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비법] 경쟁촉진적 공동행위? 이런 '민족적 친일' 같은 경우가…

컨소시엄 구성 등 담합 예외 사례 존재…법률 취지에 부합하느냐가 중요

2019.06.19(Wed) 15:20:0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알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담합’이란, 사업자가 협약, 협정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서로 짜고 물건의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조정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담합에 해당하는 법률상 용어로는 ‘공동행위’가 있는데,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각호는 가격 결정, 생산량 조절, 입찰담합 등 9가지 유형의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동행위는 직접적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므로, 그 존재 자체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 사업자들이 공동행위를 통해 실질적으로 하나의 독점 사업자인 것처럼 행동하면 시장은 독점상태와 유사하게 되면서 경쟁이 소멸된다.

 

신동권 전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건설사 관계자들이 2012년 참석한 가운데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입찰 관련 20개 건설 사업자 부당 공동행위’ 관련 전원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국은 공동행위의 위법성을 중하게 보고 엄히 처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가격결정, 입찰담합 등 일정 유형의 공동행위 합의가 존재하기만 하면 경쟁제한성 입증이 없어도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당연위법의 원칙(per se illegal)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공정위도 위와 같은 공동행위를 ‘공동행위의 성격상 경쟁제한효과만 발생시키는 것이 명백’한 행위로 정의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행위도 정당화 사유가 존재하고 실무상 경쟁제한성 존부가 다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담합 사건을 담당하던 어느 변호사가 ‘경쟁촉진적 공동행위’는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변론을 했다. 처음엔 ‘민족적 친일’이라는 논리처럼 들려 매우 어색했지만,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변론 내용에 감탄한 적도 있다. 아래는 공동행위에서 경쟁제한성을 부정하는 대표적인 조항 및 사례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항 각호는 ①산업합리화 ②연구·기술개발 ③불황의 극복 ④산업구조의 조정 ⑤거래조건의 합리화 ⑥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 등을 공동행위 인가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위 조항에 따라 공동행위를 인가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실무상 위 조항은 공동행위를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사유로 인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제주도 관광협회가 회원으로 하여금 협회가 설정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사안에서 ‘과다한 송객수수료로 인한 관광의 부실화 등을 방지하고 관광 상품 판매가격의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행위로서 그로 인한 혜택이 관광객에 귀속되고, 제주도 관광사업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이유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을 부정했다(2003두118341 판결).

 

또 대법원은 컨소시엄 구성을 두고 대규모 건설공사에서 위험을 분산시키고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를 확대하며 대기업의 기술이전 등으로 경쟁을 촉진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컨소시엄 구성 그 자체로 경쟁제한성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한 바도 있다(2008도6341 판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회원들이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의 순차적 가격 인상이 ‘부당한 공동행위’로 의심된다며 규탄하고 공정위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함을 보여 주기 위해 실무상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첫째,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자격과 기술을 보유한 사업자가 극히 소수이거나, 발주처가 참가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여 처음부터 시장에서 경쟁이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둘째, 담합 구도에서 이탈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빈번했고, 상호 감시 또는 약속 위반에 대한 제재가 없어 상대적으로 느슨한 구조의 담합이었다는 주장이다.

 

셋째, 가격인상을 위해 입찰담합을 한 것이 아니라, 입찰 참여자가 없어 유찰되는 것을 방지하고 입찰절차에 협조하기 위해 들러리 사업자를 영입하였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넷째, 운송 용역, 항만 용역(예인·하역 등)과 같은 인프라 산업의 경우,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인프라 유지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주무 관청의 개입 하에 사전에 요금 등을 협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상 공동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법 위반의 경미성을 주장하는데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유를 살펴봤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담합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유는 사전 검토 시 체크리스트 등으로 사용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보다 잘 준수하는데 활용돼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비법] 고통분담이란 이름의 '사원판매' 아직도 하시나요?
· [알쓸비법] '창과 방패' 공정거래법과 지식재산권법의 미묘한 공존
· [알쓸비법] '일감 몰아주기' 걸리면 어떡해? 순진하기는
· [알쓸비법] 넷플릭스 날아다니는데 '방송구역'은 언제까지 규제가 될까
· [알쓸비법]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M&A는 '공정거래'가 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