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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명절상여금과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일까

정기적·​일률적·​고정적 지급 여부에 따라 갈려…설·추석 상여금은 통상임금성 인정

2019.10.18(Fri) 16:25:58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변호사로서 노동 사건에서 근로자를 대리하기는 부담스럽다. 소송은 돈과 시간의 싸움인데, 우월한 자금력과 조직을 보유한 회사를 상대로 승소를 낙관하기 어렵다. 근로자가 제기한 소송은 돈을 받는 것뿐 아니라 명예회복에도 목적이 있으므로 승패에 대한 부담도 크다. 특히 해고무효 사건에서 근로자가 패소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치명적이다. 회사가 주장하는 해고 사유가 확인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 사건은 일반적인 민사사건과 차이가 있다. 이념과 사상의 차이, 당사자들 간의 감정적 대립 등 분쟁의 배경이 다소 다르기 때문. 그래서 협상에 의해 분쟁이 조기에 종결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변호사가 노동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임하려고 하거나, 노동법상 주요 이슈에 특별한 관심을 두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정책에는 노동 분야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게 ‘소득주도성장’이다. 이는 대기업과 수출 중심으로 국내 투자를 주도하는 선 성장·후 분배 경제정책에서 탈피해, 가계소득에서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만들고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경제구조를 만든다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 △정규직 직접 고용, △실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수준 현실화, △근로감독 강화 등과 같은 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및 이에 기반한 노동정책이 향후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이러한 정책으로 현장에서 노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최근 법원은 노동 분야의 해묵은 쟁점을 정리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 언론도 많이 다루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을 살펴보자. ​

 

최근 정부의 정책에는 노동 분야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내용이 많다.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한 식당에서 시민들과 최저임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봉급 그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임금과 관련된 개념으로는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이 있다.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눈 금액이다(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6호). 이는 일종의 사후적·산술적 개념으로서 퇴직금·휴업수당·​연차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금액·일급금액·주급금액·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같은 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이는 평균임금과 달리 사전적·계약상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이다. 통상임금은 해고예고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가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단의 경우 사용하지 않은 날짜에 해당하는 만큼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휴일근로 시에는 통상임금의 150%에서 200%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분쟁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1995년 임금 이분설을 폐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94두26721)이 있다(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 과거 임금은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 데 대해 지급받는 교환적 부분과 근로자로서 지위를 근거로 해 받는 생활 보장적 부분으로 구성되는 ‘이분설’이 있었다. 대법원은 1995년 ‘노동대가설’에 입각해 근로 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로서 지위에 기초하여 발생한다는 생활 보장적 임금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로써 그동안 생활 보장 부분으로 취급되었던 가족수당·​사택수당·​기타 복리후생수당 등도 모두 소정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논리 구성이 가능해졌다. 

 

과거 회사가 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각종 수당을 만들어 내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 결과 임금구조가 복잡해진 점이  또 다른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 근로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관행적으로 묵인됐던 법 위반사항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통상임금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분쟁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1995년 임금 이분설을 폐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기아자동차에 대한 2개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들의 미지급 법정수당과 중간정산 퇴직금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2017나28858, 2017나2058046​). 해당 판결은 2만 7452명이 원고가 돼 제기한 집단 소송으로, 인용 금액은 약 3125억 원이나 된다. 2017나2058046 판결은 근로자 대표가 소를 제기하되 판결 결과를 다른 근로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사건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위 2개의 사건에서 설·추석상여금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다만 중식대·​가족수당·​특근수당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그리고 회사가 추산한 미지급 법정수당의 규모에 따르더라도 회사의 당기순이익·​매출액·​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회사의 계속성·​수익성 등에 비춰 원고들의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보자. 대법원은 지난 8월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 및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을 파기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2016다48785). 복지포인트의 전제가 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복지기본법이 정한 제도다. 근로복지법은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임금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제3조 제1항). 그리고 복지포인트는 여행, 건강관리, 문화생활, 자기계발 등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돼 있다. 통상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고 양도 가능성이 없다.

 

통상적으로 복지포인트는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초에 일괄 배정되고, 개별 사업장에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복지포인트를 보수나 임금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이 같은 이유로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하였다. 다만 복지포인트는 사용 용도에 다소 제한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 해당 금액이 통화로 지급되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임금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반대 견해도 있었다. 

 

이처럼 통상임금은 근로의 대가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받는 것인지에 따라 법위가 정해진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지나치게 과다해 ‘경영악화’를 초래하고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악화 항변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쉽게 인정하면 근로자의 청구가 봉쇄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경영악화 판단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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