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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야행] 미세먼지 청정구역, 창경궁 대온실·서울식물원

야간개장 하는 한국 최초의 식물원과 서울 최고의 보타닉가든에서 깊은 '쉼'호흡

2019.02.27(Wed) 18:05:48

[비즈한국] 언제까지 미세먼지를 피해 다녀야만 할까. 미세먼지 있는 날에도 아이들은 나가자고 조르고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아도 실내는 답답하기만 하다. 수동적으로 외출을 삼가는 것 말고 미세먼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식물 가득한 실내 정원, 온실이 그 대안이다. 

 

겨울의 끄트머리라 날은 포근해졌지만 밖은 아직 황량하다. 새순은 곧 여기저기에서 돋아나겠지만 아직 연두와 초록의 향연을 보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 이맘때 미세먼지에서도 탈출할 겸 가기 좋은 곳이 식물원이다. 한국 최초의 식물원인 창경궁 대온실과 최근 임시 개장한 마곡지구의 서울식물원 두 곳을 소개한다.  

 

창경궁은 올해부터 저녁 9시까지 개방해 직장인들도 퇴근 후 들를 수 있게 됐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인 창경궁 대온실. 사진=이송이 기자

 

# 창경궁 대온실

 

창경궁은 올해부터 저녁 9시까지 개방해 직장인들도 퇴근 후 들를 수 있게 됐다. 작년까지는 명절이나 특별한 기간에만 신청을 받아 제한적으로 야간개장을 했지만 올해부터는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자유롭게 머물며 돌아볼 수 있다. 월요일만 휴관한다. 창경궁 안쪽으로 한국 최초의 식물원인 대온실이 있다. 

 

창경궁 식물원은 1909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조선을 강점한 일제가 순종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구실로 지었으나 실은 궁궐의 권위를 격하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원과 함께 들여왔다. 순종이 자주 산책하고 손님을 맞았던 창경궁의 전각을 훼손하며 지어졌지만 현재는 근대문화유산의 의미를 가진 등록문화재이기도 하다. 

 

대온실까지 가는 길에는 소나무가 울창하다. 별밤 혹은 달밤의 궁궐 정원을 고요히 즐길 수 있다. 창경궁 입구부터 대온실까지는 10~15분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만나는 호수 춘당지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호수 가운데 떠 있는 소나무 숲은 그 모습이 호수에 반영되어 어느 것이 실제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뛰어들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는다. 밤의 호수에 잠시 넋을 잃고 걷다보면 금세 대온실의 불빛에 눈길이 옮겨간다. 

       

그 역사가 아픈 것 이상으로 밤 풍경을 수놓는 대온실의 빛은 아름답기만 하다. 궁궐 안에 들어선 유리 온실의 밤 경관은 퍽 이색적이다. 화려한 불빛과 건축물에 익숙한 지금의 우리 눈에도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움으로 100년 전 조선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휘황한 풍경이었을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대온실 안으로 들어가면 천연기념종과 야생화, 자생식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대온실 안은 그야말로 아늑하고 고요하다.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홀로 동떨어진 것만 같은 궁궐 안 밤의 온실은 짧지만 강렬한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궁궐의 담장 안은 영 새로운 세상이다. 문 하나 통과했지만 한순간 다른 시공을 넘나든다.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낮과는 전혀 다른 묘한 분위기 속, 전각들의 그 고고한 풍광에 젖어 역사를 되짚다보면 느닷없는 시간여행도 경험하리라.

 

직경 100m, 아파트 8층 높이 규모인 식물문화센터는 세계 12개 도시, 3000여 종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이송이 기자


# 서울식물원

 

마곡첨단산업지구에 새로 들어선 서울식물원은 회색 풍경에 지친 이들을 초록의 쉼으로 안내한다. 정식 개방은 올해 5월이지만 이미 완성된 실내온실인 식물문화센터를 비롯해 야외 정원 일부를 미리 개방하고 있다. 서울식물원의 전체 면적은 여의도의 2.2배로 축구장 70개를 모아놓은 크기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면 그리 압도적인 풍경은 아니다. 실내온실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30~40분이면 족하다. 

 

하지만 한두 시간을 온실에만 머물기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직경 100m, 아파트 8층 높이의 규모인 식물문화센터는 세계 12개 도시, 3000여 종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크게는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뉘어 있다. 열대관에는 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루, 보고타 등 4개 도시의 식물을, 지중해관에는 샌프란시스코, 바르셀로나, 로마 등 8개 도시의 지역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온실 위쪽에 스카이워크를 만들어 놓아 온실 전체를 조망하며 걸을 수도 있다. 해외의 여느 보타닉가든이 부럽지 않은 시설이다. 실내는 따사로움과 수분, 웃음으로 가득하다. 간만에 보는 초록의 향연이다. 평소 보기 어려운 해외의 식물군들이 호기심을 끈다. 덕분에 서울식물원은 임시 개방기간임에도, 더구나 평일에도 사람들로 넘친다. 연령대도 다채롭다. 유모차를 탄 한두 살 아기부터 70~80대 어르신까지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식물문화센터에는 씨앗도서관과 교육공간도 있다. 시간별로 가족을 위한 가드닝을 비롯한 식물 공부 프로그램이나 ‘요가 인더 가든’ 등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해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2층에 마련된 카페에서는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즐기며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카페나 로비 등도 한껏 실내 식물들로 꾸며져 있어 여유롭고 아늑하다. 반나절, 한나절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5월에 전면 개방이 되고 나면 둘러볼 곳은 훨씬 많아진다. 한강 물줄기를 빙 둘러가며 다양한 야외 정원이 펼쳐진다. 사색의 정원, 치유의 정원, 어린이 정원, 숲 정원, 바람의 정원, 물가쉼터, 숲 문화원, 초지원, 습지원, 아이리스원 등 녹지와 물가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다. 완공되면 한강공원에서 바로 서울식물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 9호선 양천향교역과 가깝다. 서울 시민에게 새로운 위로의 공간이 될 테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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