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집을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와 현장에서 다주택자들의 ‘딱한 처지’를 다루는 보도가 쏟아진다. 정치적 성향과 다주택자 분포가 일치할 리 없는데도 정부의 유예 종료 방침을 성토하는 누리꾼들도 제법 있다. 오는 5월 9일로 다가온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고 발언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막연하게 집값 하락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시장에서 물건이 안 팔리는 가장 큰 이유는 꽤나 단순하다. 살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0.1%의 초고가 명품도,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도 가격이 맞으면 팔린다. 그게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집값의 하락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압도해 버린 자산의 광기다. KB부동산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기준 서울 지역 PIR은 10.6에 달한다. 월급쟁이가 숨만 쉬고 10년을 모아야 서울에 겨우 집 한채 마련할까 말까하다는 뜻이다. 지난 수년간 소득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동안, 주요 단지의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온 사람들에게 이 수치는 절망 그 자체다. 다주택자의 눈물과, 무주택자의 눈물 중 우리는 누구의 눈물을 먼저 닦아줘야 할까.
내 집 마련을 위해 매달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저축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서민들에게, 국가가 유예라는 이름으로 집값 상승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제는 노동의 가치가 자산의 가치에 비웃음당하는 이 비정상적인 구도를 깨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예는 없다고 못 박은 것은, 단순히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경제 원칙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국가적 재난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거품이 낀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것은 경제의 건강한 자정 작용이다. 부동산을 자산 증식의 ‘치트키’로 활용해온 이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국가가 세제 혜택이라는 인공호흡기를 무한정 달아줄 이유는 없다.
이제는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집값이 하향 안정화가 되어야만, 자산이 없는 청년세대와 서민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하고 그 남은 소득이 실물 경제의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부동산에 묶인 ‘죽은 자금’이 산업 현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것이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도 훨씬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물론 팔리지 않는 가격을 붙들고 있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그 버티기의 고통을 정책 유예라는 특혜로 보상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유예 종료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꼬여있던 세제를 원칙대로 돌려놓는 ‘상식의 회복’이다. 5월 10일 이후 양도세 중과세가 부활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시장에 박혀야 한다. 그래야만 요행을 바라며 매물을 잠그고 있던 이들이 ‘현실적인 가격’을 내놓기 시작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격을 내리면 집은 팔린다.
정책의 일관성이야말로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인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돕는 가장 강력한 인프라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더 이상 정치적 셈법에 따라 요동치는 도박판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는 이번 유예 종료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 비겁한 퇴로는 이제 없다. 원칙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시장은 투기가 아닌 주거의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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