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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B에는 가의2' 일본 백색국가 제외 노림수

의견 수렴 거쳐 9월 중순 공포…성윤모 장관 "일본 요청하면 언제든 협상"

2019.08.12(Mon) 16:20:42

[비즈한국] 우리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일본의 수출규제 및 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시작한 수출 규제가 양국 간 첨예한 무역 전쟁으로 발전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12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일본을 포괄수출허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금주 중 입법예고에 절차에 들어가며 내달 중순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백색국가에 해당하는 포괄수출허가국을 의미하는 ‘가 지역’과 그렇지 않은 국가인 ‘나 지역’으로 분류해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가2’ 지역이 새롭게 신설되며, 오직 일본만이 ‘가2’ 지역에 포함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일본이 최근 수출 통제 제도와 관련해 A, B, C, D, 네 지역으로 분류해 오직 한국만 B지역으로 지정한 것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이다. ‘가2’에 포함되는 국가는 ‘나’ 지역 국가와 원칙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수출 통제를 받는다. 또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는 사용자포괄허가는 ‘​가의1’​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가의2’​ 지역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할 예정이다. 수출 심사 기간도 5일에서 15일로 늘어나는 등 수출 절차가 좀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다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 및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토록 해서 약간의 차등을 뒀다. 또 자율준수기업 제도 역시 ‘가의1’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가의2’ 지역에서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이후 최근 6년 사이 대외 수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전통적으로 내수 경제 비중이 높은 나라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줄 만한 수출품은 뚜렷하게 꼽히지 않는 상황.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액은 약 305억 달러(37조 8800억 원)로 반도체, 패널 등 전자 부품과 석유 제품 등이 주를 이룬다. 이들 수출품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지만, 완전히 대체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이 규제한 반도체 생산 핵심소재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까지 맞대응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는 일본에 명분을 주는 형태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 발표에 이어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추가 조치를 단행했다. 다만 지난 7일 공포한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의 세부 시행규칙을 보면 기존에 수출 규제를 가한 반도체 핵심소재 3종 이외에 별도의 개별허가 품목은 추가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때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아베 정부 입장에서 일본의 강제 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무역보복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예상 밖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데다, 오히려 반대급부로 한국인의 일본 제품 불매 및 일본 여행 보이콧, 한국 반도체 기업의 소재 수급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담만 가중됐다.

 

상황이 급변하자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다고 아베 정부가 모든 것을 철회하고 없던 일로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어떻게든 협상을 해서 무엇인가를 얻어가는 모양새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양국 간 무역 갈등을 굳이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다. 즉 일본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데, 그동안 일본이 워낙 일방적으로 규제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주고받을 카드가 마땅히 없었던 상황이다. 그렇다고 아베 정부의 숨은 의도인 일제 강제징용 배상 등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도 없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발표 말미에 “의견 수렴 기간 중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든, 어디에서든 응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일본으로 공을 넘긴 행동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국 간 원만한 타협이 이뤄진다고 해도 일본 정부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운 만큼, 대일 부품 소재 수입 의존도는 민간 차원에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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