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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사건'에 얽힌 대형 로펌들 비하인드 스토리

심석희 변호 세종 '만전'…조재범 변호 로펌 "성폭행이었으면 안 맡았을…"

2019.01.16(Wed) 14:42:12

[비즈한국] 216만 6840여 명(16일 오후 12시 45분 현재). ‘조재범 코치를 강력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청원 수다. 미성년자 시절부터 이뤄졌다는 심선희 선수의 진술에서 비롯된 국민적 분노 때문일까. 경찰도 현장 조사와 접견 조사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휴대전화 기록 등의 분석도 대략 마쳤다. 18일에는 구속된 조재범 코치에 대한 옥중 조사도 진행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 얽혀 있는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의 분위기가 법조계에 화제로 떠올랐다. 이번 사안은 개인 사건 치고는 특이하게 대형 로펌들이 얽혀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특히 조재범 전 코치를 변호했던 대형 법무법인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심석희를 비롯한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지난 12월 1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4대 로펌 중에 3곳 관련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제외하고, 국내 4대 로펌으로 꼽히는 곳 중에 3곳이 이번 사건에 관련돼 있다. 먼저 피해자 심석희 선수를 변호하고 있는 곳이 법무법인 세종. 폭행 사건 때부터 심 선수를 변호해온 세종은 1월 초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세종 측은 첫 보도 직후 “2018년 12월 13일, 심석희 선수와 회의를 하던 중에 본 사건이 상습적인 폭행과 상해로 그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며 “그 다음날 여성 변호사가 심석희 선수와 일대일로 심층면담을 진행했고, 심석희 선수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이던 2014년경부터 조재범 전 코치가 무차별적 폭행과 폭언, 협박 등을 수단으로 하는 성폭행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질러왔다는 진술을 듣게 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세종은 지난 12월 17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재범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세종 측은 비교적 상세한 보도자료 말미에 “조재범 전 코치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진행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면서도 “언론 등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허위·과장하여 보도하거나, 선정적인 문구를 사용하여 보도하는 일은 삼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문제가 있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의뢰인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세종의 대응이 당연함에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보통 대형 로펌들이 주로 기업들만 담당하다 보니 이런 형사 사건, 특히 피해자 입장에서 제대로 설명하는 일이 없다. 세종은 논란이 이상하게 확산하지 않도록 빠르면서도 선을 지키는, 매우 정석적인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

 

# “성폭행 사건이었으면 수임 안 했을 것”

 

되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조재범 전 코치 측의 변호를 맡고 있거나, 맡은 적이 있는 로펌들이다. 폭행 사건으로만 알고 선임을 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조 전 코치를 변호하게 된 꼴이 됐기 때문이다. 형사 변론에 강하기로 유명한 대형 법무법인 A 로펌은 이 사건을 수사 단계부터 맡아 변론을 펼쳤다. 지난해 초 심석희 등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 폭행한 의혹으로 경찰 등의 수사를 받게 되자, 조 전 코치는 A 로펌을 찾았다. 그리고 기소와 1심 재판 과정까지 변호를 받았다. 

 

1심 결과는 조재범 전 코치에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불구속 기소됐던 조 전 코치는 상습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러자 항소심에서 조 전 코치는 A 로펌을 배제하고 공판 송무에 강하다는 대형 법무법인 B 로펌을 선택했다. 

 

그런데 2심 선고를 앞두고 성폭행 논란까지 확대되면서 B 로펌이 난감해졌다. B 로펌은 언론 등에 “성폭행 의혹에 대해 알지 못했다. 폭행 사건만 선임을 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법원 사건번호를 검색해보니 16일 현재 B 로펌은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A 로펌 관계자는 “이런 사건을 잘못 맡으면 대형 로펌 이미지에 상처만 난다. 아마 성폭행 의혹을 알았다면 선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개인 사건에 어떻게 대형 로펌들이 다 얽혀 있는지가 더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지난 12월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형 로펌들도 단순 사건은 상대적 저렴

 

그렇다면 선임료가 얼마이기에 조 전 코치는 대형 로펌을 2곳이나 변호인으로 선임할 수 있었을까. 대형 로펌 관계자들은 “개인 변호사들보다야 당연히 비싸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담하지 못할 금액은 아니다”고 말한다. 

 

A 로펌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법리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 2000만 원 이하에서도 사건을 선임할 수 있다”며 “검찰 기소 단계와 재판 1심, 2심, 3심 과정까지 다 하다 보면 금액이 올라가지만 개인 사건이라고 해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10대 로펌의 한 파트너급 변호사도 “단순 형사 사건의 경우 적게는 1000만 원, 의뢰인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경우 500만 원에도 선임을 하곤 한다”며 “무조건 대형 로펌이라고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개인 사건에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로펌들이 등장하는 것은 다소 의외다. 다른 소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4대 로펌에 들 정도로 규모가 있는 곳들은 보통 기업들 사건이 억(원) 단위로 돌아가다 보니 인연이 없으면 개인 사건에 가격을 매력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며 “개인의 폭행 사건에 로펌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드문 경우”라고 얘기했다.

 

# 경찰, 조재범 옥중 조사 예정

 

성폭행 혐의에 대한 첫 옥중 조사가 18일 예정된 가운데, 조 전 코치 측은 “상습 폭행은 사실이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조 전 코치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에 디지털포렌식(훼손된 데이터 복원기법)을 한 결과, 심석희 선수의 피해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으로 심 선수 외에 또 다른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18일 수사관 2~3명을 옥중 조사에 투입,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추궁할 예정이다. 조 전 코치는 새로운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겠다고 알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로 확보되는 피해 상황을 고려해 몇 차례 더 조 전 코치를 조사한 뒤 기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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