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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재건축 가능연한 연장 방안의 함정

'신축 아파트' 지속적 공급 없으면 이미 지어진 '신상' 가격 급등할 것

2019.07.22(Mon) 14:53:38

[비즈한국] 현재 재건축 가능연한은 준공 후 30년 차부터다. 정부는 재건축 기준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강남발 시세 상승의 주된 원인을 재건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시장의 패턴 분석 결과를 지금의 시장에 적용하려는 모습이다.

 

정부 대응을 보면서 강남 외 다른 지역을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축 아파트의 영향만 고려할 게 아니라 기축 아파트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공사현장의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과거와는 시장의 전개 상황이 다르다. 2010년 이전까지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 않았다. 아파트 비율도 현재처럼 높지 않았다. 아파트라는 희망 주택의 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시장 내에서는 강남이 오르면 타 지역이 따라 오르는 패턴이 주기적으로 반복했을 수도 있다. 

 

201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신축이든 구축이든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2010년 이후에는 재건축 가능 아파트를 제외하면 20년 차 미만 아파트만 올랐다. 2020년 이후엔 10년 차 미만 아파트 위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대비 신축 아파트에 대한 로열티는 상승하고, 기축 아파트는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2000년 이전 부동산 시장처럼 지역별, 상품별 격차가 크지 않은 시장이라면 재건축 연한 연장이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신축과 구축의 수요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시장에서는 신축 공급을 줄이면 갓 입주한 아파트는 물론 준신축의 시세까지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팩트 폭격’을 하나 더 한다면, 과거 공급 제한으로 2012~2014년 입주 물량이 급감했고 이후 서울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다. 2017~2018년 서울 아파트 시세 폭등은 말 그대로 새 아파트 위주였다. 입지 좋은 곳에 새 아파트가 공급됐기 때문에 시세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신축과 구축의 가격차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시장에서 강남 신축 시세를 잡아 타 지역까지 공급을 축소하는 정책은 이후 시장 전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역별 상한선은 존재한다. 현재 강남구는 3.3㎡(약 1평)당 5000만 원, 도봉구는 1200만 원이다. 강남구가 3.3㎡당 1억 원이 되면 도봉구는 3000만 원이 될 거라 예측하는 건 현재의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판단하는 거다. 지금은 질적인 시장이다. 입지, 상품, 지역 위상, 입주민에 따라 넘어갈 수 없는 가격대가 있다. 지역마다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가 다르다.

 

현재 시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실수요층’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의 경우 전년 대비 거래량이 4분의 1로 줄었다.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라 실수요가 감소했다. 이건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여전히 서울 부동산 시장을 투자층이 주도한다고 판단한다. 지난 40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성공한 정책은 실거주층을 위한 정책이었고, 실패한 정책은 대부분 투자자를 타깃으로 했다. 두 집단의 비율 자체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게다가 시장을 입지마다 세부적으로 쪼개 보지 않는다. 강남권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도 시세가 상승하는 지역보다 조정 받는 지역이 더 많다. 지방은 상승하는 지역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재건축 연한을 연장하면 공급이 줄어든다. 기존 입주 물량이 많으니 괜찮다는 전문가도 있다. 그래봤자 2022년까지다. 이후에는 분명 공급량이 급감한다. 세대수가 증가하는 만큼 공급이 늘지 않으면 공급 축소와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단독주택,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도 주택이라 생각하는 거다. 그 주택까지 포함하면 절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조사하는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라. 현재 거주 유형에 관계없이 아파트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특히 신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필요한 건 비아파트도, 구축 아파트도 아닌 신축 아파트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를 부정하는 건 억지일 뿐이다. 그래서 서울 공급을 축소함으로써 서울에 몰린 수요를 비서울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정책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 수요층 중에는 비서울 지역으로 절대 가지 않을 수요도 있다.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격은 상승한다. 이게 서울 시세 상승의 이유다. 

 

수요 공급 문제를 떠나, 강남 집값이 오른다고 그 자체를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는 단기적인 전략이다. 재건축 가능연한 연장은 궁여지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효과가 훨씬 클 거라 예상된다. 

 

재건축 가능연한이 연장되면 신규 아파트 시세는 더욱 상승하고, 수요가 빠지며 조정장에 진입하던 서울의 기축 아파트까지 오를 수 있다. 아울러 이미 조정장이던 비서울 지역 중 입지 좋은 곳의 부동산도 뜬금없이 상승 전환될 수 있다. 서울의 핵심 지역 대비 시세가 낮은 부동산이 오르면 줄어든 소액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하게 된다. 2006~2007년과 2015년 전후의 투자, 투기, 거품 시장이 오버랩 된다.

 

가격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수요가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려 수요를 분산하고, 교통망을 확충하는 것이 정부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 등이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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