지급액은 집계 전) 기준으로 올해 정규직 평균 연봉은 7624만 원, 무기계약직은 4623만 원이다. 예산에는 성과급 및 상여금이 제외돼 실제 지급액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마사회의 2017년 정규직 평균 연봉은 8979만 원, 무기계약직은 4529만 원으로 나타났다. 4450만 원의 차이다. 2018년 예산 기준으로 정규직 평균 연봉은 8683만 원, 무기계약직은 2906만 원이다. 2017년 한전KPS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7986만 원, 무기계약직은 3824만 원 수준이다.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7493만 원, 무기계약직은 2601만 원으로 나타났다. 2018년 예산은 정규직 6681만 원, 무기계약직 306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무기계약직이 2015년부터 성과상여금을 받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급액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기간에 제한이 없는 근로자이나 정규직 공채와 달라 동일한 급여를 줄 수는 없다. 다만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차별을 시정하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바꿔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금 차이와 더불어 임금 상승폭 역시 정규직에 비해 매우 적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공기업 무기계약직으로 합격했으나 입사를 포기한 A 씨는 “예비소집일 교육을 받던 중 무기계약직은 연봉 인상폭이 매년 10만 원 수준이라는 얘길 들었다. 그럼에도 장기 근무 시 승진 기회가 있다는 말에 희망을 가졌는데, 현직자를 통해 ‘가능성이 희박하다. 진급은 기대하지 말라’는 얘길 듣고 결국 입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무기계약직 B 씨도 “임금 상승이 공무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호봉이 없고 기본급이 같아 1년을 근무한 사람이나 30년을 근무한 사람이나 월급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환경미화 노동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 ‘동갑이라도 무기계약직은 말 놓지 마’ 직장 내 차별

 

일부 무기계약직 중에는 임금 격차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직장 내 차별 대우 개선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C 씨는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 회식에서 제외될 때 소외감을 느낀다. 한번은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직원에게 동갑이니 말을 편하게 하자고 했는데 그 직원이 뒤에서 ‘C 씨는 무기계약직인데 말을 놓자고 하니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교육 분야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D 씨 역시 “업무 외 잡일은 당연히 무기계약직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학교에 들어온 떡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일명 ‘떡셔틀’도 매번 무기계약직이 한다”며 “내 업무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직원들이 ‘그럼 이런 일은 누가 하느냐’며 짜증을 냈다. 또 교무실을 비우면 안 된다며 홀로 교무실을 지키게 해 전체 교직원 회의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처장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취지는 동일 업무에 동일 처우를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은 말만 정규직일 뿐 결국 ‘중규직’이라는 새로운 직급을 또 하나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처우가 다르니 직장 내에서 따돌림이나 차별 등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정부에서 전환 급여 등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정규직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 정부 차원에서의 구조 개선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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