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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내라고?"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알바'에 미친 영향

채용공고 줄고 경쟁률 높아져…조건에 '주휴수당 미지급' 내걸어

2018.12.20(Thu) 14:30:30

[비즈한국] 2019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른다. 올해 7530원 대비 10.9% 인상이다. 월급(209시간 근무 기준)은 올해 157만 3770원에서 내년 174만 515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해소로 인한 소득분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에게도 부작용을 낳고 있다. 

 

# 알바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편의점 알바도 자소서 제출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2018년 1~10월 기준 ​등록된 채용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48% 감소했다. 인기업종으로 꼽히는 외식·음료, 유통·​판매, 문화·​여가, 서비스 업종의 경우 14.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직과 IT·​컴퓨터, 교육·​강사, 미디어 직종만이 채용공고 수가 늘었고 고객 상담, 생산·​건설, 디자인 등의 업종도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채용공고 수가 줄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업직종별 채용공고 수 변화 추이. 2017년 대비 2018년 같은 달의 증감율이다. 출처=알바몬

 

구직자가 체감하는 구직난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아르바이트 구직 경험이 있는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최저임금 인상 후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고용 축소로 일자리 경쟁이 높아짐’(26%), ‘최저임금 부담으로 아르바이트 자체를 안 뽑는 분위기’(25%), ‘고용악화로 폐점이 늘어나 일자리 구할 곳이 줄어듦’(12%) 등이 꼽혔다. 

 

구직자 박 아무개 씨(29)는 “두 달 가까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찾는데 아직 구하지 못했다. 자리도 몇 개 없거니와 면접을 봐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라며 “예전에는 원하는 시간대나 업종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고를 수 있었는데 이제 선택권이 거의 없다. 흔한 카페 아르바이트도 합격을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는 줄었지만 지원자는 넘치다 보니 구직 경쟁도 심화됐다. 대학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 포털에 채용공고를 올리면 하루 이틀 사이 50명 이상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자영업자도 “아르바이트 공고를 올린 뒤 100명 이상이 연락했고 절반가량이 면접을 봤다”고 말했다.

 

구직자가 몰리다 보니 채용 과정도 깐깐해졌다. 한 구직자는 “서빙 아르바이트를 지원해 면접을 갔더니 ‘자신의 역량 3가지를 말하라’고 해 황당했다. 결국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직자는 “아르바이트생 채용에도 자소서를 내라고 요구한다. 취업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편의점 점주는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에 ‘길게 작성해도 다 읽을 것이니 자소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을 기입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채용공고 중에는 자소서 제출을 필수로 하는 것도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고성준 기자

 

# 알바생이 먼저 ‘주휴수당 안 받을게요’, 만근수당 사라져 

 

최저임금은 인상됐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기존에 제공하던 식대나 보너스 등을 내년부터 지급하지 않겠다는 자영업자가 상당수다. 식대를 주지 않으려 근무 시간을 쪼개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다 보니 근로시간 단축으로 수입이 준다는 불만도 많다.  

 

주휴수당 미지급을 채용조건으로 내걸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 아무개 씨(62)는 “인건비 부담으로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쓰기를 꺼려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주휴수당은 받지 않고 일하는 것으로 계약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배송업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일자리를 잃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시간을 쪼개서 고용하다 보니 근로시간 단축으로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고충도 많다. 사진은 동서울택배물류센타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하다. 사진=이종현 기자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2019년부터 만근수당을 폐지하기로 했다. 물류센터 현장 직원에게 1개월 만근 시 지급하던 10만 원의 수당을 1월 1일부터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기존 7770원(근속기간 9개월까지)이던 시급을 8830원(근속기간 12개월까지)으로 인상하는 대신 기존에 기간제 사원에게 지급되던 만근수당은 12월 31일까지만 적용하고 폐지한다고 공지했다. 

 

7770원의 시급을 받고 근무하던 기간제 사원이 월 162만 3930원(209시간 근무 기준)에 만근수당 10만 원을 합해 총 172만 3930원을 받았다면 내년에는 동일 시간을 근무하고 184만 5470원을 받게 된다. 월급 인상폭은 12만 1540원으로 최저임금 기준 월급 인상폭인 17만 1380원보다 적다. 쿠팡풀필먼트 근무자들은 ‘시급 인상이 만근수당 폐지로 이어졌다’, ‘한 달 만근 시 계약직과 일용직의 월급 차이가 10만 원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며 만근수당 폐지에 불만을 토로했다.

 

쿠팡 측은 이번 만근수당 폐지는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쿠팡 관계자는 “기존 만근수당은 1개월간 지각·결근 없이 만근해야 주는 수당이라 받지 못하는 인원이 많았다. 만근수당을 없애는 대신 시급 인상폭을 확대한 것이다. 야간 근무의 경우 시급의 1.5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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